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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79%] ‘에밀리아 페레즈’ 생경한 뮤지컬영화로 탐구하는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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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아 페레즈’의 한 장면.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멕시코 갱단 보스의 은밀한 비밀을 다룬 소재와 이를 다룬 독특한 연출을 통해 각종 시상식에서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갔으나 주연 배우의 혐오성 짙은 과거 발언과 극의 배경인 멕시코를 다루는 연출자의 태도를 둘러싼 논란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작품의 내용과 외적인 이슈가 맞물리며 도발적인 문제작으로 주목받는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에 대한 이야기다.

프랑스 영화계를 대표하는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연출한 ‘에밀리아 페레즈’는 당국의 수사를 피해 자신이 꿈꿔왔던 성전환 수술을 받게 된 어느 멕시코 카르텔의 수장과 그를 돕는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마약 카르텔 수장이 여자로 다시 태어나면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우면서도 극적인 이야기를 뮤지컬 형식으로 다뤘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라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보다 마치 대사를 읊조리는 듯한 전달 방식으로 생경한 느낌을 안기며 차별화를 이룬다.

능력 있는 변호사 리타(조 샐다나)는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비밀 의뢰를 받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대부인 델 몬테(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를 만난다. 그 자리에서 델 몬테로부터 “난 여자가 되고 싶어”라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듣는다. 리타는 수술을 도울 의사를 찾고, 델 몬테의 아내(셀레나 고메즈)를 포함해 아무도 모르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준비한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뒤 에밀리아 페레즈의 모습이 된 델 몬테가 리타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2막이 서곡이 울린다.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유발하는 마약 두목이 두 눈을 글썽이며 “죽을 생각을 여러 차례 했지만 진짜 삶을 살지도 않고 떠나는 건 억울하잖아. 자연은 허락하지 않은 내 진짜 삶”이라고 말하면서 숨겨둘 수밖에 없었던 진심을 리타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절절하다. 실제 트랜스젠더 배우인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델 몬테 역을 소화하며 활약한다.

몇 년 후 에밀리아는 리타와 함께 멕시코 전역에서 일어나는 실종사건 피해자를 돕고 시신을 수습하는 협회의 설립자로 새로 태어난다. 그렇다면 마약 카르텔 우두머리로 범죄에 앞장섰던 에밀리아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일까. 영화는 여기서 한 사람이 180도 바뀐다면 그 사람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에밀리아는 자연이 허락하지 않았던 삶을 살아가게 됐지만 여전히 과거에 발목에 붙들린 채 흔들리고 있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과거 마약왕이었던 트랜스젠더의 삶을 통해 죄와 구원이라는 주제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나아간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왼쪽)과 조 샐다나의 모습.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 ‘에밀리아 페레즈’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

마약 카르텔과 성 정체성, 멕시코의 내부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뮤지컬 장르와 만나 무게감이 약해지고 관객들이 쉽게 즐길 만한 오락영화로 탄생했다는 부분은 영화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문제들이 그저 엔터테이닝의 요소로 치부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범죄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뮤지컬 장르로 녹이며 긴장감을 극대화하지만, 서로 절묘하게 어우러지지 않아 때때로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실제 영화는 멕시코에서 공개 이후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강제 납치와 실종은 멕시코에서 큰 사회문제로 여겨지는데 이를 가볍게 다뤘다는 부분 때문이다. 프랑스 감독이 극의 무대인 멕시코가 아닌 프랑스에서 대부분의 촬영을 했다는 점도 의아함을 자아냈다. 결국 오디아르 감독은 “영화는 답이 아닌 질문만을 던질 뿐”이라며 “멕시코 주민들이 이 영화에 불편함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트랜스젠더 배우로는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공동으로 받고 오는 3월3일 열리는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후보에 든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과거 SNS에 인종차별적인 시각과 혐오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부정적인 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가스콘은 2021년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 결과를 두고 조롱한 바 있다. 극 중에서 가스콘이 타인을 향한 차별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에밀리아를 연기했던 만큼, 이번 논란은 작품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외적인 논란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충돌하는 상황에서 관객이 ‘에밀리아 페레즈’를 어떻게 평가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지난래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뒤 열렬한 반응을 얻으며 할리우드 시상식 시즌의 강자로 떠올랐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의 2관왕을 시작으로 지난달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달성했다. 올해 아카데미에서는 12개 부문에서 13개의 후보에 오르면서 최다 후보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다만 오스카가 추구하는 다양성을 훼손하는 듯한 작품의 행보가 수상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후안 마니타스 델 몬테가 수술 후 에밀리아 페레즈가 되는 모습.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감독: 자크 오디아르 / 출연 :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셀레나 고메즈, 조 샐다나, 아드리아나 파스 외 / 제작 : 와이 낫 프로덕션스, 파테, 생 로랑 프로덕션 외 / 수입·배급 : 그린나래미디어 / 개봉일: 3월12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3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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