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아, 내가 드디어 배세영 작가의 페르소나가 됐구나.” 오는 30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아마존 활명수’로 배세영 작가와 또 작품 인연을 맺은 류승룡이 재치 있게 한 말이다.
류승룡은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아마존 활명수'(감독 김창주·제작 로드픽쳐스)로 만나 “전작인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연기한 인물이 강진봉인데, ‘아마존 활명수’에서 연기한 인물의 이름도 진봉”이라며 “배세영 작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극한직업’ 작가와 다시 손잡은 류승룡
류승룡은 2019년 1626만명의 관객을 모아 역대 영화 흥행 2위에 올라 있는 ‘극한직업’으로 배세영 작가와 첫 인연을 맺었다. ‘극한직업’은 마약범을 잡기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수사보다 치킨 장사 때문에 바빠지는 형사들의 ‘웃픈’ 상황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류승룡은 이 작품에서 얼떨결에 소상공인이 된 형사로 분했다. 그는 웃음과 함께 “네가 소상공인 모르나 본데, 우린 다 목숨 내걸고 해”라는 회심의 대사로 소상공인의 마음을 울리며 ‘1000만 흥행’을 일궜다. 이어 배세영 작가와 재회한 2022년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무뚝뚝한 남편으로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웠고, 이어 곧 개봉하는 ‘아마존 활명수’로 세 작품째 인연을 맺으며 남다른 동료애를 과시하고 있다.
“배세영 작가는 상상력이 발칙한 게 저와 닮았어요. 발칙한 상상력 안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죠. ‘아마존 활명수’도 ‘양궁을 가르치려고 데리고 왔지만 오히려 배운 게 많다’는 진봉의 대사에 끌려 출발했어요. 웃음과 함께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거, 그 점이 배세영 작가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믿고 보는 류승룡의 코미디
‘아마존 활명수’는 회사에서 추진 중인 볼레도르 금광개발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아마존 전사들을 세계 양궁 선수권 대회에 출전시키려 하는 전 양궁 국가대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류승룡은 양궁 국가대표 출신으로 실직 위기에 놓인 조진봉을 연기했다. 양궁 감독으로서 아마존 전사들을 한국으로 데려 와서 훈련시켜야 하는 판타지적 설정과, 평범한 가장으로서 회사에서도 집안에서도 서러운 현실적인 설정으로, 양 극단의 연기를 넘나들며 웃음을 선사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공감 능력 뛰어난 연기로 인물의 감정에 이입되게 만든다.
자식을 위해서 괴물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부모의 얼굴로(‘무빙’), 권력에 눈이 먼 탐욕적인 지배층의 얼굴로(‘킹덤’) 진지한 모습도 탁월하게 소화하지만, 코미디 연기에서 류승룡은 독보적이다.
“왜 이렇게까지 좋아할까 싶을 만큼 코미디를 좋아해요. 지난 시절을 복기해보면 초등학교 때에도 콩트를 짜서 발표하는 걸 즐겼어요. 집안 내력인 것 같기도 하고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하면서 건강을 웃음에서 얻는 에너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 이후로 좋은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온 것 같아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아내와 이혼하기 위해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요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류승룡이 카사노바로 변신해 ‘더티 섹시’로 불리며 그를 출세시킨 작품이다. 이후 류승룡은 ‘7번방의 선물’ ‘극한직업’ 등으로 코미디 영화와 만날 때 특히 좋은 궁합을 보여줬다.
●운명 같은 ‘아마존 활명수’
코미디 영화인 ‘아마존 활명수’가 관심받는 배경이다. 류승룡은 과거 양궁을 취미로 배운 적이 있으며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최종병기 활’에 출연하며 국긍을 배웠던 사실을 언급하며 “300년 전부터 활을 쐈으니까 (작품을 만난 것이) 운명 같기도 하다”는 너스레로 ‘아마존 활명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또 이 작품을 위해 40시간 걸려 아마존을 직접 경험했다.
“아마존에 다녀오길 잘한 것 같아요. 매스미디어를 통해 듣는 것과 달리 직접 가서 보니 아마존 개발과 그에 맞서 자연과 부족을 지키려고 하는 원주민들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작품의 의미도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류승룡이 생각하는 좋은 코미디란, 웃음으로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것이다. 그는 결코 “교훈”이나 “충고”하는 웃음이 아님을 부연했다. 이를 음식 대접에 빗대어 “직접 발품 팔아 영양 좋은 식재료를 구해다가 손질해서, 좋은 레시피와 조리법으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서 먹는 사람이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표현했다.
“웃는데 뭔가 느끼는 게 있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에는 그점을 지향하죠. 언젠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웃음과 공감, 위로를 주는 그런 경지에까지 이르고 싶어요. ‘아마존 활명수’도 그런 작품을 찾아가는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