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꿨다가 극 영화로 진로를 바꾼 건 ‘살인의 추억’ 때문이었어요.”
27일 개봉한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설경의 비밀'(‘천박사 퇴마 연구소’)로 데뷔한 김성식 감독은 애니메이션 전공자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신비로운 판타지 세계를 시각적으로 잘 구현한 감독의 특기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꿨다는 김성식 감독은 최근 ‘천박사 퇴마 연구소’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님의 ‘살인의 추억’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범인이 나오지 않는데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 영화에 매료돼 극 영화로 돌아섰다”면서 영화계 입문 계기를 들려줬다.
“봉 감독님이 ‘설국열차’ 연출한다고 했을 때, ‘설국열차’ 시나오를 써서 봉 감독님을 무작정 찾아갔다. 봉 감독님이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 날, 기다렸다가 ‘감독님의 연출부를 하고 싶다’면서 감독님의 손에 시나리오를 건네드렸다. 한 달 뒤에 ‘설국열차’ 측에서 연락이 왔는데, 영어를 못해서 아쉽게도 합류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해무’ 연출부를 하면서 제작자였던 봉 감독님을 뵐 기회가 있었다. 봉 감독님이 ‘그때 받은 시나리오 잘 갖고 있다’면서 알아보시더라. 그 인연으로 ‘기생충’의 조연출을 하고 ‘헤어질 결심’의 조연출을 할 수 있었다.”
김성식 감독이 연출부 시간을 거쳐 데뷔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극중 천박사가 악귀 범천(허준호)의 단서를 발견한 뒤 “10년만에 꼬리를 잡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10년만에 데뷔한 감독의 심경이 대사에 투영돼 있다.
최근 충무로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 ‘잠’의 유재선 감독 등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 제자들의 활약으로 새로운 활력이 돌고 있다. 김성식 감독은 두 거장의 밑에서 조연출을 경험했다. 그의 데뷔에 스승인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당근과 채찍(?)으로 제자를 응원한다고.
“박 감독님은 영화를 두 번 보셨는데 오락영화로서 재미있고 시원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봉 감독님은 VIP 시사회 때 바로 제 뒤에 앉아 영화를 보셨는데 많이 웃으셨다. 두 감독님 모두 디테일하게 모니터링 해주셨는데 봉 감독님은 ”잠’이 죽이더라’ 하시면서 유재선 감독과 경쟁의식을 부치기셨다. 저도 ‘잠’을 봤는데 봉 감독님 말씀처럼 진짜 대단하다 느꼈다.”
김성식 감독은 자신의 전공을 잘 살려 판타지 장르에서 한 획을 긋는 감독이 되고 싶은 바람이다. 그는 “할리우드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뛰어난 VFX영화가 많지 않냐”며 “나 또한 전공을 살려서 판타지 멜로, 판타지 액션 같이 시각적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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