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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인물들…김고은·변요한·이세영 통해 현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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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한국이 싫어서’의 한 장면. 오는 8월28일 개봉한다. 사진제공=디스테이션

활자로 태어난 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생명력을 얻는다. 독자들로부터 뜨겁게 사랑받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잇따라 공개된다. 원작의 고유한 정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작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개봉을 앞둔 영화 ‘한국이 싫어서’와 ‘딸에 대하여’, ‘대도시 사랑법’은 동시대 정서를 녹여낸 이야기로 꾸준히 사랑받은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공개를 앞둔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 아웃’과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역시 원작인 동명 소설의 토대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보태 시청자를 찾아온다. 

● 한국영화 소재 외연 넓히는 소설 원작 작품들 

8월28일 개봉하는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제작 모쿠슈라)는 신문기자 출신 소설가인 장강명 작가가 2015년 내놓은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반복되는 고달픈 일상에 지쳐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린 원작은 출간 당시 한국 사회에 퍼졌던 ‘헬조선’ ‘흙수저’ ‘탈조선’ 담론과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는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계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의 고민을 상징하는 인물로,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에서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간다. 이 모습을 통해 젊은 세대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를 담고, 삶의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한국이 싫어서’는 지난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먼저 공개됐다.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당시 개막작 초청 이유에 대해 “동시대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정직하게 그리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다루면서 한 여성이 성장하는 이야기로 정서적으로도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9월4일 극장에 선보이는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제작 아토)도 김혜진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2017년 발간된 원작은 성소수자 딸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로, 제36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동성을 사랑하는 자녀와 그 자녀가 사랑하는 여자, 이를 바라보는 부모가 혐오와 배척의 시선을 딛고 이해의 폭을 넓히며 앞으로 나아가는 내용으로 호평받았다. 특히 성소수자 자녀를 둔 엄마에게 초점을 맞춘 이야기로도 의미를 더했다. 

영화는 딸(임세미)과 딸의 동성 연인(하윤경)과 함께 살게 된 엄마(오민애)가 겪는 이야기다. 경제적인 문제로 동성의 연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딸과 삶을 공유하게 된 엄마의 복잡 미묘한 마음을 비추면서 이들 3명의 여성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대신 ‘최선의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창동 감독 ‘시’와 장률 감독 ‘춘몽’ 스크립터 경력을 지닌 이미랑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여러 작품을 통해 쌓은 서정적인 감성을 영화에 녹여낸다.

김고은과 노상현이 출연하는 '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김고은과 노상현이 출연하는 ‘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김고은과 노상현이 주연을 맡아 10월2일 개봉하는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제작 쇼박스)도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박상영 작가가 2019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집에 수록된 ‘재희’ 편을 토대로 하는 작품이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공개 당시 자유분방한 젊은 세대의 사랑과 이별을 경쾌하고, 깊이 있게 그려낸 퀴어 문학으로 호평을 얻었다. 2022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올랐고, 2023년에는 더블린 문학상에도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태생적 비밀을 숨기는 법에 통달한 흥수(노상현)가 동고동락하며 겪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다. 최근 ‘파묘’로 1000만 흥행을 일군 김고은이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 소설 원작의 영화들은 보다 현실과 밀접한 이야기를 통해 시대상을 담아낸다. 원작이 추구한 동시대 사람들의 고민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새로운 시선을 가미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한편 영화 장르만의 극적인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아직 작품들이 공개되기 전이지만, 잇따라 여러 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성과도 이런 경쟁력을 증명한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개봉에 앞서 9월 열리는 제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봉준호 감독 ‘마더’ ‘기생충’과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등이 초청됐던 부문이다.

토론토 국제영화제는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해 “사회 규범의 흐름 속에서 개인과 그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면서 “감정적인 공감대와 젊음, 정체성, 그리고 사랑의 복잡한 탐험을 매혹적인 시각과 함께 신선하고, 감동적으로 담아냈다”고 초청 이유를 공개했다.

영화와 별개로 ‘대도시의 사랑법’은 8부작 드라마로도 제작해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원작자인 박상영 작가가 드라마의 극본을 직접 집필하는 가운데 허진호, 홍지영, 손태겸, 김세인 감독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연출한다. 김고은의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원작 소설집에 실린 ‘재희’ 편을 다뤘다면, 드라마는 소설집에 수록된 각각의 이야기를 극화하는 방식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서 변요한은 살인사건 용의자 고정우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 아웃’에서 변요한은 살인사건 용의자 고정우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MBC

● 화려한 출연진…원작 소설로 캐릭터의 세계 먼저 이해 

안방극장에서도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공개된다. 

8월16일 첫 방송하는 MBC 새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 아웃’(극본 서주연·연출 변영주)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 고정우(변요한)가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아낸다.

드라마는 2011년 국내서 출간된 독일 출신의 넬레 노이하우스의 인기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옮긴 작품이다. 원작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추리 소설 시리즈인 ‘타우누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자 국내서는 처음 소개된 작가의 작품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후 한국 장르소설 시장에서 미스터리 유럽 소설 열풍이 일어나기도 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 아웃’은 영화 ‘화차’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 데뷔작이기도 하다. 변 감독은 “원작 소설을 각색한 서주연 작가의 대본을 재미있게 읽었고 배우 변요한이 먼저 캐스팅된 상태라 그 두 가지 이유만으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극중 변요한은 같은 반 여학생 두 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던 19살 고정우를 연기한다.

명문 의대 합격을 앞둔 어느 날 기억도 나지 않는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교도소에서 10년을 복역한 후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하지만, 주변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이상한 일 때문에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변요한은 풋풋한 고등학생부터 삶의 희망이 꺾인 서른살 전과자에 이르는 모습으로 극을 이끌 예정이다.

순수한 사랑 이야기의 대명사로 꼽히는 한·일 합작 소설을 드라마로 옮긴 시도도 이어진다. 9월27일 공개하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극본 정해심 문현성·연출 문현성)은 공지영 작가와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함께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일본 유학 중이던 홍(이세영)이 준고(사카구치 켄타로)를 만나 애절한 사랑과 이별을 겪은 후 5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재회하는 ‘운명적인 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모든 것을 잊은 여자 홍과 후회로 가득한 남자 준고의 사랑 후 이야기를 그린 감성 멜로드라마를 표방한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출연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드라마는 지난 2005년 출간돼 20여년간 사랑받은 스테디셀러를 원작으로 했다는 사실에서 주목받고 있다. 공지영 작가와 츠지 히토나리 작가는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남녀 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1년여 동안 소설을 공동 집필해 한겨레신문에 연재했다. 이를 묶은 단행본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반기 극장과 안방을 꽉 채울 베스트셀러 원작의 작품들에 참여한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미 소설을 통해 캐릭터가 지닌 세계를 폭넓게 이해한 배우들이 이를 극화한 작품에도 호기심을 품고 임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김고은, 변요한 등을 비롯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 이세영과 호흡을 맞추는 사카구치 켄타로 역시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우로 꼽히는 스타다. 국내서도 영화 ‘남은 인생 10년’을 비롯해 드라마 ‘시그널’의 일본 리메이크 작품 등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다. 

9월27일 공개하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쿠팡플레이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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