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하반기, 배우 박정민의 시간이 열린다.
박정민이 올해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 ‘전, 란’과 ‘하얼빈’으로 관객을 찾아온다. ‘전, 란’은 10월11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하는 가운데 12월에는 극장에서 ‘하얼빈’을 내놓는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고유한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두 영화에서 또 어떤 캐릭터로 놀라움을 안길지 궁금증이 모인다.
● ‘전, 란’과 ‘하얼빈’ 속 박정민은?
박정민이 연이어 내놓는 두 영화는 역사를 배경으로 창작한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 란’이 임진왜란이 일어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면, ‘하얼빈’은 일제강점기 직전인 1909년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먼저 ‘전, 란'(감독 김상만·제작 모호필름)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 및 각본에 참여해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작품은 함께 자란 조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의 이야기다. 함께 자란 이들은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왕에 맞서는 의병으로 성장한다.
극중 박정민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외아들 종려를 연기한다. 종려는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진 천영과 신분을 뛰어넘은 우정을 나눴지만, 혼란의 시대 속 적이 되어 재회한다. 박정민은 강동원과 맞붙어 비극적인 운명에 맞서는 입체적인 인물을 그린다.
사극의 주연을 맡기도 처음이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단편영화 ‘일장춘몽’에서 무협 액션을 소화한 경험은 있지만 이번 ‘전, 란’은 정통성을 지닌 사극인 만큼 색다른 도전이다.
그런 박정민의 새로운 모습은 10월2일 개막하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전, 란’이 개막작에 선정됨에 따라 박정민은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도 맡는다. 부산국제영화제 정한석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전, 란’에 대해 “모든 영역에서 고르게 최상의 매력을 발산하는 세련되고 힘 있는 사극 대작”이라고 개막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연말 극장가 기대작으로 꼽히는 ‘하얼빈'(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으로도 박정민의 활약은 이어진다. 영화는 1909년 이토 히로부미 자격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의 독립군과 이를 쫓는 사람들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담은 첩보 드라마다.
극중 박정민은 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한 우직한 독립군 우덕순을 연기한다. 안중근 휘하의 독립군에서 활동한 실존 독립운동가를 모델로 삼은 인물이다.
박정민은 이미 2016년 주연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에서 독립운동에 투신한 송몽규 역으로 활약해 117만명의 관객에게 울림과 감동을 안겼다. 다시 독립운동가 역을 맡은 ‘하얼빈’에서는 안중근 역의 현빈과 호흡을 맞춰 긴박한 역사의 한 복판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연출은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맡아 기대를 더하고 있다.
● 2025년은 박정민의 해 예약
박정민의 활약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드라마와 상업영화, 저예산 영화를 넘나드는 활약이다. 특히 오랜 시간 신뢰를 나눈 감독들과 재회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점이 눈길을 끈다.
내년 공개되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뉴토피아'(극본 한진원, 지호진·연출 윤성현)는 군인 이재윤(박정민)과 ‘곰신’ 강영주(지수)가 좀비에 습격당한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서로에게 달려가는 이야기다. 박정민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늦깎이 군인 재윤을 연기한다.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로 뒤덮인 위험천만한 도심에서 오직 영주만을 생각하는 캐릭터다.
‘세상에 좀비가 나타나도 연애는 완성해야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표방하는 ‘뉴토피아’는 아포칼립스와 로맨스가 충돌하는 신선한 세계로 시청자들을 초대한다. 박정민은 영화 ‘파수꾼’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냥의 시간’을 함께한 윤성현 감독과 세 번째 만남을 ‘뉴토피아’로 이룬다.
지난해 주연한 영화 ‘밀수’로 인연을 맺은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 ‘휴민트'(제작 외유내강)에도 캐스팅돼 조인성과 호흡한다.
‘휴민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경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파헤치다 격돌하게 되는 남북한 비밀 요원들을 그린 첩보 액션 영화다. 극중 박정민이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 역을 맡아 한국 국정원 조과장 역의 조인성과 극을 이끈다. 남북한을 상징하는 인물들을 맡은 두 배우의 견고하고 밀도 있는 연기 대결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박정민과 조인성은 ‘밀수’에서 치열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던 만큼 ‘휴민트’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박정민은 저예산 영화 ‘얼굴'(제작 와우포인트)에도 합류했다.
‘얼굴’은 연상호 감독의 첫 독립영화이자 새로운 제작 방식으로 주목받는 작품이다. 지난 7월에 촬영한 ‘얼굴’은 살아있는 기적이라고 불리는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인 임영규(권해효)와 그의 아들 임동환(박정민)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 정영희(신현빈)의 백골 시신을 발견한 후 그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박정민은 아들 임동환 역은 물론 40년 전 아버지의 모습인 임영규까지 맡아 데뷔 후 처음으로 1인2역에 도전한다.
‘얼굴’은 제작비 2억원, 촬영 기간 3주, 20여명의 핵심 스태프로 제작진을 꾸린 실험적인 작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부산행’ ‘반도’ 등 굵직한 상업영화를 이끌어온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도전에 ‘염력’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을 함께한 박정민이 힘을 보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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