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연기와 친근한 “모두의 어머니”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배우 김수미가 가족과 동료들의 마지막 인사를 받고 75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지난 25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김수미의 발인식이 27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고인의 유족으로 남편 정창규 씨와 딸 정주리, 아들 정명호 등이 있다. 며느리는 배우 서효림이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에 위치한 용인공원 아너스톤에 안치될 예정이다.
유족의 뜻에 따라 외부 비공개로 진행된 발인식에는 장동민, 정준하, 윤정수 등 후배 동료들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949년생인 고인은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1980년부터 22년 동안 방송한 ‘전원일기’에서 ‘일용 엄니’를 연기해 국민배우로 자리 잡았다. 이 작품이 첫 방영 당시 고인의 나이는 겨우 32세였지만, 분장을 하고 노인 역할을 소화했다. 이후 영화 ‘마파도’와 ‘가문의 영광’ 시리즈, ‘맨발의 기봉이’ ‘사랑이 무서워’ ‘헬머니’와 뮤지컬 ‘친정엄마’ 예능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 ‘밥은 먹고 다니냐?’ ‘회장님네 사람들’ 등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최근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고인은 올해 5월 공연과 방송 활동이 겹치면서 피로가 누적돼 당분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병원 진단을 받고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25일 심정지 상태로 자택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 사인은 ‘고혈당 쇼크’로, 유족들은 고인이 오랫동안 당뇨를 앓아왔다고 밝혔다.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이틀간 배우 신현준을 비롯해 조인성, 최지우, 염정아, 정준호, 황신혜, 김용건, 김영옥, 박원숙, 박은수, 이병헌, 이민정 부부와 방송인 유재석, 신동엽, 정준하, 윤정수, 박경림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고인의 안식을 비는 연예계 동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의 아들 정명호 나팔꽃F&B 이사는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에서 뮤지컬 ‘친정엄마’까지, 평생을 모두의 어머니로 웃고 울며 살아온 김수미를 사랑해 준 모든 분들에게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면서 “언제나 연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시청자 곁에 머물렀던 김수미를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인의 과거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2018년 방송한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했던 김수미는 영정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며 “어느 장례식장에서도 볼 수 없는 영정 사진을 갖고 싶다”면서 “장례식장에 와서 헌화하고 영정 사진을 봤을 때 사람들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례식장에는 보통 곡소리가 들리는데, 내 장례식장에서는 차라리 ‘징글벨 징글벨’ 이렇게 웃으면서, 춤추면서 보내줬으면 좋겠다. 웃으면서 ‘갔구나. 우리는 김수미를 잠시 기억하자’ 그렇게 보내주면 된다”고 희망했다. 그러면서 분홍 드레스에 검은색 모피를 입고 사진을 찍었다. 단풍이 깔린 바닥에 누워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실제 고인의 빈소에 놓인 영정사진에는 김수미가 목도리를 두른 채 환한 미소를 짓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김수미가 주연을 맡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년) 캐릭터 포스터 속 모습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