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만만한 배우, ‘거미집’을 보면 정수정이 보인다
“막내 정수정은 밀리지 않고 당차게 자기 몫을 톡톡히 해냈다.”
배우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거미집'(제작 앤솔로지스튜디오)에서 1970년대 충무로의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 역을 맡은 정수정(크리스탈)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정수정은 ‘거미집’에서 야심만만한 배우 역할을 당차면서도 야무지게 소화했다. ‘거미집’을 보면 정수정이 선명하게 보인다.
9월27일 개봉하는 ‘거미집’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영화감독 김열(송강호)이 서슬 퍼런 검열 아래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사이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작품 속에서 정수정은 바쁜 스케줄 때문에 김열 감독의 애를 태우다 마지막으로 온 주연배우 한유림과 극중극 ‘거미집’에서 공장 사장과 바람이 나는 젊은 여공 역할을 동시에 소화한다.
한유림은 하루면 된다는 조감독의 거짓말에 속아서 왔다가, 빠져나갈 궁리를 하며 김열 감독의 절대적 지지자인 신미도(전여빈)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거미집’의 남자 주인공 강호세(오정세)와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김열 감독의 속을 태운다. 하지만 카메라만 돌면 완벽한 연기력으로 모두의 시선을 강탈하는 그야말로 야심으로 가득 찬 배우다.
정수정은 화려한 외모와 도발적인 한유림을 자신만의 매력으로 표현했다. 오정세, 전여빈 등과의 호흡도 돋보인다. 여기에 70년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억양까지 소화했다. 1994년생으로 당시의 영화를 접해본 적 없던 정수정은 윤여정 주연의 ‘화녀’를 보거나 ‘말투 코치’와 호흡법과 과장된 액션을 연습하며 70년대 배우로 완벽 변신했다.
김지운 감독은 “정수정은 모든 순간, 매 호흡들이 오차 없는 계산과 순발력,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해석으로 정확한 표현을 보여준다. ‘거미집’은 정수정이 배우로서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될 작품이 될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에프엑스 멤버에서 칸 국제영화제 입성 배우까지
2009년 에프엑스 멤버로 데뷔한 정수정은 독보적인 스타일과 무대 장악력으로 K팝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유니크한 매력을 뽐냈다.
그룹 활동과 연기를 병행한 정수정은 드라마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 ‘상속자들’ ‘하백의 신부’ ‘슬기로운 감빵생활’ ‘플레이어’ ‘크레이지 러브’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특히 2020년 개봉한 영화 ‘애비규환’에서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5개월 차 임산부 차토일 역을 통해 싱글맘 연기에 도전하며 주목받았고, 올해 첫 상업영화인 ‘거미집’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무대까지 밟게 됐다.
이에 정수정은 ‘거미집’을 연기 인생 커리어의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으로 꼽으며 애정을 보였다.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박정수, 장영남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정수정의 ‘거미집’ 이후 행보가 기대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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