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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희원 “악역 딛고 나랏밥 먹는 공무원의 연속”

디즈니+의 새로운 아들, 아니 삼촌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 이어 ‘한강’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김희원이다.

‘무빙’에서는 정원고등학교의 초능력자 3인방 담임 선생님 역할로 선생님의 권위를 살려줬다면, ‘한강’에서는 한강을 불철주야 지키는 한강경찰대로 몰랐던 한강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JTBC ‘힙하게’에서는 강력계 형사로 출연 중이다.

한때 영화 ‘아저씨'(2010년)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2017년) 드라마 ‘미생'(2014년) ‘눈이 부시게'(2019년) 등을 통해 악역으로 더 익숙했던 김희원이 ‘나랏밥’ 먹는 공무원 역을 연달아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희원은 “어떻게 하다 보니까 디즈니+ 작품을 연달아서 선보이게 됐다”며 “주변에서 디즈니+의 아들이냐, 삼촌이냐는 말이 나왔는데 삼촌이 좋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계속 악역만 오다가 이번에는 공무원만 온다. 항상 그렇다. 몰릴 때 쭉 몰린다”고 말했다.

'한강' 속 김희원과 '무빙' 속 김희원. 사진제공=디즈니+
‘한강’ 속 김희원과 ‘무빙’ 속 김희원. 사진제공=디즈니+

● “한강, 모든 일이 다 일어날 것 같은 공간”

13일 처음 공개된 ‘한강'(극본·연출 김상철)은 한강을 지키는 한강경찰대가 한강을 둘러싼 범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내용이다. 김희원은 한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손쉽게 처리하는 베테랑 춘석 역을 맡았다. 춘석과 한강경찰대 에이스 두진(권상우), MZ세대 신입 지수(신현승)는 망원지구대 소속으로 불법 단속부터 인명구조까지 한강의 모든 일을 처리한다.

“농담이지만, 우리가 ‘한강 갈 뻔했다’라는 말을 하잖아요. 한쪽에서는 ‘치맥’을 하고요. 한강뷰 아파트는 너무 비싸다는 말도 하죠. ‘한강’은 한강에 범죄가 일어난다는 설정이잖아요. 그게 제가 출연하게 된 이유였어요. 저에게 한강은 모든 일이 다 일어날 것 같은 공간이거든요.”

평소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려고 한강에 자주 가는 김희원은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한강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모래사장도 있고, 늪도 있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한강을 보면서 “신기했다”고 돌이켰다.

“연기를 사랑하지만,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는 김희원은 춘석을 연기할 때도 “당연히 책임감은 있지만, 완전 바른 사나이처럼 보이면 가짜처럼 보일까 봐 퇴근을 기다리고 ‘월요병’이 있는 직장인의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 춘석이 범죄를 해결하면 더 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기와 캐릭터에 대한 이런 접근 방법은 한때 배우를 관두고 싶었던 마음을 겪으면서 터득했다. ‘언제 연기를 그만두고 싶었냐’라는 질문에 김희원은 “30대 후반에는 심각하게 다른 직종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연기한 걸 보고 ‘저거 하려고 이러고 있었나?’ 싶었죠. 신문 구인란을 살펴봤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계속 배우를 했는데 40대 후반이 되고 나서야 ‘천직이구나’를 느꼈죠.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산다’는 제 삶의 이유를 알게 된 뒤였습니다.

● 실제 선생님 울린 연기…드라마 연출까지 도전

20일 마지막 회가 공개된 ‘무빙'(극본 강풀·연출 박인제)에서는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신분을 위장한 국정원 요원 최일환을 연기했다. 잠재적 능력자들을 국가 인재로 육성하는 임무를 맡았지만, 이와 별개로 아이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선생님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뭉클하게 표현했다.

최일한 선생님이 자꾸만 말썽을 일으키는 방기수(신재휘)를 끌어안거나, 제자인 김도훈(이강훈)을 때리는 북한의 요원 박찬일(조복래)에게 “학생은 내버려 두라”고 소리치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빙’ 속 김희원의 존재는 실제 교단에 서는 선생님들의 마음도 어루만졌다.

극 중 최일환과 마주 앉아있던 학부모 장주원(류승룡)은 갑자기 학교로 들이닥친 북한 요원들이 위협을 가하자 “지금 선생님께서 말씀하고 계시잖아!“라고 소리친다. 최근 교권 침해 이슈가 첨예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나온 장주원의 시원한 일갈은 실제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였다.

직접 선생님한테 들었는데, 그 대사를 듣고 울 뻔했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에는 제가 학교 다닐 때와는 많이 다른 거 같아요. 학교에서 국영수를 가르치는 게 선생님 역할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선생님한테 배우는 건 공부 말고도 더 있다고 봐요.”

“‘무빙’에서는 학생들을 혼낼 때 확실하게 혼을 내는 연기를 했어요. 그 모습이 실제 현실과 차이가 나는 것 같아서, 연기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죠.”

김희원의 활약은 ‘한강’과 ‘무빙’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 방송 중인 ‘힙하게'(극본 이남규·연출 김석윤)에서는 지방 소도시 경찰서를 지키는 원종묵 형사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순박한 형사의 모습과 함께 극중 상대역인 박성연과의 중년 로맨스도 펼친다. 이들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장면들을 패러디한 ‘쉰다섯 쉰하나’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기고 잇다.

김희원은 “패러디 장면에서 제가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남주혁을 연기해야 했는데 걱정이 컸다”며 “주변에 ‘재밌어?’라고 많이 물어봤고 ‘재밌다’는 감독님의 말만 믿었다”며 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김희원은 현재 드라마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

그는 강풀 작가의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조명가게’의 연출을 맡았다.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가 영화가 아닌 드라마 연출에 도전하기는 이례적이다. 김희원은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건방 떨면 안 된다. 늘 성실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믿음은 꼭 지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저 사람 쓸만하고 보고 싶어’라는 말을 듣는 걸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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