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인성 부양·타이틀·시즌2″…박인제 감독이 말하는 ‘무빙’ 비하인드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누적 조회 수 2억회를 넘긴 강풀 작가의 웹툰을 실사화한 시리즈다.
지난달 9일 첫 공개 이후 새로운 회차가 공개될 때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형 히어로물’이 줄 수 있는 공감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매회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전개 방식, 캐릭터와 물아일체가 된 배우들의 연기력 등이 합쳐져 디즈니+의 확실한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화제의 시리즈 ‘무빙’의 연출자인 박인제 감독을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인제 감독은 ‘무빙’의 연출을 맡은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대본을 받았을 때가 제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또 새로운 거를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어요. 초능력 이야기는 할리우드에는 많지만, 한국에는 별로 없어서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죠.”
새로운 장르, 여기에 총 제작비가 650억원이 들었다고 알려진 만큼 성공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법했지만, 박인제 감독은 “이미 망해봐서(웃음) 거기서 오는 두려움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본다는 재미가 있었다”며 “작품의 성공유무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는 영역”이라고 대답했다.
캐릭터의 서사에 따라 장르를 넘나드는 것은 ‘무빙’의 인기 요인이다.
초능력자 2세인 김봉석(이정하)과 장희수(고윤정)는 풋풋한 로맨스가, 안기부 요원 김두식(조인성)과 이미현(한효주)은 서로를 속고 속이는 애틋한 멜로가, 장주원(류승룡) 에피소드는 누아르물이 연상됐다. 이재만(김성균) 이야기는 아들 이강훈(김도훈)을 위하는 부성애가 돋보였다.
박인제 감독은 “기본적인 뼈대나 설계 등은 대본에 잘 나와 있어서 잘 구현하면 전달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다만 비행 능력을 지닌 김봉석과 김두식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을 때 나오는 ‘부양’ 장면은 자신의 아이디어였다고 덧붙였다.
“원래 대본에서 두식과 미현의 키스 장면은 유머스러스하게 넘어가는데, 앞서 나온 (희수에 대한 감정으로 부양하는)봉석이와 엮어서 표현하면 어떨까 했죠. 샤갈의 그림 중 ‘선물’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재생 능력, 하늘을 나는 능력, 초인적인 오감 능력 등 초능력을 지닌 주인공들이 펼치는 감각적이면서도 화려한 액션 연출 또한 돋보이는 지점이다.
“저는 이야기와 캐릭터의 감정이 묻어나는 액션이 좋은 액션이라고 생각해요. 액션의 구상은 대본에 적혀 있는 캐릭터의 감정에서 시작해요. 예를 들어 대본에는 ‘프랭크(류승범)가 장주원을 쫓아간다’는 한 문장이지만, 연출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장주원을 쫓는 프랭크의 절박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는 거죠.”
원작에 없는 프랭크 역은 원래 백인으로 설정돼 있었다. 박 감독은 “아무리 생각해도 백인에게 무술을 시키고, 한국말도 어색하게 만들 자신이 없었다. 스턴트맨을 쓸 수도 있었지만, 프랭크는 묘한 연기를 해야 하는데, 안될 것 같았다”며 막막했던 당시의 심경을 고백했다.
“류승범 씨는 강풀 작가가 류승완 감독의 지인이라서 연결이 됐어요. 류승범 씨는 무술팀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입니다. 타고난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주먹 하나를 해도 멋있고 폼 난다고요.(웃음) 사실 저랑 마찬가지로 류승범 씨도 새로운 가족이 생긴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거든요.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 걸려든 거죠. 하하.”
‘무빙’은 회차마다 타이틀의 색깔이나 디자인이 바뀐다. 장희수의 과거가 나오는 5회는 ‘무빙’ 타이틀이 희수가 싫어하는 주황색으로, 장주원과 이재만의 하수도 액션이 나오는 14회는 물방울로 이뤄져 있는 식이다. 소제목 역시 매회 변화한다.
박 감독은 이를 “잔재미”라고 표현하며 “해보지 않은 거, 새로운 거 해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무빙’에는 인트로 시퀀스가 없다. 보통 특정 화면이 나오고 타이틀이 나오는데, 그 돈을 가지고 타이틀에 의미를 둬서 만들었다. 모든 타이틀은 그 회차의 내용과 연관됐고, 모든 소제목에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작 ‘무빙’의 세계관은 강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브릿지’로 이어진다. 때문에 ‘무빙’ 시즌2 역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박 감독은 “내 몫은 아니다. 원작을 가진 강풀 작가가 써야 하는 것”이라며 “(만약 시즌2를 하게 된다면) ‘무빙’을 하면서 배운 것들이 있어서 더 업그레이드된 화면들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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