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선 상상하는 것은 뭐든지 만들 수 있어. 한계가 없으니까.”
꿈 많던 소년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된 스티브(잭 블랙)는 인생의 무료함을 느낀다. 어릴 때 종종 찾던 광산에서 우연히 땅의 수정과 지배의 구슬로 명명된 두 개의 큐브 조각을 발견한 그는 다른 세계인 ‘오버월드’로 넘어가는 포털을 열게 된다. 모든 것이 네모난 세계에서 일종의 개척자가 되어 탐험하던 스티브는 지하 세계 네더의 말고샤(레이첼 하우스)에게 큐브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이에 스티브는 늑대 데니스에게 큐브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놓으라고 부탁한다.
또 다른 공간. 비디오 게임 챔피언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게임숍을 근근이 운영하는 개릿(제이슨 모모아)이 경매로 사들인 물건 안에 그 큐브가 들어있다. 과학자를 꿈꾸는 괴짜 소년 헨리(세바스찬 한센)는 우연히 발견한 큐브를 무심코 조립했다가 오버월드로 빨려 들어가고, 그 모험에 누나 나탈리(엠마 마이어스)와 부동산 중개업자 던(다니엘 브룩스) 그리고 개릿이 동행한다.
자레드 헤스 감독의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2009년 발매된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세계관에서 파생된 영화다. 제목인 마인크래프트는 광산(Mine)과 기술(Craft)의 합성어, 게임의 세계는 모든 것이 네모난 블록으로 설계돼 있다. 정해진 목표 없이 자유롭게 다양한 미션을 실행하는 게임은 플레이어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줄기를 뻗어나가는 형태다. 대부분의 게임은 플레이어가 서사를 따라가면서 수행해야 하는 퀘스트를 받지만 마인크래프트는 다르다. 플레이어의 활동에 제약이 없고 건축이나 사냥, 농사, 채집, 탐험 등 다양한 설정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도 있다.
결국 상상력이 ‘마인크래프트’를 상징하고, 이를 옮긴 영화에서도 그 흐름은 이어진다. 게임의 인지도가 높은 북미에서는 영화를 향한 관심도 뜨겁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개봉 2주만에 2억7886만 달러(3978억2860만원)의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은 5억5266만 달러(7883억2115만 원)로 집계됐다.

● 게임 정체성 차용했지만 빈약한 서사
영화는 공백으로 남아있던 게임의 스토리라인을 주인공들의 모험과 성장 이야기로 확장한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던 스티브는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인가”를 반문한다. 성공한 삶을 살 줄 알았지만 낙오자가 된 개릿,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나탈리와 던은 어릴 때의 꿈을 잊고 이제는 ‘재미없는 어른’이 돼 있다. 이들은 큐브를 통해 열 수 있는 가상의 세계 오버월드에서만큼은 자신을 규정하던 제약들을 과감하게 깨부순다. 마찬가지로 별종이라 취급되던 헨리의 생각들은 오버월드에서 난관을 극복하는 유용한 기폭제가 된다. “인생이란 게임에서 승리하는 법”을 다시 한번 배우고 익히는 셈이다.
원작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들이라면 영화 곳곳에 숨은 요소들을 찾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작업한 프로덕션 디자이너 그랜트 메이저는 실제 촬영 세트의 모든 블록을 표준화된 규격으로 구성하고, 자갈이나 흙, 나무의 고유한 질감을 살리기 위한 작업도 거쳤다. 잭 블랙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네모 블록을 이용해 건축을 하거나 철, 다이아몬드 등 광석을 활용해 무기도 만든다.
다만 게임의 정체성만 차용한 탓에 이야기의 뼈대가 전체적으로 빈약하다. 현실 세계에서는 개성 없이 살아가는 인물들이 오버월드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나아간다는 메시지도 ‘뻔한’ 공식처럼 평면적으로 다뤄진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주인공들이 건축물을 짓고 무기를 만드는 과정의 재미에 초점을 맞췄을 뿐, 가장 중요한 ‘상상력’의 세계 즉 어른과 아이의 상상력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 문제를 해결하는지 뭉뚱그려져 있다.
또한 인물들이 갈등이나 그 세계의 문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대사와 내레이션으로 유추해야 하는 한계도 있다. 무한한 가능성으로 채울 수 있었을 법한 인기 IP 마인크래프트의 세계가 빈약한 서사에 그친 점은 아쉽다. 북미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게임과 친숙하지 않다면 영화 그 자체로 즐기기에는 진입장벽이 있다.

감독 : 자레드 헤스 / 출연 : 제이슨 모모아, 잭 블랙, 다니엘 브룩스, 엠마 마이어스, 세바스찬 한센 외 / 배급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 개봉일: 4월26일(국내 개봉)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01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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