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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허브’가 이끈 배우의 길…이유미 “난 복 받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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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작은 체구라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사람에게 달려들어 때려눕히는 건 기본, 상대방을 제압할 때 코를 깨물어 정신을 못 차리게까지 한다. 호랑이 같은 예비 시어머니에게 바른 말을 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당차고 다부지다.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Mr. 플랑크톤’에서 배우 이유미가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얘기다.

지난 8일 공개된 ‘Mr. 플랑크톤'(극본 조용·연출 홍종찬)에서 이유미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 ‘조재미’ 역을 맡았다. ‘재미’라는 이름과 달리 그가 처한 상황은 그리 재밌지 않다. 부모 없이 고아로 자라난 재미는 사랑만 퍼주는 엄마를 꿈꾸지만, 스물여덟살에 조기 폐경 진단을 받는다. 그것도 종갓집 5대 독자 어흥(오정세)과 결혼을 앞두고 말이다.

이유미는 “우리 작품에는 로드 무비가 있고, 로맨스와 낭만이 있다. 분명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가득 뿜어져 나왔다.

‘Mr. 플랑크톤’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로 인해 다소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현실과 상상이 혼재하고, 무인도 고립 등 다소 황당한 설정도 있다.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다”는 이유미는 “흔하지 않은 상황과 이야기 전개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자리에서 한 번에 읽었다”고 돌이켰다.

이유미는 자신이 연기한 재미에 대해 “인생에서 많은 아픔과 상처를 겪었지만 그럼에도 맑음을 지키려고 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재미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런 재미를 ‘내가 하는 게 맞을까?’라고 고민도 했지만, 그만큼 욕심이 났다”고 고백했다.

‘Mr. 플랑크톤’에서 오정세(왼쪽) 우도환과 호흡을 맞춘 이유미. 사진제공=넷플릭스

● 불편한 강제동행? “재미의 마음 이해해주길”

극 중 우도환이 연기하는 해조는 병원의 실수로 냉동 정자가 바뀌어 태어났다. 그걸 알게 된 부모에게 어린 시절 버림받았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친아버지의 정체를 알고자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오른다. 전 여자친구인 재미가 조기 폐경 진단을 받은 걸 알고 혼례 당일 납치해 여행길에 강제로 동행시킨다. 이에 재미의 예비신랑 어흥(오정세)이 두 사람의 뒤를 쫓는다. 일각에서는 해조가 재미를 억지로 끌고 가는 모습이 폭력적으로 그려져 불편함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유미는 극 중 재미는 조기 폐경 때문에 “결혼식 전날 도망치려고 했다. 그때 옛 남자친구가 나타난 것이다. 재미의 머릿속에 태풍이 몰아쳤을 것 같다. 옳고 그르고, 좋고 나쁘다가 없고 그냥 정신이 없었을 것 같은 느낌으로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재미도 ‘빨리 돌아가야지’라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계속 도망치려고 하죠. 그런데 복잡한 감정들이 점점 올라오고, (조기 폐경이라는)현실을 직시하게 되죠. 감독님과 많이 소통하면서 그 과정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많은 분들이 재미의 마음을 들여다 봐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유미는 우도환, 오정세와 삼각관계를 펼쳤다. 전 남자친구인 해조와는 서로 아픔과 결핍을 채워주고 누구보다 잘 통하지만, 진심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러 상처 주고 다퉜다. 예비신랑인 어흥은 달랐다. 서로를 아끼고 살뜰하게 챙겼다. 따뜻함과 사랑이 넘치는 관계지만, 해조만큼 잘 통하지는 않았다.

“어흥은 순애보적이고, 기운이 맑아요. 그 캐릭터가 더럽히지 않게 어흥과 있을 때는 저 역시 좋은 에너지를 주고자 했어요.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워 보이려 했죠. 해조와 있을 때는 다소 짙은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말이 추상적이죠?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신경 쓰면 외적인 부분도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사진제공=넷플릭스

● ‘허브’ 속 강혜정 보고…”멋있다! 연기하고 싶더라”

이유미는 2009년 15살에 CF를 통해 데뷔했다. 중학교 때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했고, 배우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고등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봤다. 어렸을 때부터 결단을 내리고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부모님과 영화관에 정말 많이 갔어요. 문화활동으로, 심심할 때도, 그냥 가는 곳이 영화관이었어요. 그때 영화 ‘허브’를 봤는데, 강혜정 선배님을 보고 실제 그 캐릭터인가 싶을 정도로 진짜 같았어요.(극 중 강혜정은 일곱 살 지능의 차상은 역으로 나온다) 그때 스치듯 ‘멋있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도 (연기를)해보고 싶더라고요.”

오디션도 지원하고, 기획사에 지원서도 내주는 등 어머니의 든든한 지원이 뒤에 있기도 했다. 어머니가 “반대하지 않고 저를 도와줬다”면서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 일을 할 수 있고, 아직까지도 너무 재밌다. 복을 받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식지 않은 열정으로 여러 작품의 단역과 조연은 물론 독립영화를 오가며 활동했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온 이유미는 2018년 영화 ‘박화영’으로 관객의 눈도장을 찍었고, 2021년 ‘어른들은 몰라요’와 ‘인질’을 나란히 선보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 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 지영 역으로 정호연과 애틋한 연기를 펼치며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으로 단숨에 인지도를 높였다. 2022년 에미상의 드라마 부문 여우게스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넷플릭스의 또 다른 작품인 ‘지금 우리 학교는’을, 지난해에는 JTBC ‘힘쎈여자 강남순’ 그리고 올해 ‘Mr. 플랑크톤’을 통해 이유미는 주연배우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오징어 게임’ 이후 지난 3년을 돌이키며 이유미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감사하게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해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졌다”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에 열심히 달려왔고, 앞으로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바랐다.

“늘 한결 같은 마음으로 달려가고 싶어요. 작품을 만날 때 느끼는 새로움과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이요.”

현재 이유미는 넷플릭스의 새로운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를 촬영 중이다. 죽거나 혹은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이다.

“재미와는 또 다른, 짙은 아픔을 가진 인물이에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Mr. 플랑크톤’의 주역인 이유미가 각각 우도환(왼쪽) 오정세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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