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의 ‘치킨 유니버스’를 아시나요?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치킨인가.” (영화 ‘극한직업’ 중)
“죽어도 신선한, 신선한 치킨입니다.” (디즈니+ ‘무빙’ 중)
트롤리지(3부작)인줄 알았는데, 테트랄로지(4부작)였을 줄이야.
배우 류승룡이 4편의 주연작으로 이어가는 이른바 ‘치킨 유니버스’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간 여러 작품에서 치킨과 연관 있는 역할을 선보였던 류승룡이 차기작에서도 치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이어간다.
● ‘염력’은 시작일 뿐, ‘극한직업’ 치킨장사로 대박
류승룡은 연상호 감독의 ‘염력'(2018년)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딸 신루미(심은경)의 아빠 신석헌 역할을 맡아 치킨과의 ‘질긴 인연’에 돌입했다.
‘염력’은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석헌에게 갑자기 초능력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극 엔딩에서 석헌이 루미가 운영하는 ‘초능력 치킨’ 가게에서 염력을 사용해 맥주 서빙을 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2019년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에서는 치킨집 사장님으로 맹활약했다. 물론 그 치킨집은 해체 위기의 경찰 마약반이 범죄조직을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것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치킨집에 진심인 자영업자로 변모하는 형사들의 모습이 웃음을 안겼다.
류승룡은 영화에서 포기를 모르는 의지와 좀비 같은 생명력으로 무장한 고반장을 능청스러운 연기로 표현했다. 퇴직금까지 털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대박을 터뜨리자 낮에는 치킨 장사, 밤에는 잠복근무를 하는 이중 생활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형사와 치킨집 사장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느끼다가 내뱉은 대사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치킨인가”라는 말은 전 국민 유행어가 됐을 정도다.
치킨집 사장 류승룡의 활약으로 ‘극한직업’은 1626만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 역대 극장 개봉작으로 ‘명량’에 이어 흥행 2위에 올랐다.
● ‘무빙’에서는 “죽어서도, 신선한 치킨집” 사장
여기서 끝이 아니다.
류승룡은 지난달 종영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서 다시 한번 치킨집 사장으로 나섰다. 류승룡이 연기한 장주원은 다쳐도 금방 회복되는 무한 재생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로 과거 안기부 블랙요원으로 활약한 설정의 캐릭터다.
하지만 안기부의 손길이 딸 장희수(고윤정)에게까지 뻗치자 남들의 시선을 피해 숨고, 시간이 흘러 고3이 된 희수가 전학 간 학교 근처에 새롭게 자리 잡고 작은 치킨집의 문을 연다. 류승룡이 ‘또’ 치킨집 사장이 된 순간이다.
치킨집 운영이 처음이었는데도 능숙하게 대처한 ‘극한직업’ 속 고반장과 달리 ‘무빙’의 주원은 치킨 장사를 시작하면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문 전화가 울리자 화들짝 놀라며 “죽어서도 신선한, 죽어서도”를 되뇌는 그의 모습은 왠지 모를 짠함과 웃음을 동시에 유발했다.
류승룡은 최근 ‘무빙’ 종영 인터뷰에서 치킨과 연관된 역할을 맡는 소감에 대해 “한돈, 한우협회도 있으니까 한계협회에서 저를 홍보대사로 불러주면 좋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치킨집 사장은 ‘무빙’과 잘 맞닿은 소재”라며 “항상 옆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초능력자이고 위안과 힘을 주지 않나. 치킨도 그렇다. 축구를 응원할 때나 언제나 국민들과 함께하면서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 이젠 ‘치킨 전문 배우’라 불러다오
‘염력’부터 ‘극한직업’ ‘무빙’으로 계속된 류승룡과 치킨의 인연은 또 다른 작품으로도 이어진다. 무려 네 번째 치킨과의 인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이다.
‘닭강정’은 류승룡이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과 다시 한번 뭉친 작품. 어느 날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찾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민아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고군분투를 담은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류승룡은 피로 회복용인줄 알고 한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해버린 딸을 사람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기계의 사장’ 최선만을 연기한다. 이전에 본 적 없던 신선한 이야기와 ‘극한직업’으로 증명된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의 코미디 호흡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무엇보다 또 한번 치킨과의 인연을 맺으면서 전무후무한 ‘치킨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까지 얻을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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