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똑닮은 미모의 카페 알바생, 알고 보니…

평소 형부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을 하거나 조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기도 해요. 일하지 않을 때는 배우가 아닌 온전한 나로서 ‘리프레시’를 많이 하려고 해요.

[인터뷰] 배우 박보영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

배우 박보영의 애칭은 ‘뽀블리'(박보영과 러블리의 합성어)다. 작은 체구의 그는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사랑스러운 미소의 소유자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과 ‘힘쎈여자 도봉순’ 등으로 대중은 발랄하고 귀여운 박보영에 열광했다. ‘뽀블리’라는 수식어는 그렇게 견고해졌다.

그랬던 박보영이 올해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얼굴을 연속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제작 클라이맥스스튜디오)에서 재난의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윤리를 지키려는 주명화 역을 맡아 강단 있는 모습으로 활약했다.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극본 이남규·연출 이재규)에서는 타인을 배려하다가 정작 자신은 챙기지 못해 결국 극심한 우울증에 빠지는 간호사 정다은을 연기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음 일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낯선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호평받고 있다.

● “이전과 다른 모습, 갈증 해소해”

박보영 또한 “2023년도는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도, 기존에 했던 것과는 조금은 다른 역할이나 작품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선택했어요. 그 시도가 나쁘지 않은 결과로 돌아오는 것 같아 제가 지니고 있던 갈증도 많이 해소됐어요.“

무엇보다 박보영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참여하면서 “엄청 잘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인생 드라마’처럼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 역시 작품이 지닌 ‘힘’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12부작인 드라마에는 매회 사연이 다른 환자가 등장한다. 그들을 대하면서 간호사 다은은 이해심을 넓히고, 의료인으로서의 직업 정신도 일깨운다. 뜻밖의 상처도 받지만 그 상처를 극복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도 찾는다.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다면 누구든 에피소드 한편에는 무조건 공감할 것 같아요. 그래서 보는 사람들도 위로를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다은은 친절한 미소와 늘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따뜻한 신념을 가졌다. 하지만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며 정신병동에 입원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다은은 자신을 칭찬하는 칭찬 일기를 쓰고, 꾸준하게 상담을 받고 약을 먹으며 조금씩 차도를 보인다. 박보영은 실제로 자신을 위한 칭찬 일기를 쓰기도 했다.

“다은이랑 제가 맞닿아 있는 점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싫은 말을 잘 못하는 거예요. 다은이가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칭찬 일기를 쓰잖아요. 저도 써봤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주변에 써보라고 권유하기도 했죠.”

자신보다 늘 남이 먼저였던 다은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기보다 자신을 먼저 챙긴다. ‘정신병동에 입원한 간호사’라는 보이지 않는 시선에 위축됐다가 수간호사인 송효신(이정은)에게 “간호사 할래요”라며 서럽게 우는 장면은 다은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뭉클함을 안겼다.

● “현장의 선배, 초롱초롱한 눈빛 느껴져”

극 중 다은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솔직해지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면 박보영은 성장을 위해 “배우가 아닌 33살의 나를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배우라는 직업이 제 삶에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게 하는 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평소 형부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을 하거나 조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기도 해요. 일하지 않을 때는 배우가 아닌 온전한 나로서 ‘리프레시’를 많이 하려고 해요. 개인적인 시간을 중요하고 여기고 있어요.”

2006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박보영은 어느덧 데뷔 17년차를 맞았다. 작품을 이끄는 배우로서 책임감이 커지고, 그만큼 부담감도 높아졌다.

“현장에서 선배 쪽에 가까워졌더라고요. 2~3년 전에는 그 사실을 부정했는데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단계가 됐더라고요.(웃음) 제가 예전에 봤던 선배님들의 좋은 점들을 많이 따라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제 것만 잘하면 됐지만 이제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다 같이 잘 가야 결과가 좋다는 걸 느껴요. 스태프들도 하나 둘 눈에 밟히기 시작하고요. 저를 바라보는 초롱초롱한 눈들이 보이는 거 있죠. 하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박보영의 다음 얼굴은 무엇일까.

그는 “최근에 ‘힘쎈여자 강남순’에 특별출연했는데, 다시 밝은 작품을 할 때가 된 건가 싶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그 모습을 좋아해 줬다”며 “‘힘쎈여자 도봉순’도 많이 봐주더라”고 미소 지었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과 제가 원하는 것의 중간을 잘 찾아야죠. 사실 제가 원하는 방향의 작품이 언제나 들어오지도 않고,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운때’가 있더라고요. 그게 또 잘 오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