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개봉하는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여자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괴담이라는 점에서 한국 대표 공포영화로 꼽히는 1998년 영화 ‘여고괴담’을 떠올리게 한다. ‘여고괴담’은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공포 장르로 풀어내 흥행과 함께 교육 현실까지 꼬집은 수작으로 지난 2021년 별세한 고 이춘연 대표가 설립한 씨네2000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민하 감독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제작 26컴퍼니)에 ‘여고괴담’을 오마주(존경의 의미를 담아 다른 작품의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방식)했다”고 밝혔다.
“‘여고괴담’ 1편이 나왔던 때가 1998년이에요. 그래서 우리 영화의 과거 배경도 1998년으로 설정했어요. 제작사 대표님께 들었는데,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돌아가신 이춘연 대표님이 봤다면 좋아하셨을 것 같다고 했대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수능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 귀신과 숨바꼭질에 도전하는 수능 성적 8등급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공포를 외피로 둘렀지만 속에는 웃음이 가능하다. ‘여고괴담’의 성공 이후 그와 같은 흥행을 노리고 쏟아졌던 아류작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고괴담’에 대한 오마주가 담겨 있으면서 감독만의 차별화된 스타일이 작품을 채운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시체스영화제 등에 연이어 초청돼 주목받기도 했다. 여러 해외 영화제에서 호응을 받은 이유로, 해외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먼저 본 ‘파묘’의 장재현 감독은 좋은 의미로 “골 때린다”는 감상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김민하 감독의 주종목은 코미디다. 감독의 재기발랄함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작인 단편영화 ‘버거송 챌린지’과 ‘빨간마스크 KF94’는 코미디다. 어린 시절 일본 공포영화 ‘주온’을 보고 나서 ‘토시오 악몽’에 시달리다가 한의원에서 침도 맞을 만큼 공포영화라면 ‘질색팔색’했던 그였지만, ‘신인 감독이 데뷔하는데 공포 영화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주변의 현실적인 조언에 자신의 장기를 살려 호러 코미디를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내놓게 됐다.
그러면서, 흙수저 출신 반장 소녀의 버거송 챌린지 도전기를 통해 계급 사회를 풍자했던 ‘버거송 챌린지'(2023년)와 감염병 시대에 빨간 마스크를 쓰고 활보하는 일본 귀신을 통해 귀신보다 더 무서운 시대를 조명했던 ‘빨간마스크 KF94′(2022년)처럼,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에는 현실에 바라보는 30대 젊은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도 담겨 있다.
영화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개선되지 않는 교육 문제에 대한 풍자가 공포와 웃음 속에 담겨 있다. 극중 김도연이 연기한 영화감독 지망생 지연은 공포영화 클리셰를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영화광’에 재능도 있지만, 담임 교사로부터 “유명한 영화감독들은 명문대를 나왔다”는 말과 함께 공부를 못 한다고 면박을 듣는다.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해야 한다고 말하죠. 10대 때 제가 느낀 감정들을 영화 감독 지망생인 지연에게 많이 투영했어요. 아메바가 단세포 생물로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가리키는 의미도 있지만, 아메바를 현미경으로 보신 적이 있나요? 보면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그렇듯이 지연, 현정(강신희), 은별(손주연), 세 소녀들을 통해 공부를 못 한다고 해서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기에 몇 해 전 직접 겪은 사건도 이 영화의 출발 계기가 됐다. 그는 그 사건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봤더니 한 여학생이 학업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었어요. 그 여학생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모습을 봤는데, 무서웠을 텐데도 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어요. 그때부터 성적, 경쟁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해왔죠.”
● 처음부터 5편까지 기획한 프랜차이즈의 출발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의 총 제작비는 10억원 미만으로 알려졌다. 촬영이 16회차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만듦새가 준수하다. 단편 2편과 개봉은 못 했지만 2021년 제작한 독립영화 ‘슈퍼히어로’를 먼저 연출한 경험 덕분에 첫 상업영화를 비교적 경제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청주대 영화학과 한 학년 후배인 이현진 촬영감독과의 호흡도 한 몫 했다.
“촬영감독이 같은 대학 한 학년 후배예요. 졸업작품 때부터 같이 작업해서 호흡이 척척 맞습니다. 호흡이 잘 맞으니까 계획한 대로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되고, 편집으로 버리는 컷도 거의 없었어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5편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김민하 감독은 현재 2편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2편은 교생실습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프랜차이즈 제작을 염두에 뒀다는 점에서 감독과 제작사의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실제 최근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공포와 웃음이 섞인 혼합 장르로 지난 6월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와 함께 언급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요즘 영화 시장이 어렵잖아요. 신인 감독의 입장에서는 더 걱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아메바 소녀들’ 편집 후반부 쯤 ‘핸섬 가이즈’가 나왔는데 그 영화가 관객에게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핸섬가이즈’처럼 ‘아메바 소녀들’도 관심들이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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