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의 공연 실황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2일중 31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관객을 넘는다. 이 영화는 임영웅이 지난 5월 이틀간 펼친 공연에서 10만명의 관객을 모은 서울월드컵경기장 콘서트를 영화화한 것으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사태 이후 공연 실황 영화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눈길을 끄는 건,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CGV 단독 개봉으로 이 같은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또 지난 달 18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는 그룹 방탕소년단 멤버 정국의 첫 솔로 활동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정국: 아이 엠 스틸’도 CGV 단독 개봉으로 1일까지 3만9000명을 동원했다.
● 멀티플렉스 극장 3사 단독 개봉 줄줄이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3사들이 단독 개봉 영화를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CGV는 2019년 27편, 2020년 38편, 2021년 83편, 2022년 42편, 2023년 40편을 선보였다. 특히 2020년과 2021년 급증했는데, 이는 감염병 확산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이후 편수가 줄기는 했으나 감염병 확산 전보다 많은 40편대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도 2023년 50편으로 2022년 22편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2024년 9월까지 39편을 상영했다.
CGV는 오는 9일, 지난 6월 열린 상하이국제영화제 금잔상 수상작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색’을 단독 개봉한다. 또 16일 그룹 하이라이트의 데뷔 15주년 콘서트를 스크린에 옮긴 공연 실황 영화 ‘하이라이트: 라이츠 고 온, 어게인 인 시네마’, 25일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 ‘리틀엠마’, 30일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공포영화 ‘롱레그스’를 개봉한다.
롯데시네마도 16일 그룹 아이브의 첫 번째 월드투어 콘서트를 스크린에 옮긴 공연 실황 영화 ‘아이브 더 퍼스트 월드투어 인 시네마’를 비롯해 태국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태국 영화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 일본의 인기 동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엉덩이 탐정: 안녕, 나의 영원한 친구’, 홍콩영화 ‘구룡성채: 무법지대’, 캐나다 애니메이션 영화 ‘마이펫의 컴백홈 어드벤처’, 김종관·노덕·장항준·이명세 네 명의 감독이 허밍웨이의 단편소설을 각자의 시선을 재해석한 영화 ‘더 킬러스’, 그리고 개봉 10주년을 맞은 ‘보이후드’를 선보인다.
메가박스는 16일 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벳 폰 비텔스바흐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옥주현이 주연한 뮤지컬 공연 실황 영화 ‘엘리자벳: 더 뮤지컬 라이브’를 단독으로 상영한다.
● 규모는 작지만 타깃층 공략 유효
극장들이 선보이는 단독 개봉 영화들은 제작비 규모가 작지만 타킷 관객층이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와이드 릴리즈 개봉으로 불특정 다수의 관객을 노리는 일반 상업영화와 달리, 단독 개봉하는 공연 실황 영화, 애니메이션 영화, 재개봉 영화 등은 팬덤이나 수요가 있는 작품들이다.
올해 2월 CGV 단독으로 개봉한 ‘귀멸의 칼날: 인연의 기적, 그리고 합동 강화 훈련으로’는 지금까지 누적 발행 부수 1억5000만부 이상 팔린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국내에서 49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CGV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를 단독으로 상영했는데, 1만명의 관객을 넘기기 쉽지 않은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6만7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크레센도’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 참가하는 뮤지션들의 도전 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이 영화는 ‘임윤찬 열풍’의 시작점을 만든 무대를 담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 콘텐츠 경쟁력·비용 절감 윈윈
단독 개봉은 콘텐츠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극장들이 선호한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충성 고객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의 매출액이 87억원에 달하며 90만명의 관객을 모아 91억원의 매출을 올린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와 맞먹는 흥행 성과를 거뒀지만 이는 극히 드문 흥행 사례다. 특히 공연 실황 영화의 경우, 극장과 배급사 간 5대5의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는 일반 영화와 다르게 3대7, 4대6으로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개봉은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브랜드 가치 제고 차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극장 3사 측의 설명이다.
단독 개봉은 배급사의 입장에서도 비용 절감과 상영관 확보 측면에서 선호된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요즘처럼 관객을 극장으로 모으기 쉽지 않은 때에는 극장 3사에 지불하는 P&A(마케팅) 비용도 부담이 되는데, 예매율이나 입소문이 좋지 못하면 극장에서 바로 내려지는 신세”라며 “비용 절감 효과뿐 아니라 단독 개봉일 때 와이드 릴리즈 개봉보다 상영 기간을 좀 더 길게 얻을 수 있는 효과도 있어서 단독 개봉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재현 CJ CGV전략지원담당은 “단독 개봉은 극장 입장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배급사 입장에서는 효율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할 수 있는 윈윈효과가 있어서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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