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광수를 떠올릴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평가는 예능에서의 활약이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시작으로 SBS ‘런닝맨’과 tvN ‘콩콩밥밥’까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친숙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사랑을 받은 영향이다. 하지만 최근 공개한 두 편의 주연 드라마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과감한 연기 도전을 거듭하면서 예능 속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배우로 단단히 뿌리내린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이광수는 주연을 맡은 tvN 월화드라마 ‘이혼보험'(극본 이태윤·연출 이원석)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악연'(극본·연출 이일형)을 비슷한 시기에 공개했다. 일 처리에 빈틈이 없는 보험 전문가부터 허세 가득하지만 실상은 찌질한 한의사로 빠르게 얼굴을 바꾸고 있다. 전혀 다른 장르의 이야기에서 공통점 없는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진가를 발휘한다.
지난달 31일 첫 방송한 ‘이혼보험’은 한 보험사의 혁신상품개발팀을 배경으로 전문가들이 모여 이혼보험 상품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이광수는 리스크 서베이어라는 업무를 맡은 안전만 역이다. 효율적인 보험 프로그램을 설계하기 위해 사전에 위험도를 체크하고 사고를 방지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인물이다. 대중에게 익숙했던 친근하고 능글거리는 말투 대신 똑 부러지는 이성적인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광수는 “‘이혼보험’의 안전만은 그동안 해왔던 역할 중 가장 똑똑하다”며 보험 전문가들의 이야기인 만큼 “대사에도 굉장히 어려운 말들이 많고 실제로 처음 보는 말들도 있다”고 밝혔다. 캐릭터뿐 아니라 대사를 표현하는 과정도 도전의 연속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캐릭터가 이혼보험 팀 내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눈여겨 봐주면 좋겠다”고도 희망했다.
이광수와 평소 절친한 관계인 배우 이동욱이 ‘이혼보험’을 함께 이끄는 상황도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들은 극중 초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팀에서 일하는 동료 사이로 만났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면서도 내심 서로를 향한 믿음을 지닌 사이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반면 ‘악연’에서 이광수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분노와 울분을 참지 못해 구겨진 표정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질기디질긴 관계로 얽힌 6명의 비극을 그린 이야기에서 이광수는 허세 가득한 한의사 안경남 역을 맡아 2회 ‘시체를 유기한 남자’ 편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연인 유정(공승연)의 마음 얻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남자친구의 모습처럼 보이는 그는 데이트 도중 음주운전을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에 휘말린다. 사고 피해자를 유기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그 과정에서 본색을 드러낸다.
“예전부터 악역을 해보고 싶었다”는 이광수는 ‘악연’을 통해 꿈을 이뤘다면서 “(음주 운전)사건 이후로 안경남이 점점 처절하고 치졸해지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도 밝혔다. 극중 안경남은 유정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분노하면서 폭주한다. 일련의 상황을 표현하는 이광수의 날선 모습은 시청자들로부터 ‘재발견’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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