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없어 더 궁금한… 이태원 참사 다큐 ‘크러시’
미국에서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과정을 짚어낸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가 공개됐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시청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작품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높아만 가고 있다.
‘크러시’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파라마운트+를 통해 2부작으로 공개됐다. 지난해 10월29일 한국 이태원에서 159명이 사망한 비극적인 참사를 다룬 ‘크러시’는 2017년 일어난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11분'(2022년)을 연출한 제프 짐발리스트가 총괄 프로듀서로 나섰다.
다큐멘터리는 참사가 일어난 긴박했던 과정과 당시 인파가 집단 공황에 빠지게 된 원인 등을 현장 기록과 이후 제기된 여러 자료를 통해 완성했다.
내레이션 없이 이태원 참사 당일의 모습을 담은 CCTV 및 휴대폰으로 촬영한 현장 영상, 생존자와 목격자, 구조대원의 인터뷰, 경찰에 접수된 신고 녹취, 이후 이뤄진 청문회와 기자회견 등 280개 출처에서 확보한 1500시간 분량의 기록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 몇몇 유튜브 채널에 예고편 공개, 누리꾼 뜨거운 반응
한국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상황에 궁금증은 증폭되고 있다. 국내 공개 작품이 아닌 만큼 현재 파라마운트+ 공식 유튜브에서도 ‘크러시’ 예고편 등 관련 영상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국내 몇몇 유튜브 채널에서는 ‘크러시’의 예고편을 공유해 작품의 분위기를 짧게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공개된 예고편들에 달린 댓글의 반응은 뜨겁다. 한 영상은 800여개의 댓글이 달렸을 정도. 이에 누리꾼들은 “어떻게든 인터넷에 (다큐의 존재가)널리 퍼지면 좋겠다” “해외에서라도 다큐가 나와서 다행이다” “한국에서 꼭 보고 싶다” 등 의견을 쏟아냈다.
예고편에서 확인된 ‘크러시’의 일부 내용은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과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는 이태원의 모습을 조망하면서 시작한다. 핼러윈 데이를 맞아 코스프레를 하고 웃으면서 사진을 찍은 것도 잠시, 엄청난 인파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살려달라”는 절박한 외침이 들린다.
구조 대원으로 보이는 이는 “포기할 사람은 포기하고 살릴 수 있는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며 다급하게 말한다.
● 총괄 프로듀서 “세월호와 이태원 공통점, 희생자 대부분 젊은 세대”
미국에서 ‘크러시’를 본 이들과 외신 기자들이 남긴 SNS를 살펴보면 다큐멘터리는 이태원에서 벌어진 가슴 아픈 참사를 신랄하게 그렸다. 그렇지만 작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거나 이를 시청한 이들의 평가를 남기는 로튼 토마토, IMDb 등에서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어 궁금함을 더하고 있다.
총괄 프로듀서 제프 짐발리스트는 영국 매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잦은 시위 등 대규모 군중을 다루는 데 경험이 많은 한국이 왜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지난해 이태원 참사 때는 예외였는지 물어야 한다”며 “두 참사의 공통점은 참석자와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 세대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희생자 가족들은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보다 포괄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동 프로듀서인 조시 게이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 그들이 최소한의 대답을 들을 자격이 있고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미국 제외한 다른 국가 공개 계획은 아직 없어
‘크러시’는 현재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공개되지 않고 있다. 파라마운트+가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닌, 수급 콘텐츠이기 때문. 이는 제작사에서 만든 콘텐츠를 파라마운트+가 구매하는 방식으로, 현재 ‘크러시’ 제작사는 파라마운트+를 통한 미국 공개 외에 다른 국가와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서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는 파라마운트글로벌과 CJ ENM의 파트너십 체결에 따라 OTT 플랫폼 티빙 내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통해 일부만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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