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극장가가 뜨거워질 것 같다. 유해진과 강하늘 박해준이 주연한 영화 ‘야당’이 16일 개봉한다. 갈수록 정교하고 악랄해지는 마약 범죄와 그 틈을 파고들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 이들이 한 데 얽힌 뜨거운 대결이 스크린에서 펼쳐친다.
이야기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강수(강하늘)와 검사 구관희(유해진)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감형을 조건으로 마약 뒷거래를 알려주는 정보원을 제안받은 강수는 이를 받아들여 ‘야당’이 된다. 마약 거래의 흐름과 비밀 꿰뚫고 있는 존재, 그 은밀한 세계를 경찰이나 검찰에 전하는 존재를 칭하는 은어가 다름 아닌 야당이다. 강수와 관희의 합작으로 마약 수사는 성과를 내지만 그럴수록 마약 수사대 형사 오상재(박해준)는 허탕만 친다. 영화는 출세욕에 사로잡혀 권력과 결탁하는 부패한 검사와 그의 욕망 탓에 나락에 떨어진 형사와 야당이 합심해 벌이는 복수를 다룬 범죄 액션 영화다.
‘야당’은 관객이 선호하는 액션을 가미한 범죄물을 내세우면서 시의성을 겸비한 사회 비판의 목소리까지 더한 영리한 영화다. 이를 이끄는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믿고 보는 배우 유해진, 최근 ‘폭싹 속았수다’의 관식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박해준 그리고 이들 사이에 놓인 영화의 핵심 강하늘이 물러서지 않는 불꽃 대결을 벌인다. ‘야당’을 극장에서 보려고 예매를 서두르는 관객을 위해 이 작품의 감정과 약점, 기회와 위기를 ‘SWOT 분석’으로 살폈다.
● 강점 (Strength) …현실 녹인 각본의 힘, ‘최고들’의 합작
각본의 힘은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야당’은 검사와 형사, 마약범죄자가 뒤엉킨 범죄 액션 영화로 관객에 친숙한 장르물을 내세우지만 소재만큼은 새롭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야당의 존재를 전면에 드러내는 영화도 처음이다. 마약 수사를 은밀하게 돕는 조력자이자 정보원의 존재는 알음알음 알려졌지만 그 존재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시도 역시 ‘야당’이 처음이다.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황병국 감독은 직접 마약 수사 담당 형사들과 검사를 만나고 실제 야당으로 활동한 인물들을 통한 꼼꼼한 취재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근간은 리얼리티로 채웠다. 현실을 반영한 범죄 액션영화에 관객의 선호가 높다는 점을 파고든 영리한 선택이다. 그 과정에서 감독은 마약 투약을 의심받아 형사에게 붙잡혀 소변 검사를 받는 등 우여곡절까지 겪었다.
마약은 욕망과 만났을 때 더 큰 폭발력을 지닌다. 영화에서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아들(류경수)이 얽힌 지저분한 마약 사건을 중심에 두고 검사와 형사, 야당의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관계들이 묘한 기시감을 형성하는 가운데 각기 다른 욕망을 지닌 이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뒤돌아보지 않고 질주한다. 시간을 확인할 틈을 주지 않는 영화다.
‘야당’은 주연 배우들부터 주요 스태프, 프로덕션을 완성한 제작사까지 그동안 한국영화 흥행을 이끈 주역들이 뭉쳤다. 한두명에만 기댄 영화가 아닌, 고르게 인정받은 실력자들의 만남은 그 작품의 완성도를 보증하는 기준이 된다. 13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서울의 봄’과 ‘파묘’의 촬영을 맡아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짜릿한 완성도를 증명한 이모개 촬영감독, 역시 ‘서울의 봄’과 ‘내부자들’ ‘하얼빈’ 등을 통해 프로덕션 실력을 증명한 영화사(하이브미디어코프)가 뭉쳤다.

● 약점 (Weakness)…익숙한 마약 소재 차별화 관건
‘야당’은 믿었던 누군가의 배신으로 나락에 떨어진 인물들이 공통의 복수심을 품고 작전을 펴는 이야기다. 얼핏 이병헌의 ‘내부자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추락한 인물이 권력자에 맞서는 복수극은 그만큼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주는 설정이다.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언론 배급 시사회 등을 통해 ‘야당’은 대체로 호평이 집중됐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즐기는 쾌감을 선사하는 영화가 나왔다는 점에 반가움을 표하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다만 눈치 빠른 관객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예상 가능한 대로 흘러간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흥행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택이다.
마약 소재가 얼마나 새로울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이미 마약은 범죄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설정이자, 최근 OTT 시리즈의 단골 소재로도 등장한다. 관건은 차별화. 낯선 존재 야당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기존의 마약 소재 영화들과 다른 길을 걷겠다고 선언하는 영화는 마약에만 한정하지 않고 그 시선을 권력에 기생하는 정치 검찰로도 확장한다. 유력한 대권 주자의 편에 서서 사법 질서를 뒤흔드는 검사 구관희는 영화에서 비열한 인물로 묘사되지만, 비단 영화에 등장하는 허구의 캐릭터로만 바라볼 수 없게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현실이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 기회 (Opportunity)…역동적인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
‘야당’의 액션은 허명행 감독이 맡았다.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부터 ‘헌트’ ‘백두산’ 등 대작의 액션을 설계하고 지난해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4’의 연출까지 맡은 감독이다. 그가 ‘야당’에 주력한 액션은 ‘생동감’이다. 인물들이 쫓고 쫓기는 상황이 실제처럼 보이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리얼리티와 기술의 조화를 효과적으로 이루고자 했다”는 감독의 설명처럼 각 인물의 성향에 맞춘 액션으로 극에 긴장을 불어넣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3명의 인물, 검사 관희와 형사 상재 그리고 야당 강수가 뒤엉킨 액션이 대표적이다. 혼잡한 지하철역을 가로지르는 추격 액션은 지형지물을 기발하게 이용하는 아이디어도 빛난다. 마약 제조 공장과 수산물 운반 차량 등 한정된 공간에서 여럿이 맞붙는 집단 액션 장면에서도 특유의 타격감이 느껴진다. ‘야당’은 아이맥스 스크린에서도 상영한다. 극장에서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역동적인 영화를 기다린 관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 위기(Threat)… 극장 관객 감소 돌파구 시급
극장으로 관객을 얼마나 불러모을 수 있을까. 만반의 준비는 마쳤지만 모객이 문제다. 올해 들어 극장 관객수가 반등의 기미 없이 하락세를 거듭하는 상황은 ‘야당’ 뿐 아니라 개봉을 앞둔 영화들 앞에 놓인 고민이다. 현재 200만명 돌파를 앞둔 ‘승부’가 선전하고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3, 4월의 극장 관객수는 급감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과 4월 극장을 찾은 관객은 각각 1169만7143명, 933만4928명이다. 2월 말 개봉한 ‘파묘’와 ‘듄:파트2’, 4월 말 공개한 ‘범죄도시4’ 등이 흥행을 주도하면서 전체적인 극장 관객을 견인했다. 반면 올해 3, 4월에는 ‘승부’와 ‘미키17’ 외에 이렇다 할 영화가 없는 상황에서 3월 극장을 찾은 관객은 643만7888명, 이달은 14일까지 211만1843명에 불과하다. 아직 4월은 절반이 남았지만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극장 관객이 회복될 수 있는 돌파구가 시급하다. ‘야당’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여유롭게 주어진 시간은 2주. 오는 30일에는 마동석 주연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가 개봉하는 만큼 그 이전까지 비교적 여유롭게 상영관을 확보해 관객 동원을 겨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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