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적이 나흘간에 걸친 서울 세종문화회관 단독 콘서트를 팬들의 환호 속에서 막을 내렸다. ‘세심한 음향, 곡 몰입도를 높인 조명 등 무대 연출, 스토리가 있는 세트 리스트 등 이적의 공연 경험을 바탕으로 선보인 웰메이드 공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적은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모두 4회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 ‘이적의 노래들’을 펼쳤다. 이번 무대는 지난 2022년 ‘흔적’ 이후 약 2년 만의 단독 콘서트이다. 당초 티켓 예매 오픈과 동시에 1만2000석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적은 특히 동료이자 친구인 김동률과 듀엣 무대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적은 이번 콘서트에서 매회 150분간 24곡을 열창했다. 대표곡 ‘다행이다’, ‘하늘을 달리다’, ‘달팽이’,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등은 물론 ‘숨’, ‘민들레, 민들레’, ‘천천히’ 등까지 객석으로 리듬과 멜로리를 전파했다.
1995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선보여온 노래의 가사를 무대 정면 스크린 위에 투영하며 공연의 막을 올린 이적은 단단한 중저음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그는 “오랜만에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좋다”며 “작년에 이 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했던 게 기억이 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저한테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어떤 공연을 만들지 여러 가지로 다양한 준비를 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제가 물을 마실 때마다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 주셔서 ‘물’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며 객석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싱어롱 타임’을 제안했다. 이에 관객 ‘떼창’이 더해지며 공연 분위기를 한층 후끈 달궜다.
이번 무대에서 이적은 지난 7월 별세한 고 김민기 학전 대표를 추모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굉장히 존경하고 사랑하던 뮤지션 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며 “저를 참 예뻐해 주셨다. 표현은 크게 안 하셨지만 저를 대견해 해주시던 모습에서 힘을 얻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올해 공연에서 꼭 그분 노래를 한 곡 부르고 싶었다”면서 ‘아름다운 사람’을 선보였다. 특히 직접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차분한 감성으로 열창했다.
이적은 신곡 ‘술이 싫다’를 선보이기도 했다. “조금 통속적인, 노래방에서 취해서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써보고 싶었다”는 그는 “저희끼리는 만들면서 이적의 색이 들어 있는 ‘적색 뽕’을 만들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무대를 빛낸 또 한 명의 주역, 김동률이었다. 그는 이적과 함께 활동한 그룹 카니발의 데뷔곡 ‘그땐 그랬지’를 시작으로 지난 2015년 단독 콘서트 ‘2015 김동률 더 콘서트’에 이적이 게스트로 나선 이후 9년 만에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벗’과 ‘거위의 꿈’ 두 곡을 더 불렀다.
이적은 “이번 공연에 ‘동률이와 함께 두 번 정도 무대를 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레 전화를 했더니 그가 ‘그러면 누구는 카니발을 보고, 누구는 다른 회차에 오면 못 보는거 아니냐’고 말을 하더라. 흔쾌히 모든 회차에 출연해 주겠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동률은 ”우리가 아직도 각자 이렇게 음악을 하면서 한 무대에 모였을 때 뜨거운 박수를 받는 게 정말 좋은 것 같다“고 화답했다. 김동률은 이날 깜짝 신곡 발표 소식을 알리기도 해 관객의 기대를 키웠다.
‘그대랑’과 ‘하늘을 달리다’를 관객과 함께 부른 이적은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밴드의 웅장한 사운드가 어우러지는 무대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에 관객은 열띤 앙코르 요청을 쏟아냈다. 이에 이적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올라 ‘압구정 날라리’에 이어 ‘왼손잡이’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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