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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룩백’ 감독의 ‘작품 해설’…”제 안에 후지노와 쿄모토가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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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룩백’을 연출한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 애니메이터에 가장 필요한 자세는 “중간에 관두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은 영화 ‘룩백’과 닮았다. 여러 사람 앞에 나서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하면서 수줍게 웃을 땐 쿄토모의 모습이 비치고 어릴 때 누구보다 그림을 잘 그렸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할 땐 후지노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룩백’이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만화를 그리는 두 소녀가 서로의 재능을 알아보고,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는 우정의 이야기가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9월5일 개봉해 지금까지 25만명이 ‘룩백’에 사로잡혔다. 요란하지 않지만, 단단하게 형성된 작품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은 한국 관객이 보여준 높은 관심을 “묵고 있는 호텔”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25만 관객 돌파를 기념해 내한한 감독은 영화사에서 마련한 호텔을 언급하면서 “제가 이렇게 좋은 방에 묵어도 되나 혼란이 올 정도로 놀랐다”며 “그만큼 관객이 영화를 좋아하고 있다는 게 실감 난다”고 말했다. 

내한한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을 11일 서울 성수 메가박스에서 만났다. 작품을 만든 과정, 애니메이터를 꿈꾸던 유년기 등에 대한 질문이 쉼없이 오갔고, 감독은 자주 수줍게 웃으며 차근차근 답을 이었다. 작은 단어 하나까지 신경을 쓰면서 정확하고 세밀하게 답변을 내놓으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 “그림 그리는 작가로 후지노와 쿄토모의 감정에 깊이 공감”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바람이 분다’ 등의 작화와 원화를 책임진 애니메이터이자, 2016년 ‘플립 플래퍼즈’에 이어 ‘룩백’의 감독과 작화, 원화 등을 총괄한 연출자다. 

‘룩백’은 초등학생 때 학보에 실리는 만화로 서로의 재능을 알아 본 소녀 후지노와 쿄토모가 서로에게 창작의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다소 투박하지만 정감있는 그림체에 따스하고 애틋한 우정을 녹이고, 재능을 지닌 두 인물이 형성하는 경쟁과 연대의 정서를 버무렸다. 상영 시간은 57분에 불과한 영화는 온기로 꽉 차 있다.  

영화는 일본의 인기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가 그린 단편 만화가 원작이지만, 원작과의 비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감독은 후지모토 타츠키 작가의 대표작인 ‘체인소맨’에 등장하는 악마의 디자인을 맡은 인연으로 원작을 접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 그저 독자의 마음으로 읽었다”고 돌이켰다.

“저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보니 작가님과 비슷한 환경이라고 생각했어요. 덕분에 두 주인공 후지노, 교토모의 감정에 더 깊이 공감했어요. 동시에 창작자로서 후지모토 타츠키 작가의 재능을 질투하기도 했죠. 원작을 통해 만화가 지닌 힘을 실감했거든요. 창작자로서의 마음을 자문하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이후 감독은 ‘룩백’의 제작사인 에이벡스픽쳐스로부터 애니메이션 영화를 연출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단번에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원작은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아요. 영상화한다면 고난도, 아마도 초고난도의 작업이 될 것 같았어요.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 감독은 결국 마음을 바꿨다. “두 주인공처럼 저도 그림을 그리는 인생을 살아왔어요. 작품과 저의 궁합이 잘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어요. 그래서 수락했습니다.” 감독은 잠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힘들었어요. 제가 제시한 기획 방향이 이미 정해졌음에도 (제작사가)허락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절반쯤 있었어요. 하하! 결정된 이상 전력을 다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룩백’은 만화로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는 후지노(오른쪽)와 쿄토모의 찬란한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 

감독은 만화에 푹 빠져 좁은 방에서 만화만 그리는 주인공 후지노와 쿄토모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감독의 지난 과정은 두 주인공과 꽤 닮았다. 

“제 안에 후지노와 쿄모토가 둘 다 있어요. 스스로 치켜세우고 들뜨거나 인간미가 있는 면에서는 후지노와 닮았어요. 제 성격도 후지노처럼 그리 좋지 않거든요.(감독은 자주 웃음을 지었다) 애니메이션을 창작하는 입장에서, 이런 일을 지속하기 위해선 제 안의 동기가 필요해요. 그런 면에서 쿄토모가 지닌 순수함도 제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추구하고 있고요.”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받는 두 인물처럼 어린 시절 감독에게도 영감을 준 존재가 있었을까.

