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은 이한별, “넌 존재 자체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첫 작품으로 주연을 맡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되는 작품이다.
나나, 고현정과 같은 역이기도 하다. 베일에 싸여있다가 화려한 플래시 세례와 함께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모든 건 만 31살 신인 배우 이한별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가장 뜨거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 같은 이한별은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머리가 차가워졌어요.“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극본·연출 김용훈)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이한별·나나·고현정)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한별은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방송 BJ를 하는 회사원 김모미 역을 통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김모미 일대기의 첫 포문을 연다. 10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이 역할을 손에 넣었다. 김용훈 감독은 “연기를 하고 싶은 커다란 열망이 김모미가 느끼는 감정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했다“며 이한별을 캐스팅한 이유를 공개했다.
이한별은 그 캐스팅 과정을 이렇게 돌이켰다.
“에이전시에 돌려놓은 제 프로필을 보고 연락이 왔어요. 사전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자유연기를 한 영상을 (제작사에)보냈어요. 대면 오디션을 볼 때 웹툰 원작이라는 정보를 알게 됐죠. 웹툰을 봤는데, 너무 강해서 이걸 기반으로 준비하는 것이 맞을까 싶었죠. 그래서 웹툰과 별개 작품이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보고 느껴지는 대로 연기를 했어요. 오디션 자체가 소중한 기회라서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마음이었죠.“
이한별은 “설마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디션을 보고 나면 다음 연락을 기다리게 됐다. 오디션을 보는 중에도 공고가 올라오고 주변 친구들도 오디션을 본다고 해서 ‘나는 아닌가 보다’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고대하던 최종 합격 이후에는 “당연히 감사했지만 들뜨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최종 합격 전에 한 달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어요. 안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여러 생각이 들었죠. 제가 해야 할 것들이 참 많더라고요.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죠. 최대한 저를 갈아 넣어서 다 쏟아낼 각오를 했지만, 부담감이 있었어요. 저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 대단한 선배님들과 잘 맞춰야 했으니까요. 이미 너무 많은 생각을 한 상황이라서 합격 후 오히려 머리가 차가워졌죠.“
이한별은 20대 초반 1인극을 보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소극장에서 혼자 2~3시간씩 연기를 하는 배우를 보고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연기와는 상관없는 학부였지만, 착실히 마친 뒤 (웃음) 고향인 구미에 내려갔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으로 연기에 도전하기 시작했다”고 돌이켰다.
그녀의 나이 20대 후반의 일이었다. 그렇게 단편, 독립영화 등에 출연했고 ‘마스크걸’을 만나게 됐다.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외모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한 김모미는 낮에는 무채색의 오피스에서 고단한 하루를 버티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가면을 쓴 인터넷 방송 BJ 마스크걸로 활약하며 감출 수 없는 ‘끼’를 발산한다.
이한별은 “전반부에 시청자들이 이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모미는 그녀의 서사보다 수많은 인물들과 엮이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부분이 크다. 주변 인물들이 모미의 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모미가 내 주변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모미는 희한하고 이상한 행동들을 하잖아요. (웃음) 그럼에도 저는 모미를 통해 인간적인 모습들이 순간순간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습니다.”
‘마스크걸’은 공개 2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부문(비영어) 정상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이한별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감사한 일이 맞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관심 가져줘서 놀랐다”고 고백한 이한별은 “새로운 길이 시작됐다는 느낌은 든다”고 이야기했다.
“반응은 곧 사라지겠죠. (웃음)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차분하게 마음을 다 잡고 있습니다. 이걸로 끝나서는 안 되니까, 솔직히 더 심기일전하고 있어요. 주목을 받는다고 연기가 더 좋아지거나 좋은 배우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아요. 제가 너무 사랑하는 일을 하게 됐으니까 하루하루 현장을 즐겁게 나가면서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오디션을 준비하기 시작한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무려 2년간 ‘마스크걸’에 온 힘을 쏟아부으며 전력을 다했다. 세 번의 인생을 살며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그려낸 이한별은 김모미에게 “넌 존재 자체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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