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딸을 둔 중년 요양보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딸에 대하여’의 영화제 상영 중단을 요구한 대전시에 대해 “혐오를 조장하고 확산하는 행위”라며 영화계가 반발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한국영화감독조합·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영화계 주요 단체가 모인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영화인연대)는 5일 낸 성명에서 “대전시는 대전여성영화제 상영작 검열 및 상영 중지 요구를 철회하고 시민과 창작자 위축시키는 차별 행정과 인권침해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영화인연대는 “시민이 주도하고 시가 협력하는 사업에서 뚜렷한 근거 없이 특정 상영작의 상영 중지를 통보하는 것은 시민의 정당한 문화 접근권과 민간 자율성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현존하는 사회 문제를 공유해 건설적인 논의의 장을 열고자 하는 시민 다수의 의욕을 꺾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무엇보다 ‘여러 곳에서 민원이 들어왔다’는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대전시의 태도는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혐오 발언을 묵인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를 방패 삼아서 혐오를 조장하고 확산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영화인연대는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대전시는 끝내 ‘성소수자 문제’를 ‘논란’으로 취급하며 사회 구성원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데 가담했다”며 “이는 지자체 보조금 사업의 취지를 위반하는 차별 행정으로서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전시에 대해 부당 간섭 중단과 상영 중지 결정 철회, 사업 정상 운영, 문화적 차별 방지 노력, 현 사태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최근 대전시는 ‘성소수자 문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어 양성평등주간에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대전시 보조금으로 상영하기에 부적절하다’며 ‘딸에 대하여’에 대한 대전여성영화제의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대전여성영화제는 대전여성단체연합에서 주최하는 양성평등주간행사 대전여성문화제의 하나로 대전시 지정보조금 사업이다. 이후 대전여성단체연합은 대전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표하고 보조금 전액을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딸에 대하여’는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성소수자 딸을 둔 엄마이자,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다룬다. 영화는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딛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 호평을 받으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오민애, 임세미, 하윤경이 출연한다.
댓글0