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개봉하는 김대우 감독의 새 영화 ‘히든페이스’는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최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뒤 원작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이야기와 표현 수위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밀실을 소재로 세 남녀의 욕망을 들춰내는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약혼녀가 사라지고, 그와 동시에 나타난 약혼녀의 후배에게 빠져드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성진(송승헌)은 첼리스트 약혼녀인 수연(조여정)의 어머니가 소유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떠난다”는 영상 편지를 남기고 사라진 수연 때문에 곤란한 처지다. 곧 공연이라 첼로 자리를 마냥 비워둘 수만은 없는 상황. 성진은 수연 어머니의 추천으로 수연의 후배인 미주(박지현)를 만난다. 성진은 같은 음악 취향, 같은 흙수저인 미주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금세 빠져들고, 급기야 자신의 집으로 불러 함께 밤을 보낸다.
영화는 이때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성진과 사랑을 나누며 거울을 향해 묘한 시선을 보내는 미주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이어서 카메라가 비추는 곳은 거울 너머의 밀실. 그곳에는 성진과 미주의 외도를 눈으로 직접 보고 배신감과 절망감에 얼굴이 일그러진 수연이 있다.
흥미로운 건, 수연이 밀실에 자발적으로 들어갔다가 갇혔다는 사실이다. 이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미주도 밀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살려 달라”는 수연의 몸부림 때문에 밀실에서 전달되는 미세한 소리와 진동에도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못 본 체한다. ‘히든페이스’는 이러한 미주의 모습을 통해서 원작과 전혀 다른 결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밀실을 장르적 쾌감을 주는데 활용한 원작과 달리, 인물들의 욕망을 표출하는 공간으로 초점을 맞춘다. 지금까지 일군 것을 잃고 싶은 않은 성진의 세속적 욕망과, 갖고 싶은 건 다 가져야 하는 수연의 소유욕, 자신을 이용만 하다가 버린 상대에 대한 복수욕을 들춰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인물들의 이면(히든 페이스)을 까발린다.
또 밀실 안에서 지켜보는 이보다 밀실 밖에서 보여주는 이가 더 쾌감을 느끼는 점도 관음(觀淫) 소재를 다루는 많은 영화들과 다르다. 수연과 미주가, 원래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는 원작과 다른 설정으로 이 영화는 전혀 다른 결말을 보여줄 것을 암시하는데 그 끝에 이르는 세 사람의 선택은 ‘인간이 욕망을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곱씹게 한다.
‘히든페이스’는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에서 농익은 또는 금기된 사랑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해온 감독의 신작답게, 이 영화 역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원작보다 더 과감하게 표현됐다. ‘에로틱 스릴러’로 불리는 배경이다. 그렇다 보니,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또 하나의 작품이 관능적인 요소들에 가려 의도가 묻히는 측면이 있다. 이 정도까지 표현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지만 동시에 근래 보기 힘든 과감한 영화라는 점에서 끌리기 것도 사실이다.
배우들은 파격적인 소재와 이야기를 납득시키고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송승헌은 성공하고 싶지만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현실적 인물로 이야기의 전반부를 이끌며, 조여정은 비뚤어진 선민의식을 가진 상류층으로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이야기의 후반부를 책임진다. 여기에 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박지현은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위험한 인물로 과감한 노출 연기와 함께 치명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박지현을 찾는 곳이 많아질 것 같다.
감독: 김대우 / 출연: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 / 제작 : 스튜디오앤뉴 / 장르 : 스릴러 / 개봉일: 11월20일 /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러닝타임: 115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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