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딛고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사랑으로 품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관객을 찾아온다. 10년 이상의 시간을 발달 장애 자녀를 키운 엄마가 겪은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을 스크린에 옮긴 ‘그녀에게’가 오는 11일 개봉한다. 쉽게 공감할 수도, 어렵게만 대할 수도 없는 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이야기를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배우 김재화가 주연한 ‘그녀에게'(감독 이상철·제작 애즈필름)는 발달장애 아들과 엄마 상연의 이야기다. 직장에서 인정받으면서 경력을 쌓아 가던 상연은 어렵게 쌍둥이 남매를 낳지만 누나보다 느리고 더딘 둘째 지우가 자폐성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으면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마주한다. 영화는 장애를 지닌 자녀와 엄마, 둘뿐인 섬에 갇힌 것만 같은 상연이 상처를 딛고 당당하게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그동안 장애를 가졌거나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꾸준히 관객을 찾아왔다. 때론 뭉클한 감동으로, 때론 처절한 반성의 감정을 일으키면서 영화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한 작품들 틈에서 이번 ‘그녀에게’는 좀 더 특별한 위치에 있다. 김재화가 연기한 주인공 상연과 그를 둘러싼 이야기는 영화의 원작인 에세이를 집필한 작가를 모델로 했다.
원작을 쓴 류승연 작가는 쌍둥이 남매를 낳고 발달 장애 아들을 키우는 경험을 녹인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통해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둔 장애 자녀의 양육 과정을 풀어냈다. 당사자가 아니면 예상할 수 없는 현실의 어려움과 세상의 편견, 그 한계를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엄마와 아들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로 주목받은 책이다.
● 김재화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 영화”
‘그녀에게’를 연출한 이상철 감독과 프로듀서인 신아가 감독(영화 ‘속물들’ ‘밍크코트’ ‘어떤 시선’ 연출)은 장애를 다룬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류승연 작가의 책을 접하고 기존의 시나리오 대신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영화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제작 과정에서 투자 등 여느 상업영화들과 비교해 다소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지만 작품의 기획 의도와 가치에 주목한 이들이 합심한 덕분에 작품은 세상에 나왔다.
극중 상연은 아이가 아픈 이유가 모두 자신의 잘못인 것 같은 죄책감을 느낀다. 하필 내 자녀가 발달 장애를 갖게 됐는지 원망 섞인 생각도 한다. 하지만 엄마와 자녀, 그리고 가족은 장애라는 어려움을 딛고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는 존재다. ‘그녀에게’는 개인으로 시작해 가족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따스한 공감의 손길을 내민다.
영화를 이끄는 김재화에게도 ‘그녀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남았다. 최근 영화 ‘밀수’부터 ‘길복순’, ‘화사한 그녀’, ‘익스트림 페스티벌’ 등을 비롯해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등 작품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는 숨 가쁘게 일하는 가운데 일종에 ‘번아웃’ 상태에 빠져 서울에서의 생활을 접고 가족과 함께 강원도 양양으로 거처를 옮겼다. 아이를 낳고 쉬지 않고 일을 해온 상태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탓이었다.
바로 그 무렵 이상철 감독으로부터 ‘그녀에게’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양양으로 이사할 때만 해도 당분간 쉬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김재화의 결심을 바꿔 놓았다.
“치열하게 살아가던 중에 아이가 발달장애 판정을 받아 삶의 큰 변화를 겪는 상연과 제가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는 김재화는 “인생을 배우고,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 작품”이라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짊어진 삶의 짐이 무겁지만 그 안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상연과 비슷한 상황의 이들에게, 나아가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상연의 아들이자 발달 장애를 지닌 지우를 연기한 연기자 빈주원의 모습도 시선을 붙잡는다. 100여명이 참여한 오디션에서 지우 역할을 맡은 그는 촬영 당시 7세의 나이로 극 중 지우가 성장하는 4세부터 10세까지의 모습을 표현했다. 또한 발달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영화에 출연해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그녀에게’는 추석 연휴를 앞둔 11일 개봉한다. 이번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는 13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제작 외유내강) 외에 이렇다 할 작품이 없는 상황.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의 후속편의 등판에 대부분의 영화들이 자리를 피한 탓이다. 추석 극장가에서 ‘베테랑2’의 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그녀에게’ 역시 상영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관객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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