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광 만큼 ‘심박수’ 높이는 ‘내남결’ 김중희, 시청률 하드캐리
스크린에 ‘전두광’이 있다면 안방극장에는 ‘김경욱 과장’이 있다.
새해 안방극장에서 예사롭지 않은 인기를 얻기 시작한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연출 박원국)가 방송 초반부터 시청률 급상승을 거듭하는 가운데 한번 보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문제적 인물’이 등장해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한다. 주인공인 박민영이 맡은 인물 강지원을 사사건건 괴롭히고 온갖 악행을 거듭하는 김경욱 과장이다.
하필 그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 다름 아닌 김중희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늘 시선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발휘해온 바로 그 배우다.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잔혹한 살인범,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를 끈질기게 뒤쫓는 일본군 와다, 디즈니+ ‘무빙’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북한에서 온 기력자 림재석, 상영 중인 영화 ‘노량:죽음의 바다’에서 맡은 일본군 오무라까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맹활약한 주인공이다.
● ‘서울의 봄’ 황정민이 맡은 전두광에 견줄 ‘분노 유발자’
김중희가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맡은 김경욱 과정은 남편과 절친의 불륜을 목격하고 억울하게 죽은 뒤 10년 전으로 회귀한 주인공 강지원(박민영)을 사사건건 괴롭히는 직장 상사다. ‘아부’와 ‘정치’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로, 강지원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정수민(송하윤)을 애지중지 편애하는 동시에 품지 말아야 할 사심까지 품고 줄곧 이용당하는 캐릭터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하는 악당들은 때때로 등장해 시청률 상승에 기여해왔지만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김중희가 연기하는 김경욱 과장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직책이 높다는 이유 만으로 매사 강지원을 무시하고, 늘 궁지로 몰아 넣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대노’를 부른다. 12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서울의 봄’에서 관객의 분노를 유발한 전두광에 견줄 법한 활약이다.
그런데, 김경욱이라는 인물…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다. 전적으로 그 역할을 연기하는 김중희의 공이다.
김중희는 진짜 현실에 있을 법한 ‘얄미운 직장 상사’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하는 동시에 매 장면 코미디까지 버무린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면서 쌓은 연기력으로 가능한 입체적인 표현이다. 특히 ‘진짜 빌런’ 정수민이 정직원 채용을 목적으로 자신을 이용하는 줄도 모른채 시시때때로 둘이 아이 낳고 잘 사는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에서는 매번 큰 웃음을 선사한다.
● 출연작마다 시선을 빼앗는 탁월한 연기력
김중희는 참여하는 작품에서 출연 분량에 상관 없이 ‘장면을 훔치는’ 신스틸러로 활약해왔다.
지난해 공개한 ‘무빙’에서 소화한 북한 기력자 림재석 역이 대표적이다. 극 후반부 초능력을 지닌 부모와 자녀들이 연합해 벌이는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그가 등장하자마자 극의 긴장감은 배로 뛰었다. 영화 ‘거미집’에서도 마찬가지. 송강호가 주도하는 영화 촬영 현장에 보조 출연자로 동참한 무명의 배우 역을 맡아, 관객의 마음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활약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방송 4회 만에 시청률이 7.6%(닐슨코리아·전국기준)를 기록했다. 1월1일 첫방송에서 5.5%로 출발한 이후 거듭 상승하는 상황. OTT 플랫폼 티빙을 통해서도 공개되는 만큼 시청층이 분산됐지만 ‘본방’을 챙겨보면서 관심을 표현하는 이들은 빠르게 늘고 있다.
극중 김경욱 과장의 꿈은 ‘예쁘고 귀여운 아내를 만나, 아내가 매일 아침 끓여주는 고소한 된장찌개를 먹고 출근하는 삶’이다. 꿈도 야무지다. 어림 없어 보인다. 아직 드라마 방송 초반이지만 김경욱 과장의 꿈은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그는 박민영으로부터 ‘복수의 대상’이 돼 험난한 인생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박민영이 남편(이이경)과 절친을 상대로 벌이는 통쾌한 복수극의 한편에서 김경욱 과장을 향해 가할 응징에 시청자의 호기심이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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