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의 ‘기생수:더 그레이’ 공개, 관람 포인트 총정리
연상호 감독이 새롭게 창조한 ‘기생수’는 어떤 모습일까.
1988년 처음 공개된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의 일본 SF 만화 ‘기생수’는 기생생물이 인간의 뇌를 장악해 신체를 조종한다는 기발한 상상력과 철학적인 메시지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공개 이후 30개 이상의 지역과 국가에서 누적 판매 2500만부 이상을 기록한 ‘메가 히트작’이다.
그동안 ‘기생충’은 매력적인 설정과 이야기에 힘입어 스핀오프 만화, 애니메이션, 실사영화 등 원작에 기반을 둔 2차 창작물이 꾸준하게 나오며 큰 사랑을 받았다.
4월5일 오후 4시에 공개하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더 그레이'(각본 연상호·류용재)는 한국을 배경으로 원작과는 다른 설정과 인물들로 세계관을 넓힌다.
시리즈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이 등장하자 이를 막으려는 기생생물 전담반 ‘더 그레이’가 결성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인 ‘하이디’와 공생하는 인간 수인(전소니)의 이야기를 그린다.
인간과 기생생물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기생생물도 인간도 아닌 존재로 거듭나는 수인은 점차 위험에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수인 역을 소화한 배우 전소니 외에 구교환, 이정현, 권해효, 김인권 등이 출연한다.
● 원작과 차별화 선언, 얼마나 다를까?
영화와 애니메이션, 시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연출자로 인정받는 연상호 감독은 영화 ‘부산행'(2016년)으로 K좀비 열풍을 일으켰지만 이후 ‘서울역'(2016년) ‘염력'(2018년) ‘정이'(2022년) 등 작품을 통해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선보인 드라마 ‘지옥'(2021년)으로 다시 호평을 받았지만, 이후 내놓은 ‘괴이'(2022년), ‘선산'(2024년) 등은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작품마다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면서 평가를 엇갈렸지만 이번 ‘기생수:더 그레이’는 연상호 감독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에서 기대를 모은다.
이야기는 “한국에 기생생물이 떨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감독의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원작의 세계관을 토대로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원작과 다른 캐릭터 설정과 내용을 다룬다.
캐릭터 설정도 다르다. 원작에서는 주인공 신이치의 손에 기생생물 ‘미기'(오른쪽이)가 깃들면서 직접 상호작용을 하지만, 이번 ‘기생수:더 그레이’에서는 주인공과 기생생물이 하나의 몸을 공유하고 일정 동안 의식을 나눠 갖는다. 주인공 수인과 기생생물 ‘하이디’의 관계가 원작과 다르다.
주인공 또한 남자인 신이치에서 여자 수인으로 변했다. 여기에 기생생물이라는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타이밍 또한 다르다.
원작에서는 기생생물이 비밀스럽게 그 실체를 드러낸다면, ‘기생수:더 그레이’에서는 첫 장면부터 기생생물 포자가 떨어지고, 기생생물에게 잠식당한 인물이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후 빠르게 기생생물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기생생물 전담반 ‘더 그레이’가 꾸려진다.
‘기생수:더 그레이’를 본 원작자인 이와아키 히토시는 “원작을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독자적인 발상과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엿보였다”면서 “원작자이면서 동시에 완전한 관객으로서 즐겁게 봤다”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은 ‘기생수:더 그레이’에 대해 원작이 지닌 ‘공존’이라는 주제에서 더 나아가 “인간과 다른 생물과의 공존, 혹은 변종들과의 공존, 인간이 자신과 다른 존재와 공존을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면서 “조직과 공존, 조직 안에서의 개인 같은 주제 또한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 연상호 감독과 첫 호흡, 전소니 연기 어떨까?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 류경수 등 이전에 합을 맞췄던 배우들과 꾸준히 작품을 함께 하기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소니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또 다른 주인공 구교환, 이정현과는 영화 ‘반도’를 함께 했다. 신선함과 안정감을 두루 갖춘 캐스팅이 돋보인다.
전소니는 자신의 몸을 노린 기생생물 하이디와 기묘한 공생을 시작하는 수인을 연기한다. 전소니는 하나의 몸속에 공존하는 인간 수인과 기생생물 하이디, 두 개의 존재를 소화했다. 인간과 기생생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변종’으로서 내적 갈등을 겪는 인물의 감정을 표현했다.
연상호 감독은 “상반된 인격을 가진 수인과 하이디를 훌륭하게 소화했다”면서 “수인의 감정에 젖어 눈물을 흘리다가도 다음 장면에서는 하이디가 되어 고난도의 액션을 선보여 놀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교환은 기생생물의 정체를 파헤치는 강우 역을 맡았다. 강우는 경쟁 조직의 추적을 피해 돌아온 고향에서 갑자기 사라진 동생과 어딘가 낯선 누나의 행적을 쫓으며 기생생물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수인과 동행하며 기생생물들을 추적한다.
이정현은 기생생물 전멸을 위해 모든 것을 건 기생생물 전담반 ‘더 그레이’ 팀의 팀장 준경을 소화했다. 남편을 빼앗아간 기생생물에게 강한 적개심을 가진 준경은 기생생물에 대한 집착과 함께 직접 기생생물에 맞서는 액션까지 소화했다.
● 대한민국 VFX 기술, 어디까지 왔을까?
‘기생수:더 그레이’는 다양한 형태의 기생생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간의 얼굴이 열리면서 기생생물의 정체가 드러나는 충격적인 장면과 끊임없이 스스로 형태를 변모시키는 촉수를 지닌 기생생물의 비주얼은 진일보한 대한민국의 VFX(visual effect, 시각 특수효과) 기술을 통해 탄생됐다. 기생생물의 비주얼은 만화적인 상상력을 단숨에 현실로 불러들일 것으로 보인다.
연상호 감독은 “‘기생수:더 그레이’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기생생물들이 등장하는데 각자 개성과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VFX 기술이 투입됐다”면서 “기생생물의 특징상 촉수의 모양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야 했기 때문에 하나의 모델링이 아닌 여러 개의 모델링을 만들었었다”고 설명했다.
홍정호 VFX 슈퍼바이저는 “원작의 설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기생생물의 콘셉트를 논의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거듭했다”면서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했다”고 덧붙였다.
기생생물뿐만 아니라 액션, 카 체이싱 등도 관람 포인트다.
촬영, 미술, VFX, 무술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완성된 대교 위 대규모 액션 장면과 카 체이싱 장면은 기생생물과 인간 간의 대립을 더욱 고조시키면서 장르적인 재미를 예고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