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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제적 영화 ‘딜리버리’로 뭉친 권소현·강태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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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리’에서 백수 커플을 연기한 권소현(왼쪽)과 강태우. 사진제공=마노엔터테인먼트

배우 권소현과 강태우는 영화 ‘딜리버리’에서 가진 것 없는 ‘백수 커플’ 미자와 달수로 호흡을 맞췄다. 사랑이나 의리보다 ‘보증금’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이 둘 사이를 지탱한다.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한 이들 앞에 돈은 많지만, 임신은 할 수 없는 ‘금수저 부부’가 나타나 은밀한 제안을 해온다.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을 받은 커플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20일 개봉하는 ‘딜리버리'(감독 장민준·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는 각기 다른 절박한 현실에 부딪힌 두 커플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 코미디 영화다.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 미자와 달수 커플이 덜컥 아이를 갖는다. 귀남(김영민)과 우희(권소현) 부부는 불임으로 고민이 많은 상황. 우희의 아버지는 아이를 낳아야만 유산을 상속해준다는 조건을 걸면서 골머리를 썩는다. 그때 귀남과 우희는 생계 때문에 임신한 아이를 포기하려는 미자와 달수를 만나고, 이들은 서로의 필요에 따라 거래를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권소현과 강태우에서는 ‘문제적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불안함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졌다. 평범하지 않은 인물을 연기한 만큼, 촬영 현장에서는 수많은 대화와 고민이 오갔다. 권소현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행복했고, 즐겼는데 개봉이라는 실전이 다가왔다”면서 “이제 대중들이 본다고 생각하니까 부족한 점만 보이고 무섭기도 하다. 한 분이라도 더 보면 좋겠다는 책임감과 긴장이 오간다”고 털어놓았다.

스크린 점유율 0.5%에 평균 스크린수 30여개로 3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올해 독립영화의 힘을 보여준 ‘장손’에서 매형 재호 역으로 주목받은 강태우는 ‘딜리버리’가 첫 주연작이다. “그동안 어깨너머로 여러 영화 행사를 접했지만 이제는 영화의 진짜 주역으로서 뭔가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첫 시작이라는 생각에 이번 ‘딜리버리’는 더욱 의미 있고 뜻깊다”고 말했다.

● “미자·달수 커플, 미성숙한 어른의 연애”

강태우는 영화 ‘국도극장'(2020) 조감독과의 인연으로 ‘딜리버리’ 오디션의 기회를 얻었다. 때마침 ‘장손’을 촬영할 때였다. “경남 합천에서 촬영 중이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상경해서 오디션을 보고 합류하게 됐다”면서 “어느 배역으로 오디션을 볼지 몰랐지만 시나리오를 읽을 때 달수가 평범하지 않았고, 잘 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에게 달수라는 인물이 영화에서 어떻게 보이면 좋을지 2~3시간 동안 이야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달수 역할을 쟁취했다.

달수는 눈앞의 게임이 중요한 백수다. 덜컥 생긴 아기에 놀랐지만 단칼에 ‘지운다’는 미자의 말에 반박도 하지 못한다. 아이를 잘 낳기만 하면 돈이 생긴다는 제안에 달수는 “우리 아기 복덩이다. 팔자 고쳐줄 복덩이”라며 기뻐한다. 강태우는 “달수는 캐릭터의 개성이 확실하다. 제 입장에서 봤을 때 도가 지나치고, 도덕적인 관념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지만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사람처럼, 사랑스럽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2022년 개봉한 ‘그 겨울, 나는’을 통해 한국영화아카데미와 연을 맺은 권소현은 “독립영화를 하고 싶은 찰나에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이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해서 회사분들을 재촉해 오디션과 미팅을 잡아달라고 했다”고 웃었다. 미자는 중고 거래로 생활비를 버는 공시생이다. 직장을 그만둔 남자친구 때문에 속이 뒤집어질 지경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신까지 한다. 중절 수술을 하기로 하지만 실패하고, 이를 집도한 산부인과 의사인 귀남에게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거래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미자와 달수는 물론 귀남과 우희도 이상했어요. 윤리적인 가치관이 남들과 다른 이들의 선택이 신기하다고 생각했죠. 미자는 유일하게 (임신으로 인해)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변화를 크게 겪는 인물로 다가왔어요. 배우로서 이 역할을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더라고요.”

