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것을 하지 마라’는 옛말이 생각나게 하는 영화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범죄 조직의 돈을 가로챘다가 위험에 빠진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흥업소의 불법행위를 봐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기는 형사 명득(정우)과 동혁(김대명)은 중국에 거점을 두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조직의 막대한 자금이 곧 중국으로 넘어갈 거라는 정보를 얻는다.
명득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아픈 딸의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고, 동혁은 노름빚에 시달리는 신세이다. 불법으로 모은 돈인 만큼 신고도 추적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명득은 “더려운 돈이 안전한 돈”이라며 동혁을 설득해 그 돈을 자신들이 갖기로 한다. 그러나 실행 당일, 뜻하지 않았던 총격전에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그 중에 경찰이 포함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업친 데 덮친 격으로 돈의 진짜 주인들도 중국에서 건너온다.
안전한 돈인 줄 알았던 더러운 돈이 이제는 위험한 돈이 된 상황.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가장으로서의 책임 혹은 개인적인 탐욕 때문에 ‘쫓는 형사’가 아닌 ‘쫓기는 형사’라는 차별화된 접근법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자신이 자신의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어떻게든 수습하려 애쓰는 명득의 분주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나, 차별화된 접근법에도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불친절함이 도드라져 아쉽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점이 영화가 시작되면 100분간 지루할 틈이 없이 한달음에 보게 하는 면도 있다.
이야기의 아쉬움을 상쇄시키는 것이 배우들의 호연이다. 정우가 연기하는 명득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는 가운데 용의선상에 오른 동혁에게 ‘배신하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받는데, 경찰과 동혁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실감 나게 표현해내며 이야기를 무게감 있게 이끈다. 긴박함과 간절함 속에서 보여주는 날 선 모습과 진중한 얼굴로 정우는 또 한 번 ‘좋은 배우’임을 증명한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언더커버 형사를 내세워 남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그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선거를 소재로 신념과 야망의 대립을 그린 ‘킹메이커’의 각본을 쓴 김민수 감독의 첫 장편 연출 작품이다.
이 영화는 2019년 촬영을 마쳤으나, 감염병 확산 사태로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다가 이제야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받은 작품이다.
감독 : 김민수 / 출연 : 정우, 김대명, 박병은 / 제작 : 리양필름 / 장르 : 범죄 / 개봉 : 10월17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100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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