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볼만한 작품을 추천합니다.
극본 : 김은숙 / 연출 : 이응복 / 출연 : 이병헌, 김태리, 변요한, 유연석, 김민정 / 제작 : 화앤담픽쳐스 / 시청등급 : 15세이상시청가 / 스트리밍 : 티빙, 넷플릭스
순전히 김태리 ‘탓’이다. 이 드라마를 다시 떠올리게 한 것도, 새롭게 ‘정주행’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것도, 모두가, 그의 ‘탓’이다.
지난 12일 방송을 시작해 4.8%(이하 닐슨코리아)에서 단 2회 만인 13일 8.2%로 시청률이 두 배 치솟으며 인기를 예고한 tvN 드라마 ‘정년이’ 속 김태리가 아니었다면, 이 묵직하면서도 낭만적이고 또 그래서 더욱 맑고도 비감한 이야기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을까.
어쨌든 두고두고 남을 명작으로 꼽힐 만하다는 평가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 얼마나 될까. 2018년 여름 안방극장을 달군 드라마는 20%의 시청률에 육박하는 인기뿐 아니라 이야기가 남긴 울림의 깊이와 폭이 깊고도 넓었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할 테다.
미국이 조선에 통상을 강압하다 이에 분노한 백성들에게 불태워진 제너럴 셔먼호 사건을 빌미 삼아 1871년 강화도를 침공한다. 신미양요. 드라마는 그 난리통에 난데없이 미 군함에 올라타게 된 소년 유진 ‘초이’가 훗날 미군 신분으로 조선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사대부 집안의 여식이지만 결코 거기에 머무는 삶을 거부하며 당당하고 주체적인 태도로 세상에 나서는 애신의 이야기를 덧댔다. 또 열강제국의 탐욕 가득한 침략의 손길이 조선을 향하던 혼란의 시대, ‘구한말’로 불리던 당대에 조선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나선 의병들도 중심에 내세웠다.
드라마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는 애신과 의병들의 투쟁을 씨줄로, 조선 출신이지만 ‘국외자’의 시선을 버리지 못하는 유진과 애신의 사랑을 날줄로 삼아 이야기를 엮어간다.
이때 시청자의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던 강렬했던 캐릭터 애신을 연기한 배우, 바로 김태리. 그는 봉건의 굴레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세상에 맞서려는 근대적 여성상을 제대로 구현해내며 시청자의 찬사를 받았다. 시간적 배경은 다르지만 자신의 삶을 굳은 의지로 개척해가려는 ‘정년이’, 극중 김태리의 모습으로도 자연스레 시선을 돌리게 한다.
모두 24부작. 길어야 16부작에 그치는 요즘 드라마 시리즈의 ‘세태’를 돌아보게 하는 것도 극중 김태리에게 눈길이 가는 ‘탓’이라고 하면 지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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