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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렁크’의 조인지, 서현진은 어떻게 해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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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에서 노인지를 연기한 서현진. 사진제공=넷플릭스

“극 중 인지가 도하의 집에서 나오기로 결정한 그 태도가 저에게도 영향을 미쳤어요.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쪽으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이후 저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배우 서현진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극본 박은영)는 배우로서도, 개인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보였다.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현진은 ‘트렁크’에서 노인지를 연기하면서 바뀐 점들을 차분하게 풀어냈다.

인터뷰 현장에는 서현진이 키우는 강아지 ‘시더’도 자리해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었다. 13살인 시더는 현재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서현진이 촬영 현장에도 늘 데리고 다녔다.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느라 “체력이 떨어져 살이 너무 빠졌다”고 말했지만 ‘시더도 함께 촬영하자’는 김규태 PD의 말에 “그래도 돼요?”라면서 누구보다 기뻐했던 서현진이다. 시더는 ‘트렁크’ 마지막회에 등장한다. 

‘트렁크’는 1년짜리 계약 결혼으로 맺어진 노인지와 한정원(공유)이 함께하며 결핍을 채우고 상처를 치유하면서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다. 노인지는 결혼식 직전 남자친구 도하(이기우)가 잠적하는 상처를 겪으면서 ‘결혼이 역겹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지만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 NM(New Marriage) 소속으로 벌써 네 번의 결혼생활을 거치고, 다섯 번째 남편으로 한정원을 만난다. 결혼 제도를 거부하는 그가 결혼을 반복하는 직업을 갖는 선택은 의아하고 의문을 남겼다. 

“인지가 결혼을 역겹다고 말하는 건, 결혼 자체가 아닌 자신의 선택을 말하는 거였어요. 인지는 도하를 세상의 편견에서 구할 수 있다는 이기심 혹은 오만함으로 결혼을 결심해요. 기간제 결혼의 아내라는 직업을 가진 건 도하에 대한 죄책감에서 비롯됐다고 봤어요. 본인을 벌주고 있는 거죠. 도하의 집에 들어가지 않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트렁크’는 상처투성이인 노인지(서현진)와 한정원(공유)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사랑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여백 열어둬…배우와 감독님 믿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트렁크’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노인지와 한정원의 구원 서사에 호응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간제 결혼이라는 소재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여백이 많은 서사에 공감하기가 어렵다는 혹평도 존재한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모호하고 모순적으로 그린 점도 그렇다. 하지만 서현진은 “완전히 제 취향이었다”며 “괴롭거나 슬프거나 외로운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방식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촬영할 때도 호불호가 예상됐어요. 어둡고, 불편할 수 있는 감정들을 보여주잖아요. 절대 킬링타임용 드라마는 아니었죠.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분들은 안 맞겠구나 생각했는데 제 예상보다 더 극명하게 갈렸더라고요. 오히려 재밌고, 취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대본을 읽으면서 시청자들의 취향이 갈릴 것을 예상했지만 “노인지라는 인물이 좋아서 이 작품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인지는 상냥하고 이타적이고 남을 위해 화를 낼 줄 아는 여자”라면서 “막상 본인 일은 방관하는데, 그 지점 역시 현실적이라 좋았다”고 했다.

여러 작품에서 정확한 발음을 자랑하는 서현진은 현장에서도 절대 NG를 내지 않는 완벽주의를 추구한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현장에서는 조금 달랐다. 김규태 PD는 “서현진은 모든 연기를 다 연습해서 오는데 이번에는 현장에서 분위기에 맞춘 자유로운 연기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했던 작품과 다른 결의 작품을 선택했잖아요. 여백이 많은 작품이니까 저 또한 제 자신을 꽉 쪼지 말고 열어두려고 했어요. 좋은 배우와 연출을 만났잖아요. ‘NG 좀 나면 어때’ ‘다시 가면 되지’ ‘좋은 거 써주겠지’ 이런 마음가짐이 힘이 됐어요. 그러니까 제가 짐을 떠넘긴 거죠. 하하.”

그는 “이번에 (시더를 촬영장에 데리고 다니느라)힘이 들어서 많은 분들이 좋게 말씀해 주던 발음도 좀 뭉개진 것 같다”고 웃으며 “앞으로도 계속 다채롭고 싶다. 계속해서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서현진. 사진제공=넷플릭스

● “바뀐 태도…괜찮은 것 같다”

건조하고 버석한 상태로 자신을 방치했던 노인지는 5년간 정리하지 못했던 도하를 정리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한다.

“도하를 기다렸던 5년은 인지에게 고인 물 같은 시간이었다”던 서현진은 “고이면 썩는다. 그런데 본인은 모른다. 가만히 있으면 결국 후퇴한다. 고인 물이었던 인지는 정원의 도움으로 흐르는 물이 된다. 자신의 인생이 흘러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서현진이 최근 웹예능 ‘핑계고’에 나가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는 등의 선택에는 노인지의 선택이 영향을 미쳤다. 언론과의 만남도 오랜만이었다. 그는 2016년 종영한 tvN ‘또! 오해영’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 이후 8년 만에 인터뷰에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움직이지 않으면 썩는다’는 말이 저에게도 적용됐어요. 최근에도 물건도 버리고, 정리도 하면서 제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지금도 안정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큰 도전입니다.(웃음)”

변화한 삶에 만족하느냐에 서현진은 “이제 변화의 후폭풍을 맞을 거고 늘 즐겁지는 않지만, 괜찮은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서현진이 맥스무비 독자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사진=맥스무비 DB
서현진이 맥스무비 독자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맥스무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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