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에서 자주 만나는 배우, 늘 너그럽고 편안한 미소와 웃음으로 관객의 마음에 가 닿는 배우, 릴리 프랭키가 한국영화에 처음 출연한다.
릴리 프랭키가 24일 개봉하는 영화 ‘하얼빈'(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 안중근에 의해 처단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적인 인물 이토 히로부미를 연기한다. 철저히 한국의 시선으로 완성된 영화와 캐릭터인 만큼 극중 이토 히로부미는 우리 땅을 부당하게 짓밟은 일본의 침략자이지만, 이런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릴리 프랭키의 참여에 관심이 집중된다.
‘하얼빈’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고 일제의 침략을 막기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현빈)과 그를 쫓는 이들의 추적, 그 틈에서 피어나는 위험한 의심을 다룬 작품이다. 배우 현빈이 안중근 역을 맡은 가운데 박정민, 이동욱, 전여빈, 조우진 등이 독립군으로 호흡을 맞춘다.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은 역사로 널리 알려진 사실. 다만 영화는 빼앗긴 나라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걸고 위험천만한 설월을 지나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과 독립군의 처절한 여정에 주목한다. 그 끝에 이토 히로부미가 있다.
제작진은 안중근만큼이나 상징적인 인물인 이토 히로부미 역할을 맡을 배우로 일찌감치 릴리 프랭키를 염두에 두고 출연을 타진했다. 제작진의 제안을 받은 릴리 프랭키는 오랜 고민 없이 참여를 결정했다. 완성도 높은 영화의 시나리오가 그의 선택을 결정적으로 앞당겼다. 일본에서는 높이 평가받는 정치가이지만 우리의 시선으로는 나라를 짓밟은 침략자인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 자칫 부담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릴리 프랭키는 역사를 다룬 영화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망설임 없이 동참했다.
‘하얼빈’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평소 릴리 프랭키를 좋아하면서 품었던 각별한 마음도 이번 캐스팅을 가능케 했다. 감독은 지난달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영화의 진정성을 알아주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줬다”며 “재미있게 작품을 같이 할수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릴리 프랭키는 국내 관객에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로 친숙한 배우다. 지난 2018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어느 가족’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도 그는 감독과 호흡을 맞춰 비밀을 알게 된 두 가족의 파도치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일본에서도, 국내 팬들에게 릴리 프랭키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통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소설가이자, 디자이너, 작곡가,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영화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최근 공개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도 모습을 비췄다.
예명인 릴리 프랭키라는 이름은 과거 별명처럼 불린 ‘릴리'(백합)와 좋아하는 영국의 밴드 프랭키 고즈 투 할리우드에서 따왔다.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하기 보다 모호한 이름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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