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동원 “아저씨 연기도 하고, 글로벌 문도 두드려야죠”
“잘생겼다는데 안 좋을 리 없죠. 물론 연기 잘한다는 말을 더 듣고 싶지만요.”
최근 언론에 첫 공개된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설경의 비밀'(‘천박사 퇴마 연구소’)은 온 가족이 명절에 함께보기 좋은 오락영화라는 평가와 함께,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강동원의 수려한 외모로 주목을 받는다.
21일 오후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천박사 퇴마 연구소’로 인터뷰에 나선 강동원은 외모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런(잘생겼다는) 얘기를 들어도 별 느낌이 없기는 한데 멋있다고 해주니까 좋긴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현대판 전우치'”
오는 9월27일 개봉하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귀신을 보지 못하는 가짜 퇴마사가 소녀의 몸에 빙의한 귀신을 쫓아내 달라는 의뢰를 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동원이 가짜 퇴마사로 변신했다. 천박사는 일견 ‘전우치’의 전우치와 ‘검사외전’의 한치원을 떠올리기도 한다. 전우치의 유쾌함과 한치원의 사기꾼 기질을 한 데 모은 캐릭터로, 강동원을 위한 맞춤옷 같은 캐릭터다. 강동원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내가 하면 재미가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며 큰 고민 없이 선택한 작품임을 밝혔다.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시작해서 반전과 장르적 변화가 있고, 주인공이 과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면서 적을 물리치는 전 과정이 매끄럽게 느껴졌어요. ‘전우치’ 향수도 불러일으켰죠. ‘현대판 전우치’ 같았다고 할까요. 2, 3년 전에 ‘전우치’를 했다면 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 영화가 벌써 15년전이 됐잖아요. 지금쯤 다시 하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
●나이듦 기대…추석영화 3편 다 잘됐으면
천박사가 앞선 작품들의 캐릭터와 다른 점은 사람의 몸에 빙의하는 범천(허준호)에 의해 가족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인물로, 이 점은 퇴마 연구소를 운영하는 천박사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강동원은 이를 위해 캐릭터에 여러 겹의 레이어를 쌓아놓고 주인공이 후반부에 가슴 아픈 가족사를 대면하는 장면에서 눌러둔 감정을 쏟아내며 전우치, 한치원과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를 강동원은 ‘나이듦’과 연륜으로 표현했다.
“아무래도 (‘전우치’ ‘검사외전’ 때보다)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경험과 세월이 어느 정도 얼굴에 묻어나서 사연도 더 있어보이는 느낌을 받았죠. 나이가 들수록 그에 맞는 새로운 역할이 생기니까 기대감 같은 게 있어요. ‘마스터’도 지금하면 그때보다 훨씬 더 잘할 것 같아요.”
2016년 개봉작인 ‘마스터’는 희대의 사기범을 잡는 지능범죄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영화로 강동원은 수사팀의 리더로 변신해 강직한 면모를 보여줬다. 당시에는 ‘어른 남자’ 같은 느낌을 보여주고 싶어 선택을 했는데 흥행과 별개로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해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아저씨 캐릭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강동원이 신인감독과 또 손잡은 영화로도 관심을 모은다. ‘의형제’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처럼 그는 신인감독과 작업하는 것에 대해 주저하지 않는다. 강동원은 “의도적으로 신인감독과 작업을 하는 건 아니지만 신인감독의 작품에 새롭고 에너지가 넘치는 지점이 있다”며 “그래서 신인감독과의 작업이 재미있고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팬데믹 여파와 OTT 시장의 성장으로 인한 침체가 장기화 상태고, 지난해 이어 올 여름시장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어 영화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 추석을 겨냥해 ‘천박사 퇴마 연구소’ ‘거미집’ ‘1947 보스톤’ 3편이 동시에 개봉하며 여름시장의 관객 나눠먹기 사태가 재현될까 우려가 적지 않다.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던 적이 2~3번 정도 있긴 한데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좀처럼 극복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무사히 넘겼으면 좋겠습니다. OTT 플랫폼이 생기면서 다양한 작품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OTT로 보는 것과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다르잖아요. 아무리 홈시어터 시스템이 좋아져도 극장만큼 좋을 수는 없죠. 요즘 영화 시장이 힘든데 세 영화 모두 다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어느 덧 40대, 더 많은 작품 남기고 싶다”
올해로 마흔 둘의 나이가 된 강동원은 어느덧 데뷔한지 20년이 됐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와 ‘늑대의 유혹’에서 어리숙했던 청춘스타는, 어느 덧 관객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배우로서 출연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걱정하고, 한국영화의 허리세대로서 미래를 고민하는 배우가 됐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났나 싶기도 하고, 지나간 많은 이들을 복기하면 참 힘들었지 싶기도 하고 양가적 감정이 들어요. 시간은 갈수록 빨리 간다더니 어른들 말씀은 역시 틀린 게 없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갈수록 연기가 편해지고 자신감도 생기면서 더 재미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킨다는 사실이 보람되고 즐거워요. 글로벌 문도 계속 두드려야죠. 죽기 전에 전 세계에 재능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고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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