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 처음 만난 대학 동창 재희와 흥수는 서로의 비밀을 알고 세상의 오해에 함께 맞서면서 삶과 사랑을 당당하게 이뤄간다. 악명 높은 수용소에서 만난 아서 플렉과 리 퀸젤은 분열하는 상대의 내면을 단번에 알아보고 자극을 주고받으면서 폭주하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다양한 빛깔의 사랑을 쌓아가는 영화가 10월1일 나란히 관객을 찾아온다.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제작 쇼박스)과 ‘조커: 폴리 아 되'(감독 토드 필립스)이다.
10월 극장가의 문을 여는 두 영화는 장르와 소재는 다르지만 현재 가장 주목받는 배우들이 그간 보인 적 없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부분에서 공통점을 지녔다. 대중으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매력적인 배우들의 조합으로도 기대를 더한다.
관심은 각축을 벌이는 예매율로도 나타난다. 두 영화는 개봉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2시 현재 예매율 1, 2위에 나란히 올라 있다. 1편의 흥행 성공에 따른 후광효과에 힘입은 ‘조커: 폴리 아 되’가 예매율 33.1%, 예매관객 10만1028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록 중인 가운데 ‘대도시의 사랑법’은 예매율 17.5%, 예매관객 5만3404명으로 뒤를 따른다.
● 조커와 할리 퀸의 만남…광기의 폭주
‘조커: 폴리 아 되’는 지난 2019년 개봉한 ‘조커’에서 이어지는 후속편이다. 1편은 외톨이 광대인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되면서 점차 광기에 휘말린 빌런 조커로 각성하는 과정을 그려 국내서만 528만 관객을 동원했다.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 조커의 탄생을 그리면서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빌런 서사에 열광하는 팬덤도 형성했다.
2편에서도 주인공 호아킨 피닉스가 아서 플렉이자 조커로 나선다. 제작진은 성공한 1편을 잇기 위해 화력을 더했다. 팝스타이자 배우인 레이디 가가가 히든 카드다. 조커의 파트너인 할리 퀸으로 합류한 레이디 가가는 조커를 자극하고 각성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로 활약한다. 조커와 할리 퀸이 어우러진 광기의 폭주가 관객의 심박수를 높인다.
2편은 악명 높은 아캄 수용소에 갇혀 최종 재판을 기다리는 아서 플렉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는 그 앞에 운명의 여인 리 퀸젤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리 퀸젤은 조커와의 만남 뒤 또 다른 자아를 지닌 할리 퀸으로 각성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서로의 정신을 자극하면서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존재가 된다.
호아킨 피닉스는 ‘조커: 폴리 아 되’를 준비하면서 몸무게를 23kg 감량했다. 1편보다 더 암울한 처지에 놓인 조커의 상황과 분열된 정신 상태를 표현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조커는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예측이 불가능한 캐릭터라고 느꼈다”는 호아킨 피닉스는 “처음 조커를 연기할 때부터 한 번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각별한 애정을 밝혔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가 외형의 변화보다 더 주력한 부분은 할리 퀸과 어우러져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의 연기다. 이 분야의 실력자 레이디 가가가 영화에서 선보이는 연주와 노래하는 모습도 파격 그 자체다.
● 오해와 편견에 맞선 우정…섬세한 시선
‘대도시의 사랑법’은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통해 작품을 처음 공개한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삶과 사랑을 개척하는 주인공 재희(김고은)와 동성을 좋아하는 성향을 숨기고 살아가는 흥수(노상현)의 사랑스러운 ‘찐’ 우정이 관객의 로망을 자극하고 있어서다.
영화는 스무 살 대학 1학년 때 처음 만난 두 친구가 서른세 살이 될 때까지 세상의 오해와 편견에 맞서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으면서 살아가는 10여년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김고은은 눈에 띄는 외모와 자유로운 성격으로 온갖 소문에 시달리지만 이에 아랑곳 없이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재희 역을 맡아 또 한 번 매력 넘치는 얼굴로 스크린을 꽉 채운다. 그런 재희는 흥수가 숨기고 싶은 비밀을 알게 되고, 그렇게 둘은 남들 눈엔 이성이지만 사실은 동성의 친구같은 관계로 한 집에서 살아간다.
박상영 작가의 동명 연작 소설에 수록된 ‘재희’ 편을 각색한 영화는 소설이 원작인 영화들이 흔히 범하는 캐릭터와 서사의 변형의 함정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근래 나온 소설 원작의 영화들 가운데 가장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서사의 구성으로도 호평받고 있다.
연출 데뷔작인 ‘…ing’부터 ‘어깨너머의 연인’ ‘미씽: 사라진 여자’까지 여성 서사에서 탁월한 감각을 보인 이언희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섬세한 시선을 이어간다. 특히 노상현이 연기한 동성애자 흥수가 지닌 갈등과 아픔, 두려움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언희 감독은 “원작 속 재희와 흥수를 더 알고 싶었고 그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은 생각을 갖고 서사를 채워갔다”고 밝혔다. 또한 두 주인공이 영화에서 일련의 사건을 겪는 과정에 대해 감독은 “두려워하고 피하기보다는 잘 대처하는 모습, 동시에 잘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고 작업 과정을 돌이켰다.
‘대도시의 사랑법’과 ‘조커: 폴리 아 되’는 대체 공휴일로 지정된 국군의날에 나란히 개봉해 개천절인 10월3일 특수를 노린다. 주말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휴일의 ‘호재’를 두 영화가 어떻게 가져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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