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세 소년이 같은 반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의 시간'(Adolescence)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부모나 교사가 통제할 수 없는 온라인 세계 속 청소년 문화와 그로 인한 문제와 갈등이 실제 청소년, 특히 청소년 남성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지난 13일 공개된 ‘소년의 시간’은 제이미 밀러(오언 쿠퍼)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10대 소녀 케이티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한 가족이 무너지는 모습을 그린다. 끔찍한 사건 이후에 제이미의 가족과 심리 상담사, 그리고 담당 형사가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총 4부작으로 이뤄진 드라마는 매회 50~60분량으로 이뤄졌다. 모든 에피소드마다 단 한번도 끊어지지 않는 원테이크 촬영 기법을 차용해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고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극중 제이미의 아버지인 에디 밀러를 연기한 스티븐 그레이엄에 따르면 ‘소년의 시간’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영국에서 급증하는 흉기 범죄에서 영감을 받았다. 스티븐 그레이엄과 영화 ‘보일링 포인트'(2022년)를 함께 작업한 필립 바랜티니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했다.
스티븐 그레이엄은 “작품의 목표 중 하나는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또래 친구들, 인터넷, 소셜 미디어로부터 어떤 압박을 받고 있는가?’ 질문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는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이미의 체포와 심문, 사건의 배경을 밝히기 위한 경찰 조사, 제이미의 심리 상담, 가족이 겪는 감정적 혼란 등으로 이어지는 ‘소년의 시간’은 하나의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춘다. 범행의 동기를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학교는 혼란에 빠지고 10대들의 온라인 세계가 지닌 위험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SNS 등을 통해 성과 폭력 등의 문제가 가볍게 소비되면서 제이미는 “20%의 남성들이 80%의 여성들의 관심을 차지한다”는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되고, 이는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극중 에디 밀러는 아버지로서 제이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큰 후회를 느낀다. 아들의 변화와 고통을 놓친 걸 깨닫고 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심리학자 역의 에린 도허티는 “뉴스에서 이런 문제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소년의 시간’은 용기 있게 모든 층을 벗겨내고,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고 말한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일이다. 드라마가 부모, 삼촌, 이모, 친구들까지도 대화를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소년의 시간’은 공개 사흘 만에 243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곧바로 넷플릭스 톱10의 영어 시리즈 글로벌 정상에 올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올해 최고의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는 TV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소년의 시간’을 “가슴을 무너뜨리는 작품”이라며 “조용하지만 충격적이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평했다. 특히 제이미를 연기한 오언 쿠퍼에 대해 “연약함, 분노, 허세, 두려움 사이를 오가는 그의 연기는 경이롭다”고 극찬했다. 영국의 TV비평가 스콧 브라이언 또한 “작품에서 가장 큰 인정을 받아야 할 사람은 오언 쿠퍼”라고 말했다. 2023년 촬영한 ‘소년의 시간’을 찍을 때 오언 쿠퍼의 나이는 만 14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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