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효섭은 서울에서 태어나 만 6살에 캐나다 토론토로 가족과 이민을 갔다. 이후 17세에 국내 모 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찾아와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고 그렇게 한국에 홀로 오게 됐다. 어린 나이에 가족 없이 홀로 꿈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안효섭은 현재 여러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가장 최근 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다. 안효섭은 극중 1인2역을 연기했다.
[인터뷰] 안효섭 “‘너의 시간 속으로’, 가슴이 뛰었어요”
“시간이 지나서 ‘너의 시간 속으로’를 떠올리면 불현듯 마음이 아련해지는 느낌일 거 같아요. 마음 깊이 남아있어요. 제가 연기한 시헌이의 세월이 잊히지 않을 거 같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극본 최효비·연출 김지원)에서 애절하고 순애보적인 사랑을 표현한 배우 안효섭의 말이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효섭은 “사랑 하나로 거의 평생을 살아간 시헌의 모습을 내가 표현하면 어떻게 보일지, 안효섭이 연기했을 때 어떤 사랑의 형태가 나올지 궁금했다”고 했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 구연준(안효섭)을 그리워하던 한준희(전여빈)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날아가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남시헌(안효섭)과 친구 정인규(강훈)를 만나며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물이다.
타임슬립, 로맨스, 미스터리가 얽힌 이 작품에서 안효섭은 비행기 사고를 당한 준희의 오래된 연인인 연준과 그와 같은 얼굴을 한 고등학생 시헌을 연기했다.
이뿐만 아니라 장난기 넘치는 고등학생부터 20대, 30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쓸쓸한 40대까지 모두 소화했다.
“1차적으로 외적인 부분이 눈에 들어오니까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무엇보다 시헌이와 연준이가 지금 이 순간 어떤 감정과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상상을 많이 했죠. 눈빛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사람 얼굴에서 바꿀 수 없는 게 눈빛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나이 대마다 그에 맞는 눈빛이 담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한 작품에서 여러 가지 삶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욕심이 났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던 안효섭은 “스타일링을 고민하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시간대별로 깊이가 달라지는데, 이 상황을 몸으로 느껴야지 가능한 연기라서 설레기도 했다”고 말했다.
호불호가 갈렸던 장발에 수염 분장을 한 40대 스타일링에 대해서는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시헌이가 자기를 돌보지 않고 시간을 보낸 만큼, 그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의도가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에)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국내에서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들)를 만들어내며 인기를 끈 대만 드라마 ‘상견니’의 한국 리메이크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2019년 대만에서 방영된 ‘상견니’는 탄탄한 스토리와 영상미, 감미로운 OST 등으로 대만뿐 아니라 중국, 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사내맞선’을 촬영했을 때였어요. 대본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원작이 있는지 몰랐어요. 제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잘 읽히는 거고, 하나는 가슴이 뛰는 것입니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그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됐어요. 제 기준에 ‘너의 시간 속으로’는 독립성이 있는 작품이었죠. 나중에 찾아보니까 원작 팬이 많더라고요.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내 거 열심히 몰입해서 하자!’라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안효섭은 “이제 원작을 보기 시작했다”며 “촬영 전에 보면 아무리 따라 하지 않으려고 해도 머릿속에 남을 거 같아서 보지 않았다”며 “이제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볼 생각”이라고 미소 지었다.
2015년 tvN 음악 예능 ‘바흐를 꿈꾸며 언제나 칸타레 2’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얼굴을 알린 안효섭은 같은 해 MBC 단막극 ‘퐁당퐁당 LOVE’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이전에 JYP엔터테인먼트에서 3년 가까이 연습생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후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2018년) ‘어비스'(2019년) ‘낭만닥터 김사부 2′(2020년) ‘홍천기'(2021년) ‘사내맞선'(2022년) ‘낭만닥터 김사부3′(2023)까지 달려왔다. 아직 차기작은 확정하지 않았다.
안효섭은 자신을 “힘들다고 인정하면, 정말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홍천기’를 끝내고 앞으로 세 작품이 남아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어차피 해야 하는 거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는데, 몸이 무너지니까 마냥 낙천적이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잠깐 동안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었는데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이겨내고 할 일을 해냈어요. 3~4 작품을 연달아 하면 쉼도 필요하더라고요. 제 생각대로 안 되는 것도 존재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안효섭은 7월부터 아시아 투어를 통해 글로벌 팬들과 만나고 있다. 최근에 안효섭이 태양의 ‘바이브’를 추는 모습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한을 풀었다”고 웃으며 “사람들 앞에서 춰본 적은 없으니까 떨리기도 했다. 그래도 그 당시(연습생 시절) 내가 했던 노력이 헛된 게 아니고 다 쓰임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저에게 팬들은 환상의 인물들이었어요.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진짜인가?’ 싶을 때도 있었죠. 무대에 올라가서 보니까 너무 좋습니다. 그들 때문에 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낯부끄러워서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 하는데, 언제 또 볼지 모르니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어요.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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