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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72%] ‘위키드’ 중력을 거스르지 못한 완성도

맥스무비 조회수  

‘위키드’에서 돌연변이로 태어나 마법의 능력을 찾아가는 엘파바를 연기한 신시아 에리보.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디파잉 그래비티’는 뮤지컬 ‘위키드’를 상징하는 곡이다. 온몸이 초록색인 상태로 태어나 내내 놀림을 받고 자란 엘파바는 마법의 도시 에메랄드 시티에서 비로소 자신의 힘을 자각한다. 그 순간 중력을 거슬러 힘차게 날아오른다. 그때 부르는 노래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는 세상의 편견을 떨치고 진짜 ‘나’를 찾는 엘파바의 선언을 담은 곡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뮤지컬 ‘위키드’가 영화로 탄생했다. 20일 개봉한 ‘위키드’는 원작의 고유한 정체성을 스크린으로 옮긴 뮤지컬 영화다. ‘디파잉 그래비티’는 영화에서도 단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온갖 오해와 편견에 시달리면서 원하는 것들을 마음 편히 꺼내놓지 못하는 엘파바는 세상의 거짓된 위선을 목도하고 각성한다. 세상이 자신을 ‘마녀’라고 비난할지라도, 중력을 거스를지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겠다는 외침이다.    

엘파바를 연기한 신시아 에리보가 폭발적인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스크린을 뚫고 객석까지 웅장하게 가 닿는다. 역시 뮤지컬의 대표 넘버답게 영화에서도 그 힘을 증명한다. 하지만 이 곡을 듣기까지, 날아오르는 엘파바의 도약을 보기까지, 견뎌야 할 시간이 길고 지루하다. 러닝타임 160분의 영화는 하이라이트인 엔딩을 장식하는 이 곡을 위해 2시간 넘는 시간을 고집스럽게 ‘천천히’ 걸어간다.

원작의 열혈 팬들이라면 이번 영화는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반가울 수 있지만, 원작의 존재감을 배제하고 뮤지컬 영화 그 자체로만 본다면 이번 ‘위키드’는 지나치게 평면적인 이야기와 구조로 아쉬움을 남긴다. 인종과 성별, 장애와 동물권 등 다양성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곳곳에 녹였지만 그 방식이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반복되는 점도 한계다. 

● 러닝타임 160분 할애한 1부, 진짜 이야기는 2부에 

영화는 태어난 순간부터 피부가 온통 초록색인 탓에 부모로부터 외면받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엘파바와 모든 게 완벽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차근차근 쌓아가는 우정을 그린다. 이번 영화는 1부에 해당하는 내용. 보통 영화 한편보다 더 긴 160분을 할애해 엘파바와 글린다의 만남과 갈등,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는 과정을 담는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2부는 내년에 개봉한다.

모든 게 다른 엘파바와 글린다는 쉬즈 대학에서 만나 룸메이트가 된다. 성적도, 사랑도,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언제나 주류이길 원하는 글린다와 달리 엘파바는 소외된 존재들에 시선을 둔다. 예전에는 말을 하고 강의도 했던 동물들이 점차 핍박받는 상황에 분노하면서 그들의 처지에 귀를 기울인다. 그 역시 세상의 손가락질과 편견 속에 살아온 존재였다. 

그런 엘파바는 자신을 공격하는 부당함을 느낄 때마다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한다. 그 모습을 눈여겨본 마법사 마담 모리블(량쯔충)은 엘파바를 꿈의 도시 에메랄드시티에 있는 마법사(제프 골드블룸)에게 보내고, 엘파바는 거기서 동물을 지배하려는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가 감춘 비밀을 목도하고 이들에 맞서기로 한다.

‘위키드’는 1, 2부로 나눠 개봉하는 방식을 택해 뮤지컬의 세계를 방대하게 키워 스크린에 담았다. 1부는 엘파바의 고향 먼치킨랜드를 넘어 글린다와 만나 우정을 쌓아가는 쉬즈 대학에서의 생활에 러닝타임 대부분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극의 주요 무대인 쉬즈 대학에서 두 주인공이 겪는 입학식부터 기숙사에서의 생활, 마법으로 이뤄진 우정의 관계 등은 지난하게 그려지고, 심지어 중간중간 ‘해리포터’ 시리즈의 향기도 짙게 베어난다. 고유한 상상력을 갖춘 원작 뮤지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시감이다.

‘위키드’의 주인공 아리아나 그란데(왼쪽)와 신시아 에리보.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 감독의 재능에도 반복되는 메시지  

엘파바와 글린다를 연기한 두 배우는 뮤지컬 넘버를 소화하는 가창력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실력을 과시한다. 토니상 뮤지컬 부문 여우주연상(‘더 컬러 퍼플’)과 그래미 등을 석권한 팝스타 아라아나 그란데는 이번 영화에서 가창력으로 쌓아 올린 이름값을 증명한다. 하지만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다가 동질감을 느끼고 연대하면서 성장하는 캐릭터를 소화하는 연기력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성이 확실한 장르인 뮤지컬 영화에서 관객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가창력을 넘어 배우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관객이 정확히 알고 있다. 이미 ‘레미제라블’의 앤 해서웨이와 휴 잭맨, ‘위대한 쇼맨’의 레베카 퍼커슨과 젠 데이아 콜먼, ‘알라딘’의 나오미 스콧의 활약을 봐 왔기 때문이다. 

연출자인 존 추 감독은 이병헌이 주연한 액션 블록버스터 ‘지.아이.조2’를 시작으로 마술 소재의 범죄극 ‘나우 유 씨 미’ 시리즈로 인정받았다. 2018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통해 아시안 배우들이 출연한 아시아 이민 가족의 이야기로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고, 이후 할리우드에서 아시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활발히 제작될 수 있는 기폭제를 만든 연출자로도 평가받는다. 

장르의 개성이 확실한 이야기에 다양성의 메시지를 녹이는 감독의 재능은 ‘위키드’ 곳곳에서 드러난다. 엘파바의 동생인 네사로즈는 걷지 못하는 장애를 지닌 인물. 온통 초록색인 언니와 달리 부모의 극진한 돌봄을 받고 자랐지만 어쩔 수 없는 장애의 한계도 지니고 있다. 이들이 살아가는 ‘위키드’의 세상에서는 동물도 말을 할 수 있다. 엘파바가 다니는 대학에도 염소 같은 동물 교수가 있다. 그 속에서 인간은 점차 지배력을 키우면서 동물이 가진 말 하는 권리를 빼앗고, 동물을 변형시키고, 목숨까지 위협한다. 엘파바 역시 사람들의 눈에는 돌연변이일 뿐이다.

누군가로부터 지배당할 수도, 핍박 받을 수도 없다는 목소리를 내는 ‘워키드’의 주제는 전 세계를 사로잡은 뮤지컬이 사랑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를 고스란히 흡수했지만 ‘올바름’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직접적이고 반복되면서 ‘이해’는 구해도 ‘공감’까지 이끌어내기는 부족하다.

영화 ‘위키드’ 촬영 현장에서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 존 추 감독(왼쪽부터)의 모습.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감독: 존 추 / 출연: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량쯔충, 제프 골드브럼, 조나단 베일리 / 수입·배급: 유니버설픽쳐스트 / 장르: 뮤지컬 / 개봉일일: 11월20일 /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 러닝타임: 160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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