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변호사 업무시간 외의 모든 시간을 드라마 집필에 매진했어요. 변호사 시험을 한 번 더 본 것 같습니다.”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연출 김가람)의 극본을 맡은 최유나 작가의 말이다.
최유나 작가는 실제 이혼 전문 변호사이기도 하다. 현직 변호사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혼 변호사들의 고군분투는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함께 짜릿한 카타르시스까지 안기며 안방극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굿파트너’는 이혼 소송이 천직인 스타 변호사 차은경(장나라)과 감정이 앞서는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지난 12일 첫 방송한 ‘굿파트너’는 1회 7.8%(닐슨코리아·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해 3회 만에 10%를 돌파했다. 4회와 5회는 각각 13.7%와 12.1%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화제성도 뜨겁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공식 플랫폼인 펀덱스 발표에 따르면 ‘굿파트너’는 7월 4주차 TV 드라마 부문 1위, OTT를 포함한 통합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방송과 함께 공개되고 있는 OTT 플랫폼인 웨이브와 넷플릭스에서도 순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굿파트너’는 2024 파리 올림픽 중계의 영향으로 3주간 결방한 상태. 8월16일 방송을 재개하는 가운데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드라마를 집필한 최유나 작가가 제작진을 통해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 최유나 변호사, 웹툰 스토리→드라마 집필까지
최유나 작가는 드라마 집필에 앞서 2018년부터 웹툰인 ‘메리지레드’를 통해 작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한 바 있다. 웹툰은 최유나 변호사의 업무와 일상을 토대로 ‘막장 드라마’를 뛰어넘는 다양한 이혼 사례 등을 소개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현직 변호사로 겪은 다양한 이혼 소송의 경험은 드라마 집필로도 이어졌다. ‘굿파트너’는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치열한 일상과 함께 이혼을 마주한 사람들의 사연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내며 몰입감을 높인다.
“5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드라마를)준비했다”는 최 작가는 시청자들의 호평에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행복”이라며 “아무래도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에 많이 공감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상 깊었던 시청자 반응으로 “작가로서는 ‘맛있게 맵다’ ‘몰입감이 높다’ 등의 리뷰가 기뻤고, 변호사로서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생각과 편견을 깨줘서 고맙다’ ‘현직 변호사님 영업비밀 들켰네’ 등의 반응이 인상 깊었다”고 꼽았다.
현직 변호사는 어떻게 드라마 작가가 됐을까.
웹툰 ‘메리지레드’가 화제를 모으면서 이를 토대로 한 드라마의 집필 제안을 받은 그는 “극 중 한유리처럼, 20대에 변호사가 되어 사건을 다루며 혼란과 내적 갈등을 많이 느꼈다”며 “성장해 나가면서 제가 느낀 것들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장나라·남지현 캐릭터, 왜 ‘상극’인가 봤더니…
최유나 작가는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현실적인 딜레마”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간접적으로 이혼변호사라는 직업을 체험하고, 누군가가 이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보게 되길 바랐어요. 그렇다면 조금이나마 ‘이별을 예방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저마다의 사정이 있기에,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죠. 다르다는 것이 서로에게 큰 성장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최 작가는 극중 차은경과 한유리를 ‘상극’으로 설정했다.
실제 드라마는 효율을 최고로 중요하게 여기는 냉철하면서도 까칠한 차은경과 정의감 넘치고 감정적이지만 현실 앞에서 고뇌하는 한유리의 뚜렷한 대비를 통해 흥미를 높였다.
가치관과 삶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서 충돌했던 두 사람은 차은경의 이혼 소송을 계기로 짜릿한 팀플레이에 돌입한다. 가장 최근 방송한 5회에서 두 사람은 차은경의 남편인 김지상(지승현)과 내연녀 최사라(한재이)의 반격에 맞서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최유나 작가는 “수천건의 이혼 사건을 다룬 17년 차 이혼 변호사도 자기 일에 있어서는 마냥 이성적일 수만은 없다”면서 “차은경이 변호사로서의 이성적인 모습과 배우자에게 상처받은 사람으로서 폭발하는 감정적인 모습 중 무엇을 우선으로 택할지 지켜봐 주면 좋겠다”고 향후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배우들의 활약을 바라보는 작가로서의 만족도 밝혔다.
“장나라의 연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는 작가는 “차은경을 자칫 ‘센 캐릭터’로만 표현할 수도 있는데, 상황에 따라 때로는 차갑고 무심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잘 표현해 드라마가 훨씬 더 재밌어졌다”고 극찬했다.
남지현에 대해서도 “열혈 한유리 그 자체”라며 “눈빛에서 신입의 열정이 뿜어져 나오고, 다양한 표정으로 유리를 대본보다 더 매력적으로 표현했다”고 애정을 보였다.
“싸움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심판이 사라지는 순간 열정도 식는 법이야”라는 2회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 최 작가는 “13년 차 이혼변호사로서 서로 어떤 실익도 없이 하는 소송, 그저 싸움을 위한 싸움은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이 표현된 대사라 더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극을 쓰며 가장 애착이 갔던 에피소드로 아직 방송되지 않은 8회에 담길 내용을 꼽았다. “제가 엄마라서 부모와 자식 관련된 사건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쓰이는데, 그런 의미에서 8부 에피소드를 좋아한다”고 말해 다음 방송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우리 드라마는 결국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변호사들의 파트너십,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파트너십,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등 계속해서 등장할 에피소드 속 다양한 관계성에 주목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굿파트너’ 6회는 다음 달 16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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