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은 ‘동조자’ 4회를 왜 ‘두 교황’ 감독에게 맡겼나
이번엔 ‘두 교황’의 감독인 페르난도 메이렐레스표 ‘동조자’이다.
박찬욱 감독이 각본과 연출 등 제작의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작품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The Sympathizer)가 지난 4월15일부터 OTT 쿠팡플레이를 통해 매주 1회분씩 공개되는 가운데 6일 선보인 4회분은 브라질 출신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연출해 눈길을 모은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브라질을 대표하는 연출자로, 1980년대에는 빈민가의 어두운 현실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다. 이후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하는 범죄 영화 ‘시티 오브 갓'(2002년)으로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콘스탄트 가드너'(2005년) ‘눈먼 자들의 도시'(2008년)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2019년) 등을 연출했다.
‘동조자’의 공동 쇼러너(co-showrunner)이자 총괄 프로듀서로 나선 박찬욱 감독은 모두 7부작인 이야기 중 전반부에 해당하는 1~3회를 연출했다.
이어 4회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5~7회는 영국 출신 마크 먼든 감독에게 각각 연출을 맡겼다.
박 감독은 “(나 혼자)7개 회차 연출은 무리였다”면서 “모든 걸 다 할 수가 없었다. 다른 감독을 기용하는 것도 쇼러너의 역할이어서 좋은 감독을 모셨다. 각본은 제가 쓰기 때문에 일관성은 담보가 됐고, 다른 감독들에게 의도나 연출 스타일에 대해서 설명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연출자가 달라도 “한 감독이 연출한 것 같은 균일한 톤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다만 그는 4회만큼은 “예외”라고 했다.
박 감독은 “네 번째 에피소드에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을 모신 이유는 이전 에피소드와는 독립된 내용이라 그렇다”면서 “저와는 다른 스타일의 감독이 연출하길 원했다. 활기 있는 연출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동조자’는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를 배경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호아 쉬안데)이 서로 다른 문화권과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이야기. 4회는 박찬욱 감독이 가장 코믹한 분위기와 패러독스를 담았다고 밝힌 에피소드이다.
4회분은 호아 쉬안데가 베트남전을 그리는 할리우드 영화의 자문역으로 나서면서 지독한 작가주의에 사로잡힌 감독(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미국의 시각으로 전쟁을 담아내는 과정을 그렸다. 극중 주인공이 겪은 실제 전쟁과 극중극 형식의 전쟁을 오가는 동안 그에게 닥친 괴리감과 트라우마 등이 빠른 속도의 영상으로 그려졌다.
메이렐레스 감독은 CF 출신 연출자답게 빠른 편집 등 감각적인 연출력을 과시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나와는)반대되는 스타일”이지만, 이전 에피소드와 다소 다른 결을 원했던 까닭에 그를 기용했다는 셈이다.
베트남전을 그린 영화의 자문을 맡아 괴리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린 대위. 사진제공=H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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