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한 인물들이 저마다 지닌 ‘사상’을 두고 대결한다. 이성과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왜곡된 사상과 믿음에 빠진 사람들이 얽힌 이야기가 두뇌를 자극하는 체스 게임처럼 펼쳐진다. 어긋난 믿음이 지배하는 혼돈과 기괴한 현상을 다룬 ‘지옥2’로 돌아온 연상호 감독이 밝힌 출사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2′(극본 최규석)가 25일 전 세계 시청자를 다시 찾는다. 2021년 공개한 1편에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지옥행 고지로 더 혼란스러워진 세상에 사이비 종교 단체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과 광신도 박정자가 부활하고, 이에 맞선 민혜진 변호사의 반격과 혼란을 더하는 화살촉 세력이 한데 얽힌 더 복잡한 세계가 드러난다.
‘지옥2’는 1편에서 활약한 김현주과 김신록이 다시 중심이다. 시리즈 고유의 정체성을 이어가면서 각 인물들이 처한 비극적인 상황과 광기의 욕망에 더 집중한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합류한 배우 김성철과 문소리, 문근영의 존재가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공통적으로 ‘파격 변신’을 선언한 이들은 그동안 본 적 없는 캐릭터를 소화했다면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1일 열린 ‘지옥2’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연상호 감독과 배우들은 작품에 갖는 각별한 각오와 의지를 아낌없이 쏟아냈다. 시즌1가 종말이 임박한 사회의 혼란을 그려 주목받은 만큼 시즌2를 향한 기대의 시선도 집중된 상황. 연 감독은 “시즌1은 갑작스러운 초자연적 현상으로 당황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렸다”며 “시즌2는 부활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맞닥뜨린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혼란에서 각자의 의지로 싸우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 시즌1의 유아인 역할 김성철이 맡아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새진리회라는 종교를 이끄는 정진수 의장과 이를 연기한 김성철이다. 시즌1에서는 배우 유아인이 맡은 캐릭터로 극 중반 사망했지만 시즌2에서 ‘부활한’ 설정으로 다시 등장한다. 김성철이 다시 살아난 정진수 역이다. 같은 인물을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상황은 시리즈의 약점일 수도, 오히려 색다른 흥미를 자극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김성철로부터 큰 에너지가 느껴졌다”며 “정진수는 양날의 검일 수 있는 역할인데 (김성철은)두려움을 갖기 보다 잘 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부응하듯 김성철은 유아인의 정진수를 지우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려 했다. “지옥에서 끊임없이 고통과 공포감에 짓눌려 있던 인물은 어떤 형상을 갖고 있을까 상상했다”며 “부활한 정진수는 어딘가가 눌려있고 무언가에 쫓기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외모의 변화도 시도했다. “원작 웹툰의 정진수와 가깝게 헤어스타일을 바꿨다”며 “공포를 느끼는 눈빛 등을 표현하려 했다”고 돌이켰다.
문소리와 문근영 역시 시즌1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다. 혼돈의 세상에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수경은 문소리가 맡았다. 사람들을 지옥으로 이끄는 미지의 존재가 등장해 혼란스러운 세상에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파하는 인물. 문소리는 이에 대해 “무지몽매한 사람들을 시스템 안에 끌고 가려는 점잖은 빌런”이라고 표현했다.
기괴한 믿음에 빠진 이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이수경은 사회가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인물이다. 문소리는 “세상에 지옥이든 천국이든 시스템은 필요하고, 그 시스템 안에 내가 있다고 강조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도전을 거듭한 문소리는 ‘지옥2’에서 연상호 감독과 처음 만났다. 이전까지 여러 영화제에서 감독을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눈 경험은 있었다는 문소리는 “굉장히 텐션이 높은 감독이라 저와 잘 맞지 않을 거라는 어리석은 편견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정작 함께 작업을 하니 “찰떡궁합”을 느꼈다. “감독이 원하면 모든 해드리고 싶었다”며 “시즌2에서는 이수경이 점잖게 플레이를 하지만 시즌3가 나온다면 폭주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문근영은 ‘지옥2’를 통해 2019년 tvN 드라마 ‘유령을 잡아라’ 이후 5년 만에 시청자와 만난다. 그 사이 실험성 짙은 단편영화 ‘심연’ ‘현재진행형’ 등 연출에 몰두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OTT 플랫폼 시리즈에 처음 도전한다. 극 중 광기의 집단 화살촉의 핵심 인물 햇살반 선생님 역할이다. 폭주하는 집단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종교 집단 새진리회보다 더 위험한 세력의 구심점인 존재다.
“평범한 사람이지만 종교에 몰입하면서 그 집단을 선동하는 자리에까지 올라가는 인물”이라고 역할을 소개한 문근영은 “열정적으로 종교에 심취한 캐리터를 위해 제가 저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파격적인 분장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제작진이 공개한 ‘지옥2’ 속 문근영의 모습은 파격을 넘어 충격에 가까운 분장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근영은 “늘 무언가에 고파 있었다”는 말로,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를 향한 갈증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연상호 감독이 ‘지옥2’의 햇살반 선생님 역할을 제안했고 “물 만났다,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촬영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고 돌이켰다. 실제로 파격적인 분장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화를 추구한 연기 도전에 만족을 표하고 있다.
‘지옥2’에는 또 한명의 부활한 인물이 있다. 시즌1에서 어린아이들을 두고 지옥으로 간 박정자이다. 시즌2에서는 더욱 과감한 모습으로 돌아와 등장인물들을 긴장케 한다. 모든 스태프가 놀랄 정도로 “과감한 연기”를 보여줬다는 게 연상호 감독의 설명이다.
이에 김신록은 “감독님은 시즌1에서 (박정자를)안정적으로 연기했으니 시즌2에서는 더 과감하게 해도 된다고 했다”며 “첫 장면을 찍는데 오랫동안 ‘컷’ 사인이 없다가 한참 뒤에 ‘오케이’를 했다. 다들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은 생각에서인지 모니터 앞이 술렁였지만 감독님이 자신을 믿고 해보라고 하면서 신뢰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시즌1에 비해 욕망을 더욱 과감하게 드러내는 모습으로 변화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신록은 ‘지옥’ 시즌1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등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배우로 인지도를 쌓고 신뢰를 얻었다. 최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란’을 통해서도 활약을 이은 가운데 자신을 처음 주목받게 한 ‘지옥’의 두 번째 이야기에서 보일 ‘욕망의 변신’을 향한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김신록 외에도 배우 김현주 역시 1편에 이어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민혜진 변호사로 새진리회에 다시 한번 맞선다.
‘지옥2’는 시즌1과 마찬가지로 총 6부작으로 구성돼 시청자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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