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포테이토 지수 70%] ’30일’, 웃음이 겉도는 로맨스
서로가 없이는 죽고 못 살 것만 같아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이 증오와 원망만 남은지 오래.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는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다 급기야 협의이혼을 신청한다. 법원에서 30일간의 이혼숙려기간을 부여받고 돌아가는 길에 둘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린다. 완벽하게 헤어지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야 하는 상황. 이혼을 위한 기억 회복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내달 3일 개봉하는 ’30일’은 강하늘 정소민이 ‘스물’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코미디 영화다. ‘스물’에서 커플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30일’에서 부부로 진전된 관계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 관계가 끝에 달해 있다.
’30일’은 동반기억상실증을 소재로, 이혼을 앞둔 부부가 사고로 생판 모르는 남이 되면서 기억을 회복하며 관계를 리셋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만남에서 시작하지 않고 이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로, 남녀 관계를 그리는 많은 다른 이야기들과 차별화된다.
영화는 클리셰를 비틀거나 비껴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웃음을 유발한다. 이를 테면 나라 엄마 보배(조민수)가 정열에게 돈봉투를 건네는데 ‘이 돈 받고 헤어져라’가 아니라 ‘이 돈으로 혼수 마련하라’는 식이다.
이런 요소들이 웃음을 주기는 하지만, 기억과 관계의 상관성을 주목하는 영화의 의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웃음이 영화를 겉돈다. 주인공들이 기억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좋은 기억뿐 아니라 나쁜 기억도 떠올리며 관계 회복에 망설이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성급하게 풀어내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강하늘 정소민의 코미디 연기도 아쉽다. 찌질함과 똘기를 극대화한 캐릭터가 호감을 주기 힘든데다 코미디 영화임을 의식해선지 일부 과한 연기가 어색하고,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하는 티키타카도 유쾌함을 선사하지 못한다.
주변 인물들의 코미디 활약이 더 돋보인다. 아들 정열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숙정 역의 김선영, 정열과 나라의 오작교 기배 역의 윤경호는 설명이 필요 없는 감초 역할을 선보이고, 첫 등장 장면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조민수는 매 장면장면 웃음을 선사하는 이 영화의 히든카드다.
감독: 남대중 / 출연: 강하늘, 정소민 / 제작: 영화사울림 / 개봉: 10월3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코미디 / 러닝타임: 1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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