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전 세계 관객과 호흡한 스타들의 저력은 변하지 않았다. 할리우드를 책임지는 새로운 주역 티모시 샬라메의 도약은 물론 넷플릭스의 영향력도 확인됐다. 내년 1월6일(한국시간) 열리는 제82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작이 공개된 가운데 넷플릭스가 영화와 TV 부문에서 최다 후보를 배출했다. 또한 앤젤리나 졸리, 니콜 키드먼, 데미 무어 등 1990년대부터 할리우드에서 활약한 관록의 배우들이 대거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시선을 끈다. 티모시 샬라메는 뮤지션 밥 딜런을 연기한 작품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됐다.
9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관하는 딕 클라크 프로덕션 발표에 따르면 최다 지명 후보작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에밀리아 페레즈’다. 영화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및 여우조연상, 감독상, 각본상까지 무려 10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연출한 ‘에밀리아 페레즈’는 당국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자신이 꿈꿔왔던 성전환 수술을 받게 된 어느 멕시코 카르텔의 수장과 그를 돕게 된 여성들에 관한 내용이다. 실제 트랜스젠더 배우인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또 다른 3명의 여주인공과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영화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이 소식을 듣고 눈물이 차올랐다”며 후보 지명이 “인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 같아 더욱 뜻깊다”는 소감을 밝혔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와 ‘챌린저스’의 젠데이아 그리고 ‘위키드’의 신시아 에리보, ‘아노라’ 미키 매디슨 등과 경합한다. 주연상 후보인 데미 무어는 ‘서브스턴스’에서 과감하면서도 압도적인 열연을 펼치며 또 다른 전성기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데미무어는 “영화에서 엘리자베스 역을 맡은 것은 제 커리어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보람 있는 일 중 하나였다”며 “저를 안락 지대에서 벗어나도록 밑어붙였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은 없다”며 이 작품에서 함께 열연한 마거릿 퀄리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영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도 치열하다. ‘마리아’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를 연기한 앤젤리나 졸리는 ‘투어리스트’ 이후 14년 만에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에 도전장을 내민다. 후보 지명 직후 앤젤리나 졸리는 “마리아 칼라스의 유산을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앤젤리나 졸리와 함께 ‘베이비걸’에서 대담한 연기를 펼친 니콜 키드먼, ‘룸 넥스트 도어’의 틸다 스윈튼, ‘리’의 케이트 윈슬릿, ‘라스트 쇼컬’의 파멀라 앤더슨이 하나의 트로피를 두고 겨룬다.
특히 니콜 키드먼은 ‘베이비걸’에서 젊은 인턴과 불륜을 저지르면서 혼란을 겪는 성공한 여성 사업가를 훌륭하게 연기하며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만큼 이 부문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니콜 키드먼은 “배우로서 독특한 작품을 받게 되는 것은 큰 선물”이라며 ‘베이비걸’에 대해 “흔하지 않지만 재미있다. 이 역할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뻐했다.
티모시 샬라메는 ‘듄: 파트2’가 아닌 ‘어 컴플리트 언노운’으로 영화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어 컴플리트 언노운’는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뮤지션으로 손꼽히는 밥 딜런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으로, 티모시 샬라메가 밥 딜런을 연기해 주목받았다. 티모시 샬라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그린 ‘어프렌티스’에서 주연한 서배스천 스탠과 경쟁한다.
“재능 있는 배우 그룹에 포함된 것은 큰 영광”이라고 말한 티모시 샬라메는 ‘어 컴플리트 언노운’에 대해 “5년 동안의 애정 어린 작업이었기에 이와 같은 영예를 얻어 매우 감동적”이라고 밝혔다.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한 ‘듄: 파트2’와 ‘어 컴플리트 언노운’이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나란히 지목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 작품 외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대인 건축가가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벌어지는 ‘브루탈리스트’, 교황 선출 이야기를 담은 ‘콘클라베’, 2020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니클의 소년들’을 원작으로 한 ‘니클 보이즈’가 맞붙는다.
한국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올랐다. 최우수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라 디즈니 산하 FX의 ‘쇼균’과 넷플릭스 ‘외교관’ 애플TV+ ‘슬로 호시스’ 등과 경합한다.
TV시리즈 부문에는 FX의 ‘더 베어’가 최우수 TV시리즈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최다 후보작에 등극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를 통해 넷플릭스의 남다른 존재감도 새삼 확인된다. 넷플릭스는 이번 시상식에 ‘에밀리아 페레즈’ ‘마리아’ ‘베이비 레인디어’ ‘외교관’ ‘오징어 게임’ 시즌2 ‘젠틀맨: 더 시리즈’ ‘리플리’ 등 영화와 TV 부문에서 각각 13개, 2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는 모든 스튜디오 및 글로벌 OTT 플랫폼 등을 포함해 최다 후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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