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끼고 보다가 소리 지를 뻔했어요!” “같이 걷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귀신일 확률은?” “밤에 혼자 보지 마세요.”
시청자들의 생생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가 전체 8부작 가운데 절반인 4편을 지난 4일 공개한 가운데 ‘무서운데 슬프다’는 시청자의 반응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줄을 잇는다. 처음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인물들의 행동과 관계에 의문이 들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흩어진 퍼즐이 맞춰지면서 “감정이 휘몰아친다”며 놀라워하는 반응도 잇따른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조명가게’가 미스터리한 공포와 판타지를 뒤섞어 생과 사의 경계에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진한 인간애가 스며든 이야기, 죽음의 경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하는 애틋한 사람들의 절절한 심정을 녹여내 초반부터 시선을 끌고 있다. 탁월한 스토리텔러로 풍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강풀 작가의 특기가 이번 ‘조명가게’에서도 실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출에 도전한 배우 김희원이 왜 시리즈의 감독이 됐는지 비로소 이해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에서 혼자만 빛을 밝히는 조명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원영(주지훈)이 지키는 조명가게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공간. 저마다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품은 손님들은 원영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편당 러닝타임이 최대 45분을 넘기지 않는 ‘조명가게’는 캐릭터와 서사를 압축해 빠른 속도로 전개했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지만, 수수께끼처럼 남아 있는 인물들의 정체와 관계가 오히려 궁금증을 자극하면서 관심을 거둘 수 없는 ‘떡밥’으로 받아들여진다.
드라마의 초반에는 매일 밤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여자 지영(김설현)의 정체, 오래된 빌라로 이사를 온 시나리오 작가(김민하)가 집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박보영)가 병동에서 겪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그려졌다. 서로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인물들과 상황이 서서히 연결되면서 긴장감을 형성했다.
특히 4회 중환자실에 누워 의식을 잃은 채 생과 사의 고비를 오가는 환자들을 비추면서 김광석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흘러나오는 장면에 대한 언급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롱테이크 촬영을 통해 중환자실 환자들 사이의 비밀을 드러나게 하는 연출에 “감정이 휘몰아친다”는 시청자의 반응이 집중되고 있다.
동시에 ‘조명가게’는 무서운데 슬픈, 독특한 드라마로도 주목받고 있다. 여고생 현주(신은수)가 겪는 일들은 섬뜩하다. 비 오는 밤길 옆에서 함께 걷는 여자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등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오싹한 기운을 만든다. 작품이 공개되자마자 챙겨본 열혈 시청자들 사이에서 ‘밤에 혼자 보지 말라’는 당부가 흘러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명가게’를 관통하는 정서는 가족과 연인 등으로 얽힌 사람과 사람이 쌓아가는 깊은 사랑과 애절한 연민의 감정이다. 어느 날부터 말을 하지 않는 엄마로 인해 의문에 휩싸인 현주의 이야기에서는 진한 모성애가 느껴지고, 어쩔 수 없이 이별한 연인 지영의 사연은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이는 강풀 작가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자, 앞서 지난해 드라마로 제작된 ‘무빙’에서도 확인된 경쟁력이다.
강풀 작가는 원작 웹툰 연재 당시 마감에 쫓겨 각 인물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번 ‘조명가게’의 극본을 쓰면서 그 아쉬움을 해소하고 싶었다고도 말했다. 강 작가는 “드라마에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 각 캐릭터에 파고들려고 했다”며 “서로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싶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