지난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CGV영등포 스크린X 상영관. 영화 ‘베테랑2’의 출연진이 ‘스페셜 나잇 행사’라는 타이틀로 관객 400명을 만났다. ‘베테랑2’가 750만 관객의 선택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이날 서도철 형사 역의 황정민을 비롯해 정해인 정만식 신승환 오대환 김시후가 참석해 영화 관련 일화를 공개하고 포옹과 사진 촬영, 하이터치회까지 흡사 팬미팅에 준하는 세심한 서비스로 관객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선물했다.
이에 앞서 21일 오전 서울 중구 광화문에서 배우 류승룡 진선규 이순원이 지나가는 시민에게 소화제를 나눠줬다. 세 사람은 소화제와 함께 친필 사인을 건네고 사진 촬영을 하며 시민들과 추억을 쌓았다. 이들이 광화문에서 시민들에게 소화제를 선물한 이유는 자신들이 출연한 영화로 30일 개봉한 ‘아마존 활명수’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영화의 홍보 방식이 점점 더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변하고 있다. 영화 개봉 시점에 맞춰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고정된 방식을 넘어 무려 300회차에 달하는 무대인사, 다양한 기획이 돋보이는 관객과의 대화(GV) 등 ‘대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대인사와 관객과의 대화가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이후 더욱 적극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서울의 봄’은 무려 217회차, ‘베테랑2’는 그보다 더 많은 330회차의 무대인사를 진행했다.
최근 개봉 영화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커피차 이벤트’는 관객이 있는 곳을 배우들이 찾아가는 점에서 무대인사와 관객과의 대화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방식이다. 지난해와 올해 1000만 흥행을 달성한 ‘서울의 봄’과 ‘파묘’가 각각 광화문과 홍대에서 커피차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 6월 개봉해 177만명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흥행에 성공한 ‘핸섬가이즈’도 광화문에서 커피차 이벤트를 열고 시민들을 직접 만났다.
‘아마존 활명수’의 경우, 소화제 이벤트로 앞선 커피차와 차별화를 뒀다. 이는 영화 제목이 소화제 제품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극중 진봉(류승룡)이 과거 양궁 국가대표 활동 당시 소화제 CF 모델로 활약했던 영화의 일화를 바탕으로 해당 제품의 제약회사에서 협찬사로 나서면서 성사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영화에 나오는 CF가 이 제약회사의 실제 CF로도 활용돼 현재 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와 제약회사가 하나의 CF로 작품과 제품을 홍보하는 ‘윈윈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이러한 대면 마케팅에 대해 ‘서울의 봄’ ‘핸섬가이즈’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최은영 이사는 “배우들이 관객을 직접 만나는 ‘스킨십 마케팅’을 점점 더 많이 하는 추세”라며 “관객에게 직접 홍보하는 효과도 있고 대면 이후에 현장 사진과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영화를 홍보하는 바이럴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마케이사협회 부회장인 김종애 플래닛 대표도 “영화가 원하는 타깃층을 직접 공략할 수도 있고 직접 홍보와 함께 SNS를 활용해 간접 홍보 효과 측면도 기대할 수 있어서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봄’은 극중 반란군을 연기했던 배우들이 대신 고개를 숙이는 일명 ‘대국민 사과’로, ‘파묘’는 극중 장의사 상덕을 연기했던 최민식이 관객이 건넨 머리띠를 쓰고 얻은 별명인 ‘민식바오’ ‘키티민식’ ‘쿠로민식’ 등으로 주목을 받았던 무대인사가 SNS를 통해 화제를 모으며 영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낳기도 했다.
관객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손을 마주치거나 악수하는 하이터치회도 마찬가지. 팬미팅에서 진행하는 하이터치회가 영화 행사에 등장한 것도 관객과의 접점을 늘려 영화에 대한 관심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커피차 이벤트가 펼쳐지는 장소도 흥미롭다. 이벤트 장소를 보면 이 영화의 타깃 관객층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최 이사는 “공간 확보와 장소 섭외의 어려움이 있어서 늘 그렇다고 얘기할 수 없지만 영화의 타깃층이 따라 장소가 갈린다”며 “3040대가 주 관객이면 직장인이 많은 광화문을, 20대가 주 관객이면 대학교 일대를 섭외하게 되는 것 같다”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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