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는 몽골몽골] 본 적 없는 ’26년 찐우정’이 빚은 따뜻한 예능
여행, 먹방, 리얼 버라이어티, 토크쇼, 방탈출까지. TV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가 다양해지고 장르도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지만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힙 콘텐츠’는 어김없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웃음과 재치를 넘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휴머니즘까지 녹여 냈다면 그야말로 ‘예능의 완전체’라 할 만 하다. 13일 막을 내리는 JTBC 예능 프로그램 ‘택배는 몽골몽골’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연예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26년 우정의 결정체 ‘용띠클럽’이 뭉친 ‘택배는 몽골몽골’은 몽골에서 말을 타고 택배 배송을 한다는 기발한 설정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지막 방송만 남겨둔 지금, 서로를 믿고 깊게 의지하는 출연자과 따뜻한 시선을 겸비한 제작진이 발휘한 진가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로 증명되고 있다.
● “말타고 택배하자!’ 한 마디로 시작한 2000km 오프로드 여정
배우 차태현을 중심으로 장혁, 김종국, 홍경인, 홍경민으로 이뤄진 용띠클럽은 1976년생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나 26년간 변함없이 우정을 쌓아온 사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스타들이 어느덧 4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우정과 믿음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끈끈한 관계를 맺으면서 보는 이들에게도 그 힘이 전달되고 있다. 덕분에 26년을 지나 30년, 40년동안 용띠클럽의 우정이 이어져 ‘택배는 몽골몽골’를 이어가는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라는 단단한 팬덤까지 형성되고 있다.
‘택배는 몽골몽골’은 지난 8월18일 방송을 시작한 9부작 예능 프로그램이다. 거리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낯선 초원의 나라 몽골을 찾아 택배을 한다는 설정에서부터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 기발하면서도 다소 황당한 기획의 시작은 장혁의 한 마디에서 시작했다. “몽골 가서 말 타고 택배를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제안은 용띠클럽 멤버들의 화합과 연출을 맡은 김민석 PD의 추진력으로 이뤄졌다. 2017년 KBS 2TV에서 방송한 예능 ‘용띠클럽-철부지 브로망스’의 연출자이기도 했던 김 PD는 6년 만에 멤버들과 재회해 푸른 초원과 거대한 호수, 은하수와 만년설이 공존하는 몽골로 향했다.
몽골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로 등장하지만 ‘택배는 몽골몽골’이 담은 몽골의 모습은 차원이 달랐다. 프로그램 9부작 전체를 오직 몽골 로케로 이뤄내면서 용띠클럽 멤버들에게 고산지대와 사막을 넘나드는 산전수전을 겪게 했다. 팀의 막내로 합류한 연기자 강훈까지 포함한 6명의 ‘생고생 오프로드 택배 배송기’는 그렇게 탄생했다.
● ‘사람 사는 이야기’ 녹여낸 휴머니즘까지
‘택배는 몽골몽골’이 다른 예능과 차별화를 이룬 부분은 국경을 넘어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따듯하게 바라보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시선에서 나왔다. 프로그램을 위해 출연자들을 모은 게 아닌 스스로 26년간 믿음을 쌓아온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뭉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더해 ‘유퀴즈 온 더 블럭’ 등 프로그램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정감 어린 시선을 바라봐 온 연출자 김민석 PD의 지향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택배는 몽골몽골’은 매회 출연자들이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오지로 나서 사연이 깃든 택배를 배달하고 다양한 이야기도 만들어냈다. 친구들의 우정 여행을 넘어,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시도로도 주목받았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들은 어디서도 꺼내지 않은 속 이야기를 풀어냈다.
실제로 차태현은 대중에게도 유명한 첫사랑 아내의 건강을 걱정하면서 눈물 짓는 모습을 보였다. 강훈의 설명처럼 ‘예능 중독자’일 정도로 예능 출연 경험이 풍부한 차태현이지만 이번처럼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낸 적은 없었다. 이런 모습은 시청자가 프로그램에 빠르게 몰입하는 동력으로 작동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주로 보이는 장혁의 반전 매력을 확인하는 기회 역시 ‘택배는 몽골몽골’이 제공했다.
앞서 프로그램을 처음 소개하는 제작발표회 자리에서부터 목선이 훤하게 드러나는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 ‘몽골 초원을 연상케 하는 스타일’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장혁은 ‘택배는 몽골몽골’에서도 친구들과 허물없이 어우러지면서 ‘막춤’까지 불사했다. 용띠클럽 친구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진심인지 엿보이는 장면이다.
장혁은 몽골 현지에서 한류스타의 면모까지 과시했다. 과거 장나라와 출연한 ‘명랑소녀 성공기’ 당시의 장혁을 기억하는 몽골 팬들이 나타나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류 드라마의 힘이 몽골의 외딴 지역에서도 확인된 순간이었다.
막내로 합류한 연기자 강훈은 무려 15살이나 많은 ‘형님들’과 어우러지면서도 할 말은 하는 당찬 면모를 보였다. 적극적인 리액션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북돋는 한편 특히 차태현과 주고받는 재치 넘치는 이야기로 프로그램에 활력까지 불어넣었다.
● 시즌2를 기대케 하는 ‘웃음’ 그리고 ‘따뜻한 힘’
“이제 나이가 차서 어딜가나 선배의 입장인데도 희한하게 우리끼리 있으면 철이 없어지고 마치 20대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는 홍경인의 말은, 프로그램 안에 고스란히 녹아 들었다.
스타덤에 오른 20대 때 만나 치열했던 30대를 거쳐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우는 40대 후반에 이른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는 마음으로 나이들어가는’ 동시대 스타들의 모습을 엿보게 했다. 몽골에서 택배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출발한 프로그램이 회를 거듭하면서 대중의 마음을 깊게 파고들 수 있었던 힘이다.
과연 용띠클럽의 이야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직 ‘택배는 몽골몽골’의 마지막회가 남아있지만,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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