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확장한 루카스필름의 신작과 ‘문제적 히어로들’이 뭉친 마블 스튜디오의 새 영화에 익숙한 이름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바로 정이삭 감독과 이성진 감독이다. 이들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스켈레톤 크루’와 영화 ‘썬더볼츠*’에 각각 연출과 각본가로 참여했다.
다음 달 3일 ‘스켈레톤 크루’가 베일을 벗는 가운데, 영화 ‘미나리’와 ‘트위스터스’를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이 연출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해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스켈레톤 크루’는 할리우드 스타 주드 로가 처음으로 ‘스타워즈’ 세계관에 합류하는 작품이다. 평화로운 고향 행성에 살고 있는 4명의 친구들이 우연히 신비한 ‘무엇’을 발견한 후 낯설고 위험한 은하계에서 길을 잃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군과 적을 만나며 모험을 한다.
정이삭 감독 외에 ‘스켈레톤 크루’에는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를 연출한 존 왓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감독인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썬더볼츠*’의 제이크 슈레이어,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 출연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까지 초호화 연출진이 뭉쳤다.
이번 작품에 프로듀서로도 함께한 존 왓츠 감독은 ‘미나리’를 보고 정이삭 감독이 ‘스켈레톤 크루’를 연출하는 데 적합하다고 믿게 됐다고 밝혔다. 존 왓츠 감독은 “‘미나리’는 정말 훌륭하고 젊은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를 그리는 데에서 정이삭 감독의 능력을 볼 수 있었다”며 “‘스켈레톤 크루’는 10살짜리 4명의 배우가 극을 이끄는 데 (정이삭 감독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의 이름을 알린 ‘미나리’에는 주인공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의 어린 자녀인 데이빗(앨런 김)과 앤(노엘 조)이 등장한다. 특히 앨런 김은 이 영화를 통해 2021년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신인배우상을 수상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존 왓츠 감독은 아이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연출을 한 정 감독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
존 왓츠 감독은 정 감독이 ‘스켈레톤 크루’에 “새로운 관점을 불어넣어 줄 사람”이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정 감독과 ‘스타워즈’ 세계관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스타워즈’에서 파생된 이야기로 지난해 공개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만달로리안’ 시즌3의 에피소드 한편을 연출했다. ‘만달로리안’의 제작자인 존 파브로 감독 역시 ‘미나리’를 보고 정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극대화하는 부분에 있어서 (나의)’포텐셜'(가능성)을 봤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블 코믹스 ‘썬더볼츠’를 원작으로 실사영화 ‘썬더볼츠*’는 내년 4월 개봉한다.
이 작품은 ‘블랙 위도우’의 엘레나(플로렌스 퓨)와 레드 가디언(데이빗 하버),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시리즈의 버키 반즈(세바스찬 스탠), ‘앤트맨과 와스프’의 고스트(해나 존케이먼), ‘팔콘과 윈터 솔져’의 US 에이전트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 등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예측불허 캐릭터들이 한 팀을 이뤄 미국 정부의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이다. 마블 시리즈에서 독특한 개성을 선보인 캐릭터들이 팀으로 뭉쳐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히어로 시리즈를 시작한다.
‘썬더볼츠*’의 도전에 이성진 감독이 합류했다. 이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로 올해 1월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 TV미니시리즈·영화 부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8관왕을 휩쓴 실력자다. 이번 ‘썬더볼츠*’ 각본은 ‘성난 사람들’의 성과를 눈여겨 본 제작진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한인 교회를 다니는 대니(스티븐 연)를 통해 미국에 정착한 한국계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성난 사람들’은 운전 도중 벌어진 사소한 시비에서 시작한 대니와 에이미(앨리 웡)의 갈등이 극단적인 싸움으로 치닫는 과정을 흡인력 있게 풀어내며 호평을 얻었다. 이를 통해 이성진 감독은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에 강점을 보였다.
감독의 실력은 회색 지대에 놓인 ‘썬더볼츠*’ 속 캐릭터의 내면을 파고들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형적인 마블 히어로와 차별화된 실험적이고 독특한 접근 또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성진 감독은 지난해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마블의 새로운 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상황에 “정말 영광”이라고 반겼다. 다만 “규모와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글쓰기 방식이 다르지만 동시에 과정 자체는 (시리즈와)비슷한 느낌”이라며 “매일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과 이야기하고 있다. 재능 있는 사람들과 한 팀을 이루면 그들과 계속 작업하려고 뭐든지 하게 되는 것 같다”고 기대를 걸었다.
이 감독은 ‘썬더볼츠*’ 이후 ‘성난 사람들’ 시즌2로 돌아올 예정이다. 시즌1의 주연이었던 스티븐 연이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이번 ‘성난 사람들’에는 윤여정이 출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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