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테이토 지수 85%] ‘한국이 싫어서’ 떠난 청춘의 치열한 질문
BTS와 블랙핑크,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전 세계가 K컬처에 빠져 한국에 주목하는 지금, 왜 한국의 젊은이들은 한국을 떠나려고 하는 걸까. 그에 대한 답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매일매일 출퇴근 지옥에 시달리며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던 계나(고아성)는 세상과 적당히 타협할 줄 모르는 아웃사이더. 직장 상사의 부당한 처사를 눈감아주기 어렵고, 집안 좋은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주는 백화점 상품권도 달갑지 않은 유나는 안정된 직장,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이별을 고하고 뉴질랜드로 떠난다.
영화는 한국을 떠나와서 뉴질랜드에서 치열하게 자기 삶을 사는 20대 여성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를 담는다. 계층에 따라 출발선이 다르고,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 성공과 행복의 기준이 자신이 아닌 타인과 사회에 의해서 결정되고 그 기준에 포함되지 않으면 소외되고 도태되는 세상, 한동안 한국사회를 강타했던 ‘헬조선’이다.
그렇게 떠나온 뉴질랜드에서의 삶도 순탄치 않다. 성공하기 위해 왔다고 말은 했지만, 번듯한 직장은커녕 파트타임 일자리의 연속이고, 인종차별을 겪으며, 법규범을 몰라 추방당할 위기까지 처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곳에서 계나는 자신의 삶을 산다. 만만치 않은 세상에 스스로 몸을 던져 부딪치고 깨진 끝에 도달한 결론은, “어쩌면 우리가 행복에 대해서 과대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대사와 함께 깊은 잔상을 남긴다. 그러한 그의 삶은 태도는 불확실한 미래의 큰 행복보다 작지만 확실한 오늘의 작은 행복(소확행)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의 성향과도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
‘한국이 싫어서’는 2015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회오리바람'(2009) ‘잠 못 드는 밤'(2012)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장건재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은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와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등 격변기의 한국사회를 경험하며 한국사회를 탈출하려는 여성 화자의 시점으로 쓰인 이 소설에 관심을 가졌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프로젝트마켓을 통해 영화를 완성했다. 주인공이 호주가 아닌 뉴질랜드로 떠나는 점은 원작과 다른 설정이다.
장건재 감독은 “제목보다 주목해서 봐줬으면 하는 것은, 주인공이 왜 자신의 삶의 환경을 바꾸려고 하는가다”며 “주인공을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의 선택과 도전을 통해서 한국 사회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이 작업을 통해 환기해보고 싶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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