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사랑한 연인들의 비극을 그린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과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을 유쾌하게 비튼 tvN 토일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가 예사롭지 않은 출발을 알렸다.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온 배우 주지훈과 정유미도 이름 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을 시작한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철천지원수의 집안에서 태어난 석지원(주지훈)과 윤지원(정유미)이 10대 시절 애틋한 감정을 나누다가 이별하고 18년 만에 재회해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고등학교 체육교사인 윤지원의 학교에 석지원이 새로운 이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둘은 재회한다.
드라마 초반부터 애증과 설렘을 오가는 주지훈과 정유미의 모습에 시청자는 곧바로 반응했다. 1회 3.5%(닐슨코리아·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한 드라마는 24일 방송한 2회에서 3.0%P 상승한 6.5%를 기록했다. 토요일에 비해 경쟁작들과의 시청률 대결이 다소 느슨한 일요일에는 보통 기록 상승이 이뤄지지만, 하루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황은 두 주인공의 로맨스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을 반영한다.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주열매(tvN ‘로맨스가 필요해 2012’) 한여름(KBS 2TV ‘연애의 발견’) 등 여러 드라마에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탄생시킨 정유미와 2007년 종영한 MBC ‘궁’ 이후 18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온 주지훈이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둘의 관계는 시작부터 앙숙이다. 원수의 집안에서 같은 날, 같은 이름으로 태어난 두 사람은 18살 때도, 36살 때도 보기만 하면 시비를 걸고 싸우기 바쁘다.
이들의 관계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속 설정을 연상케 한다. 석씨 집안이 과거 윤씨 집안의 소작농 출신이고, 한 여자를 두고 싸움을 벌인 이력 등 가문 대대로 원수지간이라는 설정 때문이다. 세기의 사랑을 대표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열렬하게 사랑했지만 집안의 반대와 오해로 인해 결국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로 숱한 영화와 연극으로 재탄생해 지금껏 사랑받고 있다.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막을 내린 ‘로미오와 줄리엣’에 ‘만약에’라는 가정을 더했다. 극본을 쓴 임예진 작가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지 않았다면, 죽음 대신 오해 속 증오로 얼룩진 이별을 했다면, 18년의 세월이 흘러 적당히 지치고 바랜 보통의 어른이 돼 다시 만났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과거 서로를 사랑했던 감정은 식어버리고 달갑지 않은 상태로 재회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바로 석지원과 윤지원이다.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서로를 향한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찬 로미오와 줄리엣이 다시 끌리고 애틋해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릴 예정이다. 예상치 못한 재회에 신경전을 벌이다가도 점차 상대를 의식하는 모습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줄 수 있는 유쾌한 웃음과 아련함, 설레는 두근거림을 동시에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과정을 솜씨 좋게 엮는 연출자는 바로 박준화 PD다.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2017년)을 비롯해 박서준과 박민영의 로맨스 합이 돋보였던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년) 그리고 ‘환혼’ 시리즈(2022년~2023년)를 통해 시청자의 몰입을 이끄는 감각적인 로맨스를 선보인 연출자다. 박 PD는 “석지원, 윤지원의 추억과 관계를 통해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따뜻하게 풀어낼 예정”이라며 “코미디와 로맨스가 어우러진 감정을 통해 힐링을 선사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 만난 주지훈과 정유미는 기대 이상의 호흡을 보인다. 석지원을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짙은 여운을 남긴 윤지원을 연기하는 정유미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극에 활기를 더한다. 주지훈은 카리스마와 타고난 능력으로 선망의 대상으로 인정받지만 유독 윤지원 앞에서만큼은 이성을 잃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첫사랑과 원수라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릴 두 배우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어떻게 그려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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