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과거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탐한 여성의 삶이 일순간에 파괴되는 과정을 기이하고 강렬한 공포로 드러낸다. ‘왕녀의 스타’로 불리는 데미 무어가 그야말로 모든 걸 내던진 대담한 열연을 펼친다. 11일 개봉하는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영화 ‘서브스턴스’다.
영화는 ‘더 근사하고 완벽한 나’를 꿈꾸는 인물을 통해 외모지상주의와, 여성의 외모를 그저 소모품처럼 소비하고마는 미디어의 속내와 이면을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와 독창적인 연출로 풍자한다. 극단적인 폭력과 충격적인 묘사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문제작의 위상을 과시하며 주목받았다.
한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고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까지 입성한 대스타였던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더 이상 ‘스파클'(반짝거림)하지 않다. 50살 생일, 프로듀서 하비(데니스 퀘이드)에 의해 진행해오던 에어로빅 TV쇼에서 해고를 통보받는다. 더 이상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더 나은 버전의 나”로 재탄생시켜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 끝에 문제의 약물, ‘서브스턴스’를 주문한다. 그렇게 엘리자베스에게서 매끈하고 매혹적인 분신 수(마가릿 퀄리)가 탄생한다.
● 엘리자베스의 삶과 닮은 데미 무어?
하지만 엘리자베스와 수를 일주일씩 번갈아 살아가야 하는 규칙을 수가 깨기 시작하면서 두 자아 사이에 균열이 일어난다. 엘리자베스의 이상과 불안이 만들어낸 수는 볼품없이 살아가는 엘리자베스를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는 TV 속 화려하고 자신감 있는 수를 질투하며 열등감을 느낀다.
결국 두 인물이 벌이는 대립은 외형적 대비를 넘어 내면의 욕망과 갈등의 발현과 이로 인한 충돌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감독은 노화에 대한 공포,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기괴하게 변형된 신체의 모습으로 공포를 안기는 ‘바디 호러’ 장르로 이를 전달한다. 수위 높은 노출과 폭력성, 공포와 혐오를 안기는 고어물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 작품은 입을 떡 벌어지게 하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장면을 연달아 보여준다. 나이 든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혐오에 빠진 나약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디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내겠다는 듯 말이다.
엘리자베스라는 유명인의 삶을 통해 여성의 외모에 기대는 쇼 비즈니스의 세계도 날카롭게 비판한다. 엘리자베스와 수에 대한 주도권을 가진 이도, 두 사람을 평가하는 시선은 오로지 남성의 것이라는 현실을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엘리자베스를 퇴물 취급하고 수의 매력을 극찬한 프로듀서의 이름은 하비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2017년 할리우드 권력자들의 성폭력 고발로부터 점화해 전 세계로 들불처럼 번져간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의 촉발자, 미국의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을 떠올리게 한다. 극 중 하비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으면서도 “예쁜 여자는 언제나 웃어야 돼”라며 왜곡된 여성상을 주입시키는 폭력을 자행한다.
극 중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데미 무어의 삶과 닮아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데미 무어는 1990년 영화 ‘사랑과 영혼’을 통해 전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르며 사랑받았지만 이후 그를 괴롭힌 건 외모와 몸매 그리고 결혼과 이혼 등 사생활에만 관심을 쏟는 세상의 시선이었다.
하지만 이제 데미 무어는 압도적인 열연으로 자신의 대표작 목록을 새롭게 갈아치울 예정이다. 생기와 희망을 잃어버린 씁쓸함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고, 피부가 늘어나고, 신체가 뒤틀려 이성을 잃어버린 광기 가득한 모습 등 과감함으로 엘리자베스의 비극을 그렸다.
물론 영화는 기발하고 참신한 설정과 전개, 섬뜩한 비주얼, 배우들의 열연으로 주제를 부각시키기지만, 과도하게 잔인하고 불쾌감을 주는 일부 장면으로 관객들을 극명한 호불호로 나눌 우려도 작지 않아 보인다.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와 메시지보다 이러한 대범한 묘사들이 더 부각돼 이야기 몰입을 방해할 여지를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독: 코랄리 파르쟈 / 출연 : 데미 무어, 마거릿 퀄리, 데니스 퀘이드 외 / 장르 : 공포, 고어, 블랙 코미디, 스릴러 / 개봉일: 12월11일/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러닝타임: 141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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