권소현은 임신으로 몸이 변화하면서 겪는 미묘한 감정부터 생생한 출산 장면까지 소화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품 촬영을 할 때마다 ‘인물 노트’를 작성한다던 권소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자 몸의 변화를 기록했다”면서 “실제 임신했거나 출산 예정인 지인들과 얘기도 나눴고 유튜브에서도 관련 내용을 많이 찾았다. 지인들에게는 출산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떤 기분인지를 상세하게 물어봤다”고 돌이켰다.

‘딜리버리’는 각기 다른 절박한 현실에 부딪힌 두 부부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렸다. 사진제공=마노엔터테인먼트

강태우는 미자와 달수의 관계를 “미성숙한 어른의 연애”로 다가갔다. 그는 “요즘 몇몇 예능을 보면 (결혼이나 임신 등)준비되지 않은 커플들의 모습이 나오더라. 그런데 함께 산다는 이유로 이걸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 모습을 영화 속에서 차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달수 또한 “미성숙한 캐릭터”라고 표현한 강태우는 “일반적이지 않은 인물이지만 어떻게든 미자를 곁에 두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권소현과 강태우를 묶는 ‘독립영화’라는 존재

권소현은 인기 아이돌 그룹 포미닛 출신이다. 강태우는 홍상수 감독의 연출팀에서 활동한 무명배우였다. 언뜻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배우지만 이들에게는 ‘독립영화’라는 매개체가 있었다. 포미닛 활동 종료 후 권소현은 독립영화의 문을 두드렸다. 강태우는 오랜 시간 독립영화에서 단역과 조연을 오가는 것은 물론 제작, 연출, 프로듀싱 등 영화 전반에서 다방면으로 활약 중이다.

“팀 활동이 끝난 뒤 자기 객관화를 명확하게 했다”던 권소현은 “그때가 23살이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뭐라도 해 봐야겠다 싶었다.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피드백이 영화 쪽에서 피드백이 좋았다. 영화에서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렇게 독립영화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떠올렸고, 오디션이 있을 때마다 도전했다”고 이야기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포미닛 활동을 마치고 권소현은 ‘내게 남은 사랑을'(2017년)을 시작으로 차곡차곡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그룹 활동 때가 컸지만, 제 안에서 채워 나가는 자존감은 지금이 더 단단한 거 같아요. 결과물들이 쌓이는 걸 보면서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팀 활동을 할 때 연기자로서 뭔가를 보여준 건 없었거든요. 그래서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선택들을 하면서 지내왔어요. 촬영 현장에서 가끔씩 ‘그때 좋아했어요’라며 포미닛 때의 저를 기억해 주는 분들도 만나는데요. 정말 감사해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딜리버리’에서 커플 호흡을 맞춘 강태우와 권소현. 사진제공=마노엔터테인먼트

강태우는 2016년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성우 역할로 데뷔했다. 그렇지만 그의 연기 활동은 훨씬 더 이전으로 올라간다. “18살 때부터 단편영화를 시작했고, 촬영을 하지 않은 해가 없었는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데뷔작으로 정한 이유는 이름이 있는 역할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라던 강태우는 “홍상수 감독님의 연출팀을 오래 했고, 그 인연으로 여러 작품에도 출연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올해는 강태우에게 특별한 한 해다. 지난 9월 개봉한 ‘장손’이 흥행했고, 주연작인 ‘딜리버리’까지 선보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장손’을 찍었던 6개월을 꼽을 수 있어요. 여름, 가을, 겨울을 찍었는데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2개월을 쉬었거든요. 그 2개월 사이에서 ‘딜리버리’도 찍었죠. 두 작품이 개봉도 비슷하게 하면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같이 갔는데 팀끼리 친해서 ‘딜리장손’이라고 부르기도 했죠.(웃음)”

‘장손’의 흥행에 대해서는 “관객을 만나서 흥행을 한다는 건 자주 찾아오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인생의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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