“음… 특별히 없었어요. 저는 학교에서 그림을 제일 잘 그리는 학생이었거든요.(감독은 또 웃었다) 마치 후지노처럼 내가 제일 잘 그린다!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 접어들어 감독의 자신감은 와장창 깨졌다. “재능을 지닌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며 “아! 내가 특별한 게 아니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물론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독은 “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나이 들면서 가장 좋은 건 일종의 요령 같은 게 생긴다는 점이에요. 지혜 같은 거죠. 좌절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변명하고 이유를 붙여요. 이런 쪽은 다른 사람이 잘하지만, 또 다른 부분은 제가 더 잘한다는 식으로 저를 설득해왔어요. 어른이 돼 좌절을 겪은 게 다행스러워요. 어릴 때 후지노같은 좌절을 겪었다면 저는 후지노처럼 다시 일어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이 ‘룩백’을 관람한 맥스무비 독자들에게 친필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  

●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떠올리고 만든 후지노의 빗속 장면

‘룩백’은 이 세상 모든 창작자들을 위헌 헌사 같은 작품이다. 영화에는 주인공의 얼굴보다 뒷모습이 더 많이 등장한다. 좁은 책상에 앉아 등을 돌린 채 쉼 없이 만화를 그리는 후지노와 쿄토모를 자주 비춘다. 낮이 밤이 되고, 봄이 여름을 거처 겨울이 될 때까지 둘은 만화에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낸다.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은 “일본에서 인터뷰할 때도 한번도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운을 떼면서 하나의 장면을 설명했다.

“극 후반 후지노가 쿄모코와 같이 그림을 그리는 회상 장면이 있어요. 그동안 저도 많은 파트너와 여러 작업을 해왔죠. 두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저의 청춘을 떠올렸어요. 그 장면에 개인적인 체험과 감성을 많이 넣어 작업했습니다.”

감독의 말은 계속됐다. “후지노의 인생에서 쿄모토의 존재가 불행이라면, 쿄모토가 사라지고 후지노의 모든 것이 없어진 느낌이라면, 후지노는 더는 행복하지 않겠죠. 하지만 후지노에게 쿄모토와 함께한 기억과 추억이 남아있다면 훗날 창작에 새로운 동기가 될 것 같았어요.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룩백’을 본 관객들이 첫 손에 꼽는 장면은 자신의 재능을 동경하는 쿄모토의 마음을 처음 알게 된 후지노가 빗속을 뚫고 신나게 뛰어가는 모습이다. 영화를 상징하고, 숱한 창작자들의 공감을 자극한 장면이다.

감독은 고전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주인공이 빗속에서 우산을 쓰고 탭댄스를 추면서 노래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원작에선 단 세 컷으로 간단히 묘사됐지만, 감독은 “영화로 만들면서 그 장면을 잘해야 승부가 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후지노는 낯을 많이 가리지만 자의식이 과잉된 부분도 있잖아요. 쿄모토의 칭찬을 받고 걸어가다가 주변에 집이 없어진 순간 감정을 크게 드러내요. 그런 감정의 변화에 저도 공감했어요. 춤을 추는 후지노의 전신을 통해 그 기쁨을 표현하려 했죠. 단순하게 웃는 표정이 아니라 손발, 얼굴 모두 힘이 들어간 모습을 의도했어요.” 

당시 배경 미술을 담당했던 스태프는 태양의 빛을 이용해 후지노의 감정을 극대화해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감독은 반대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상황이어야 후지노의 감정이 돋보이는 대비 효과를 확실하게 보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에 젖어 집으로 돌아간 후지노가 책상에 앉아 다시 만화에 몰두하는 모습 역시 일부러 방의 채도를 어둡게 설정했다. 감정과 배경 색의 대비를 통해 감정을 더 자극하는 “콘트라스트를 위해서”라고 했다. 

“극의 베경인 아키타현은 굉장히 추운 곳이에요. 후지노가 비를 맞은 3월도 아주 춥죠. 그때 후지노가 맞은 비는 차가운 비였고 심지어 폭우였어요. 돌아가자마자 만화를 잔뜩 그린 뒤 후지노는 아마 감기로 쓰러지지 않았을까. 그런 상상을 합니다.” 

2004년 애니메이션 ‘창궁의 파트너’ 원화 담당으로 시작해 20년간 꾸준히 활동한 감독에게 ‘애니메이터에 필요한 조건’을 물었다. 질문을 받은 감독은 “자세”와 “재능” 어느 쪽에서 대답을 해야하는지 되물었다. ‘자세’의 측면에서 답을 달라고 부탁했다. 

“좀 재미없는 답변일 수 있는데… 중간에 관두지 않는 것! 애니메이터는 사실 오랜 시간 굉장히 많은 그림을 그려야 하는 직업이에요. 인생에는 다른 즐거움도 많은데 왜 하필 책상에서 그 많은 그림을 그려야하나. 일종의 고행이자 수행이죠. 그걸 계속 할 수 있는 이상함이 있어야 해요. 사실은 자세? 재능? 다 관계없이 중간에 관두지 않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말을 하는 내내 감독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서로의 재능에 감탄한 두 소녀가 처음 만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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