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극장가가 다시 한번 달아오른다. 특히 ‘1승’과 ‘소방관’, ‘대가족’과 ‘하얼빈’ 그리고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등 다섯 편의 한국영화 기대작이 촘촘한 개봉 일정 아래 잇따라 관객을 만나게 되면서 여느 때보다 흥행 추이에 대한 관심을 모은다.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그린 작품들이 선보였지만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했던 지난 10월과 11월의 극장가의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극장가의 전통적인 성수기로 받아들여져 온 12월과 연말연시 시즌에 한국영화 기대작들에 대한 기대감은 그래서 더욱 커진다.
포문을 여는 작품은 오는 4일 나란히 개봉하는 ‘1승’과 ‘소방관’이다. 모두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생존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드는 이들과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몸을 내던지는 이들이다.
‘소방관'(제작 에스크로드 픽쳐스, 아센디오)은 ‘친구’, ‘극비수사’ 등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2019년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주원, 곽도원, 유재명, 이유영 등이 출연하는 영화는 신입 소방관(주원)이 친형처럼 따르던 동료 소방관(김민재)을 화재로 잃은 뒤 상처를 극복하며 성장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2001년 3월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부상을 당한 서울 홍제동 화재 참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새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당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구조자들을 위해 불길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특히 화재와 이를 진압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CG(컴퓨터그래픽)를 최소화해 묘사하며 사실감을 더한다.
‘1승'(제작 루스이소니도스)은 영화 ‘동주’와 ‘거미집’을 각본을 쓰고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작품이다.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를 주연으로 내세웠다. 두 사람은 지난해의 김지운 감독 ‘거미집’과 올해 ‘삼식이 삼촌’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승률 10% 미만의 배구선수 출신 감독(송강호)이 해체 직전의 프로여자배구팀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가 배구단을 인수한 재벌 2세 구단주(박정민)이 한 시즌 통틀어 1승만 해달라는 제안을 받은 뒤 선수들과 좌충우돌하는 해프닝을 그렸다.
특히 한국영화 처음으로 배구 경기를 스크린 위에 구현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 중 선수들이 배구공을 네트 위로 넘기고 이를 막아내는 장면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카메라에 담아내 마치 관객이 실제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생동감을 안긴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지름 20.5cm, 무게 270g, 최고 속도 시속 120km, 상대 코트 도달 시간 평균 0.5초’로 승부가 결정되는 배구라는 스포츠 경기와 인생을 동음이의어로 두고 풀어낸다는 평가도 나온다.
송강호와 박정민의 절묘한 ‘케미’와 함께 배구단 주장 장윤주를 비롯해 이민지, 신윤주, 시은미, 차수민 등 다양한 캐릭터의 성찬을 차린다. ‘식빵언니’ 김연경과 ‘코트여신’ 한유미 등 실제 프로배구 스타들도 단역으로 출연해 보는 맛을 더한다.
지난 11월 한 달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은 699만5114명.(이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이는 지난해 764만2807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올해 10월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627만8029명으로, 2023년 690만210명보다 훨씬 적었다.
물론 11월30일 현재까지 올해 전체 관객수는 1억1012만1335명으로, 지난해 1억843만5605명보다는 다소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각각 1000만 관객을 넘어선 ‘파묘’와 ‘범죄도시4’ 등 대형 흥행작에 기댄 수치로 보인다.
더욱이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인한 국내 영화산업의 침체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 감염병 확산 시기 개봉을 미뤘던 적지 않은 신작들이 올해 관객을 만났지만 큰 흥행 수치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영화 제작투자가 위축되면서 내년 신작이 크게 줄어들고, 그로 인해 영화산업이 다시 침체에 빠지는 등 악순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화계가 올해 12월 극장가 분위기와 한국영화 흥행세에 여느 때보다 큰 기대를 거는 이유이다. 12월 영화 흥행시장의 문을 여는 ‘소방관’들의 거대한 ‘1승’이 절실하다고 영화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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