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사실 저에 대한 반응도 잘 안 찾아봐요. 당연히 감사하고 좋지만 그것보다 요새는 부족하고 잘 못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어떻게 더 노력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하고 있죠.”
지난 4월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범죄도시4’의 장이수를 시작으로 ‘핸섬가이즈’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 그리고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강매강’까지 쉼 없는 작품 활동을 펼친 배우 박지환에게 ‘대세’임을 실감하느냐고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환은 “저, 그 정도 실력을 가진 배우가 아니다”고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꿈이 크거나 혹은 저에게 야박한 게 아니라 객관적인 편”이라며 대중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걸 귀엽고 예쁘게 봐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세라는 수식어에 연연하지 않지만, 박지환은 올 한 해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얼굴을 드러내며 독보적인 매력을 뽑냈다. 특히 웃음을 줘야 하기에 배우들이 가장 어렵다고 호소하는 코미디 연기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 “행복하게 놀기 바빴던 ‘강매강’ 현장”
박지환은 지난달 11일부터 공개 중인 ‘강매강'(극본 이영철 이광재·연출 안종연 신중훈)에서 불도저 형사 무중력을 연기하고 있다. 꼴찌의 강력반과 최고의 엘리트 강력반장이 만나 최강의 ‘원 팀’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로, 박지환은 김동욱, 서현우, 박세완, 이승우와 함께 고강도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극중 무중력은 호르몬의 일종인 강력한 ‘페로몬’ 덕분에 모든 이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마성의 형사다. “사람들이 저에게 넘어오는 장면을 찍을 땐 ‘왜 넘어오지?’라는 생각 때문에 NG도 많이 났다. 스스로 못 참겠더라”면서 웃었다. 그럼에도 촬영 내내 “신나게 놀았다”고 돌이켰다.
“행복하게 놀기 바빴던 것 같아요. 친구들끼리 놀이동산에 가면 집으로 돌아가기 너무 아쉽잖아요.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서로 대본을 바꿔서 읽기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연기할 때 서로를 소중하고 친절하게 대하자고 했죠. 문제가 있으면 터놓고 얘기하자고도 했고요.”
‘범죄도시’ ‘핸섬가이즈’에 이어 또다시 코미디 연기를 소화했지만 “부담감은 없었다”고 고백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코미디 연기가 어렵거나 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연기는 등수를 매기거나 수준으로 평가할 수 없지 않나. 경험 없는 사람도 빛이 날 수 있는데, 그건 함께 만드는 작업이기에 그렇다”고 했다.
“제가 부족한 건 동료가 잡아주고 잘 살려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상대방의 능력에 기생하는 거죠.(웃음) 저 혼자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부담을 가지면 오히려 연기가 잘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정말 현장에서 신나게 놀 생각만 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죠.”
● 제이환 연기 후…눈물 쏟은 사연은?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5에서 보여준 6세대 아이돌 제이환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지환은 인기 남자 아이돌 라이스의 막내인 제이환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연기했다.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이돌스타의 모습을 능청스럽게 표현해 환호를 받았다.
“저는 스스로에게 변명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 하려면 정말 제대로 해야죠. 제 연기는 품위가 없잖아요. 천박하고 괴짜스럽기도 하고요. 그냥 하는 거예요. 다 쏟아내야 잘 비워지거든요. 그런데도 제이환은 정말 손발이 떨리더라고요. 하하. 당최 즐길 수가 없었어요.”
‘SNL 코리아’ 크루들을 보면서 박지환의 마음도 바뀌었다. “정말 멋진 분들이다. 호스트를 위해 다 내던진다”면서 “이렇게 훌륭한 프로들의 말을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5분 만에 저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고 돌이켰다.
“모든 녹화를 마치고 나서 눈물이 났습니다. 최선을 다한 자의 감정 같은 게 올라왔죠. 울면서 집에 갔어요.(웃음) 새살이 다시 돋는 경험이었습니다. 난 뭐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죠.”
물론 현장에서 “신나게 놀기 위해” 박지환은 “엄청난 준비”를 한다. 늘상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도 했다. 그는 “스포츠를 보면 그날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경기를 이끈다. 물론 잘하는 사람이 계속 잘하기도 하지만, 저는 부족하기 때문에 신선한 상태에 놓여있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않는 편이에요.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자리는 가지 않고 집에서 책을 보거나 누워 있죠. 갑자기 혼자 차를 끌고 지방으로 내려가기도 해요. 정말 좋아요. 집에서는 역사 다큐멘터리나 문화재 이야기를 보기도 해요. 앞으로도 (현장에서)더 잘 놀고, 더 발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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